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셔틀, 알수록 더 충격 "반 전체가 공범"

머니투데이 황인선 인턴기자 | 2012.01.05 16:16

한반 2명 교대로 '상납' 반전체가 같이 써... "선생님도 묵인" 주장까지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News1=박철중 기자
신종 학교폭력 '와이파이셔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교사들이 이를 알고서도 묵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도 오산시 A고교 3학년 B양(19)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반 친구들은 물론이고 담임선생님까지 와이파이셔틀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B양에 따르면 '와이파이셔틀' 학생의 하루는 등교하자마자 핫스팟을 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학생이 먼저 핫스팟을 선의로 켜는 것은 아니다. 소위 '일진'인 학생들이 와이파이셔틀을 할 것을 강요한다. 반에서 2명의 학생이 번갈아가며 와이파이셔틀을 하고 있다.

반에 무제한요금제를 사용하는 학생이 여러 명 있어도 소위 '일진'들은 핫스팟을 켜지 않고, 힘이 약한 학생들이 핫스팟을 켠다. 휴대폰의 핫스팟 기능을 켜면 배터리가 금방 닳기 때문이다. '와이파이셔틀'을 담당하는 학생들은 휴대폰 충전기를 학교에 가지고 다닌다.

학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와이파이셔틀'이 공유한 와이파이를 쓰고, 심지어는 다른 반 친구들까지 그 와이파이를 쓴다. 학생들은 이것을 일종의 '선의'로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반 전체가 공범인 셈이다.

'와이파이셔틀'을 하는 친구가 핸드폰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게 들키면 비난 세례가 쏟아진다. 다행히 반에 '와이파이셔틀'이 여러 명이라 맞지는 않는다. 가끔 용기를 내서 핫스팟을 켜기 싫다고 하면 '일진'들이 억지로 핸드폰을 뺏어서 핫스팟을 켠다.

B양은 "'와이파이셔틀'을 하는 친구가 견디다 못해 담임선생님께 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고 말했지만 담임선생님은 '친구들끼리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와이파이셔틀'이 만연한 가운데, 학생들은 '빵셔틀' '왕따' 등 기존의 학교폭력에 신종 학교폭력까지 이중고로 괴로워하고 있다.

B양은 "빵셔틀을 하는 친구가 와이파이셔틀도 한다"며 "같은 반 친구들은 그 친구한테 핫스팟을 켜달라고 말하거나 빵을 사오라고 할 때를 빼고는 말을 걸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고교의 C교사는 "교사들의 '와이파이셔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 같다"며 "아무래도 학생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를 교사들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C교사는 덧붙여 "셔틀을 시키는 소위 '일진'인 가해 학생들을 적발해 징계를 내려도 봉사활동에 그친다"면서 "대부분 성적이 낮은 '일진' 학생들은 오히려 교실에 있는 것보다 봉사활동을 반긴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징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4일 서울지방경찰청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전문 경찰관을 교육현장에 배치하는 '스쿨폴리스(학교지원경찰관 제도)'를 서울시교육청과 공동으로 운영키로 했다.

또한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이 은폐될 경우 장학사 등 지도·감독 권한자에게 강하게 책임을 묻기로 했고, '왕따' 가해 학생들만을 별도로 모아 교육시키는 '왕따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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