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버핏세 신설', 뒤통수 제대로 맞은 정부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12.01.01 01:01

감세 철회 양보에도 기습적 증세 법안 막지 못해…"조세정책 일관성 훼손"

현행 세율 유지로 끝난 줄 알았던 소득세 최고 세율이 결국 38%로 상향 조정됐다. 6만3000명이 5000억원의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됐다.

추가 세수를 확보하게 돼 2013년 균형재정 달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MB 정부가 추진해 왔던 감세 정책은 사실상 완전 종말을 고했다.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현행 4개 구간인 소득세 과표구간에 3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38%의 최고세율을 적용키로 하는 소득세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여야와 정부는 지난 27일 조세소위와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소득세에 대해서는 소득세 최고세율 35%를 유지키로 하는 정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정부는 대신 법인세 최고 세율 적용 과표구간을 '500억원 초과'에서 '200억원 초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30일 여야 의원 51명의 서명을 받아 '소득세 과표구간 2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38%의 세율을 부과한다'는 소득세법 수정안을 발의하면서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 법안'이 살아났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안이 있더라도 국회의원 30인 이상의 동의를 얻은 수정안을 동시에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한 법안 발의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재정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현행 세율 유지로 결정된 상황에서 최고세율 법안이 상정된 것은 "미스테리"라고 밝힐 정도로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적인 사태였다.

여당은 당초 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지만 한나라당이 입장을 바꾸면서 급물살을 탔다. 한나라당은 의원 총회를 거쳐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하는 선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으고 나성린 의원 외 31인의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본회의에서 이용섭 의원이 "3억원 초과 소득자는 전체의 0.17%에 불과해 무늬만 부자증세"라며 반대했지만 표결 결과 나성린 의원 안이 재석 244명, 찬성 157명, 반대 82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됐다.

3억원 초과 과표구간이 신설됨에 따라 총 6만3000명의 세부담이 커지게 됐다. 나 의원이 제출한 법안 설명에 따르면 3억원 초과 소득자는 근로소득자가 8000명, 사업소득자 2만명, 양도소득자가 각 3만5000명이다. 이들로부터 추가로 거둬들일 세금은 연간 약 5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소득세 최고 세율 현행 유지 입장이었던 정부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정부는 당초 정치권의 감세 철회 요구에 '정책 일관성'을 위해 '감세 기조 유지' 주장했지만 결국 지난 9월 일부 감세 철회를 수용하는 선에서 타협했었다.

하지만 정치권이 부자 증세 주장까지 나아가자 "감세 철회를 넘어 증세까지 가는 것은 너무 급격한 변화"라며 "차라리 내년 선거에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맞서 왔다. 결국 정부는 증세 요구를 막아내기 위해 법인세 최고 세율 적용 과표 구간을 당초 '500억원 초과'에서 '200억원 초과'로 양보하기까지 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회가 뒤통수 때리면 맞아야겠지만 조세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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