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제안할 '경평축구'란?

머니투데이 이효석 인턴기자 | 2011.12.30 08:12
1946년, 마지막 경평축구대항전에 출전한 선수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30일 박원순 서울 시장이 내년에 '서울-평양 축구대회'(경평전) 개최를 북한에 공식 제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평축구대항전'이 65년 만에 부활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평전은 한반도의 2대 도시였던 경성과 평양 간에 개최됐던 도시 대항 축구대회로, 말 그대로 경성을 대표하는 '경성축구단'과 평양을 대표하는 '평양축구단' 의 대결이었다. 일제 치하에 놓여있던 우리 민족이 심정적으로나마 일본에 대항할 수 있었던 민족의 한풀이 마당이기도 했다.

제1회 경평축구대항전대회는 1929년 10월 8일, 서울 원서동의 휘문고보(현 휘문고등학교)에서 펼쳐졌다. 민족의 단합과 항일 정신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당시 대회를 개최한 조선일보 안재홍 부사장은 개회사에서 "그저 축구 한 경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역량을 만천하에 과시하는 기회로 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양 팀은 '축구단' 대신 '군(軍)'을 붙여 '전경성군', '전평양군'이라고 서로를 부르며 전의를 불태웠고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에 걸쳐 3차전으로 치러졌다. 결과는 평양이 2승1무 승리.

제1회 대회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그 가능성에 주목해 바로 다음 해 2회 대회가 열렸다. 2회 대회는 경성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1930년 11월 28일 개최됐고 역시 3일 연속으로 3번의 경기를 치렀다. 매 경기 약 2만여 명에 달하는 구름 관중이 모이는 인기 속에 이번에는 경성팀이 2승 1패로 승리했다.

그러나 열기가 지나치게 과했던 탓에 경기 도중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응원단 간의 충돌까지 발생해 조선일보 주최 경평축구대항전은 2회로 그 막을 내리고 말았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조선축구협회는 경성축구단과 평양축구단의 대표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경평전의 부활을 논의했다.


당시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정식 축구단으로 출범했던 경성축구단과 평양축구단은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고, 이전 보다 더욱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립했다. 양 팀은 각자의 연고지를 번갈아 방문해 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고, 봄에는 경성에서 가을에는 평양에서 경평 정기축구전을 개최했다. 하지만 자리를 잡는 것처럼 보였던 경평전은 1935년, 판정 시비 등의 논란으로 다시 중단됐다.

경평전은 중단됐만 도시 대항 축구대회에 대한 팬들의 열기는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았다. 서울과 평양, 함흥 등 세 개 도시 간의 '3도시대항축구전', 주요 언론사들의 주최로 서울에서 10개 도시 대표축구팀들이 맞붙었던 '전조선도시대항축구대회' 등이 그 명맥을 유지하며 피식민 지배의 아픔을 달랬다. 이에 일제는 1942년 모든 구기 종목을 금지시켜버리며 우리 민족의 단합을 방해하기도 했다.

경평전은 결국 해방 이후에야 재개되었다. 1946년 3월 25일, 해방 이후 처음으로 경평축구대항전이 개최됐다.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는 만원 관중이 들어찼고, 해방의 기쁨과 건국 부흥에 대한 기대가 합쳐져 민족 최대의 스포츠 행사로 흥분의 도가니였으나 2차전에서 관중들끼리의 충돌이 일어나는 바람에 경찰이 공포탄을 쏘며 진압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고, 심판 매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3차전은 아예 열리지도 않은 채 경평전은 쓸쓸히 막을 내렸다. 이후 38선을 사이에 둔 남과 북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결국 경평전은 더 이상 열리지 못했다.

비록 경평전은 명맥이 끊겼지만, 경성축구단과 평양축구단은 이후에도 그 역사를 계속해, 남한과 북한의 대표팀에 그대로 수혈됐다. 김용식 선생을 비롯한 경성축구단의 주축 멤버들은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하는 데에 이바지했다. 북한 역시 한반도의 강호였던 평양축구단의 맥을 유지해 북한대표팀의 성장으로 이어갔고,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의 성과를 이뤄냈다.

이후에는 축구계 등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꾸준히 경평전 부활이 논의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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