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첨단과학이 전쟁을 위해 개발됐듯 내비게이션위성도 원래 냉전시대에 군사적 목적으로 고안됐습니다. 우리가 흔히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라고 하는 것은 미국 내비게이션위성의 고유명사입니다.
브랜드명 '호치케스'가 보통명사 '스테이플러' 자리를 대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를 상대하기 위한 러시아의 내비게이션위성 이름은 '글로나스'입니다.
유럽연합이 이들에 대적해 개발하는 위성이 '갈릴레오'죠. 수많은 내비게이션 장치는 대부분 GPS와 글로나스 등 두 위성의 위치정보를 사용합니다.
스위스 광학업체 라이카에서 개발한 최첨단 내비게이션 수신장치가 있습니다. 1대에 4000만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이는 흔들리는 물체 위에서 위치정보를 수신해 흔들리지 않는 상태로 보정한 정보를 산출하는 첨단장치입니다. 크기는 사각티슈통 정도로 일반 백팩에 넣어다닐 수 있을 규모입니다.
이 장치는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설현장에 투입됩니다. '수직관리시스템'(CWCS)이라고 하는데, 초고층건물의 수직도를 유지하기 위한 측량장비죠.
'롯데월드타워'는 123층에 555m의 높이로 지어집니다. 1도만 기울어도 꼭대기층은 10m 정도 기울어집니다. 3도의 오차가 나면 30m가 기울어지니 '피사의 사탑'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겠죠.
이 때문에 수직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첨단장비가 필요한 것입니다. 재래식 장비로는 100층 이상 올라가는 건물의 수직도를 정확히 측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CWCS는 GPS와 글로나스로부터 위치정보를 수신한 뒤 흔들림 등 외부요소를 보정해 각각의 좌표를 계산해냅니다. 이를 통해 건물이 수백m 높이에서도 땅과 90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죠. 123층이 완공된 뒤 기울기의 오차는 7㎝ 정도 된다고 하네요. 각도로 따지면 0.07도 정도 된다니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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