"졸업 미루면 돈 내" 학생 두번 울리는 대학들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 2012.01.17 16:57

일부 대학, 졸업연기시 '비수강 등록금' 내거나 수업료 내고 수업 듣게해

취업난으로 졸업을 미루고 있는 학생들에게 일부 유명 사립대학교가 '돈벌이'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졸업 예정자 신분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취향을 고려해 졸업을 미루는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속칭 '졸업유예금'을 받아 취업을 앞둔 학생들을 두 번 울린다는 지적이다.

졸업 미루려면 "돈 내라"

17일 서울 지역의 각 대학 등에 따르면 성신여대는 오는 2월 졸업생들부터 졸업연기신청을 받기로 했다. 졸업 연기신청이란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을 모두 채우고 영어자격증이나 논문제출과 같은 졸업조건까지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졸업을 미룰 수 있는 제도다.

대개 졸업학점을 모두 채우고 졸업요건을 갖추게 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졸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성신여대처럼 졸업연기를 신청하면 재학생 신분을 가질 수 있다. 대신 졸업연기를 신청한 학생들은 졸업학점을 모두 채워도 또다시 수업료를 내고 수업을 수강해야 한다. 학점 등록을 위한 비용부담은 당연히 학생들의 몫이다.

성신여대에 따르면 졸업연기신청자는 △1학점부터 3학점 신청자는 해당학기 등록금(400여만원)의 6분의 1 △4학점부터 6학점 신청자는 3분의 1 △7학점부터 9학점 신청자는 2분의 1 △10학점 이상 신청자는 해당학기 등록금 전액을 내야한다.

인하대는 '비수강등록'제도가 있다. 비수강등록이란 졸업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졸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내지 않은 '수료'상태지만 수업료의 18분의1(약 30여만원)을 납부하면 재학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2006년 처음 시행됐다.

광운대학교도 수료자를 '학기초과자'라고 부르며 학기초과자에 해당되는 학생들에게 등록금의 12분의 1(약 33만~38만원)을 받는다.


이같은 '졸업유예금'에 대해 각 대학측은 "재학생들을 위한 여력이 모자란 상태에서 수료자나 졸업한 학생들에게 무작정 혜택을 줄 수만은 없다"며 "학교 도서관 이용 등 졸업 유예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고 이 역시 학생들을 위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 반응은 '싸늘'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성원 인하대 전 총학생회장(31)은 "인하대 취업률이 58%인데 그 중 정규직은 30%도 되지 않는다"며 "취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졸업연기를 이유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광운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모씨(32)도 "학교에서 굳이 돈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등록금이 비슷한 다른 학교는 이러한 제도가 없는데 학교측의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비용 산정을 어떻게 했는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송성민 광운대 총학생회장은 "학교에서 졸업생들이 학교시설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수업료 일부를 납부하라는 것은 부분적으로 이해는 간다"면서도 "졸업유예를 위해 필요한 비용 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같은 '졸업유예금'에 대해 현필화 한국청년센터 기획팀장(37)은 "(이러한) 대학들의 조치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기업이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상황이라면 학생들은 부담없이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있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있다면 학교가 학생들의 편의를 봐줄 필요가 있다"면서 "4년이나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학교를 다닌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가 장사를 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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