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인터페이스 변화에 주목하자

머니투데이 이덕수 네오피델리티 대표 | 2012.01.13 09:58
나는 '아이폰4S'가 출시되고 처음 접한 음성인식서비스 '시리'(Siri)의 가능성에 열광한다. 비록 베타버전이라고는 하지만 '시리'가 주는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한다. '시리'를 단순한 음성인식 기술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기술적으로는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 그리고 인공지능(AI)의 결합이고, 이미 오랫동안 연구된 분야다. 우리는 지금 몇 가지 기술의 결합에 의한 새로운 휴먼인터페이스의 탄생을 보는 것이다.

컴퓨터와 가전제품의 발전 속도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어 왔는데 인터페이스 기술과 패러다임은 변화가 굉장히 더디고 어렵다. 컴퓨터가 발명되고 나서 사람이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의 첫번째 혁명은 키보드였다. 지금도 키보드는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후 마우스가 발명됐다. 마우스가 없었다면 그래픽인터페이스(GUI)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화살표 키로 화면아이콘을 짚어내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짜증이 밀려올 것이다. 그리고 그 마우스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거의 대부분 컴퓨터 앞을 지키며 건재하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우리는 정말 드물게 발생하는 인터페이스 패러다임의 변화를 목도했다. 그것이 터치 인터페이스다. 손가락이든, 펜을 사용하든, 터치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페이스는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기 전에도 오랫동안 우리 주변에 있던 기술이다.

그런데 애플은 그걸 아이들도, 여자들도, 할아버지도 쓸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아이폰'이 단지 휴대폰시장을 흔들어놓은 것 뿐일까. 애플은 그들이 처음 발명하지는 않았지만 키보드와 마우스가 천년만년 지배할 것만 같던 세상에 터치를 추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냈다.

이제 우리는 모두 터치를 통해 세상과, 기계와 소통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됐다. 단지 몇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애플은 이제 기계와 말로 소통하자고 제안한다. 애플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의 음성 인터페이스를 포장해냈다. 명령어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를 나누듯이 이야기를 하면 되는 '시리'는 '스타트랙'에서 본 바로 그 장면처럼 기계와 음성으로 대화하는 방식을 현실화했다.

애플이 TV를 만든다고 한다. 애플이 TV를 만들면 리모컨 대신 '시리'를 휴먼 인터페이스로 들고나올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혹자는 기존 TV제조사들에 위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으로 휴대폰사업에 뛰어들어 단숨에 리더로 등극하고 노키아를 몰락시킨 것을 목도한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성공과 함께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화려한 부상이 있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삼성은 하드웨어 명가다.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에는 취약하다. 구글이 없었다면 삼성이 스마트폰에서 애플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비해 조금 덜 주목받고, 덜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역시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삼성이 그것을 증명해냈다. TV산업은 브라운관 TV에서 LCD TV로 넘어가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성장의 속도가 완만해져가고 있다. 그래서 TV제조사는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낼 새로운 화두를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LED TV, 3D TV, 스마트TV가 그 예지만 왠지 예전 같은 폭발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애플의 TV산업 진출을 주목하고 또 환영한다. 절대 쉽지 않은 변화, 인터페이스 변화를 동반한 제대로 된 스마트TV가 널리 쓰이는 세상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고 느껴져서다.

기존 TV업계 리더 삼성과 LG가 이러한 인터페이스 혁명이 만들어낼 변화, 성장 가능성, 발전에 주목하기를 바란다. 디자인과 성능으로 경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행동방식을 바꾸는 변화는 제조사에는 위기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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