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횡령'에 '조폭'까지...대학가도 국회 닮나?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 2012.01.07 10:49

[Campus Cafe] 총학생회, '학내 경제권력 저수지'...회계 투명성 확보필요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2년 전 한 지방 사립대학의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섰던 A씨는 선거관리위원회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후보자격을 박탈당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운동권인 기존 총학생회 간부들로 구성된 선관위가 한 투표소에서의 부적절한 투표를 문제 삼아 이른 아침 기습 회의에서 A씨의 후보자격 박탈 건을 '날치기 통과'시켰던 것이다.

A씨는 "비운동권 간부들에게는 안건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며 "운동권 간부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후보자격 박탈을 결정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심화된 취업난으로 과거보다 위세가 약해졌지만 총학생회는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예산과 각종 기념품 사업 등의 이권을 다뤄 학내 경제권력의 '저수지'로 불린다. A씨 경우처럼 운동권과 비운동권 사이 기성 정치판 뺨치는 '물밑 암투'가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학생회가 1년 동안 운영하는 예산은 재학생 수, 학생회비 액수, 회비 납부율, 학교 지원금 및 기업 협찬금 규모 등에 따라 다르지만 유명 사립대의 경우는 2~3억원에 달한다.

학생회에서 공금 유용 및 횡령을 비롯한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 것은 우선, 제대로 된 회계감사 규정이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대학들은 총학생회 예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회비 외의 회계 내역은 공개조차 하지 않는다. '눈먼 돈'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의 2010년 상반기 회계감사 결과를 보면 지출규모는 약 1억22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각각 약 4900만원과 5900만원이었던 이전 총학생회의 지출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급작스레 지출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난 까닭은 당초 학교 측 교비 지원금과 축제 후원금 등의 경우 결산 보고에 포함되지 않다가 당시 총학이 처음으로 예산의 모든 내역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학생회비를 제외하고는 총학생회 예산의 정확한 지출규모나 용처를 아무도 몰랐다는 뜻이다.

총학생회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비리의 유형은 간이영수증을 이용한 일명 '삥땅'이다. 예컨대, 수첩이나 달력을 비롯한 각종 기념품의 대금을 부풀려 계약한 뒤 차액을 남기는 방식이다.

지난해 연세대에서는 2009~2010년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신모씨(35)가 공금 73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학내에서 파문이 일었다. 연세대에 따르면 신씨는 수첩 등 기념품의 단가를 부풀려 영수증을 조작하고 개인계좌로 입금된 학생회비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가로챘다.

조폭들이 총학생회의 이권을 노리고 대학을 장악하는 촌극도 벌어진다. 최근 전남의 한 전문대학에서는 광양시내 한 폭력조직 행동대장 김모씨(37)가 총학생회를 '접수'하고 간이영수증으로 사용 내역을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년 간 학생회비를 갈취하는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총학생회의 '눈먼 돈'에 빠져든 김씨는 무려 8년 동안 자신의 조직과 연관있는 사람들을 총학생회장에 당선시켜 3억7000만원을 챙겼다가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한 서울대 학부생은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유일한 기구"라며 "학생 자치기구인 만큼 외부 개입보다는 스스로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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