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의 한 공무원이 지난 28일 부내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고강도 절전 규제대책을 시행 중 인 만큼 필요 이상의 난방 사용을 자제하자는 의미로 보이지만 실제 사정은 정반대다.
이렇다보니 건물 안은 말 그대로 '냉골', 한 낮에도 실내 기온은 10도 안팎에 머물고 있다. 특히 오후 6시가 넘으면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중앙난방을 차단하기 때문에 밤샘 근무라도 할라치면 추위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실정. 점퍼를 껴입고 각종 담요와 이불 등을 긴급 조달해 버티고 있지만 업무에 추위까지 겹치면서 피로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경부의 한 사무관은 "내복을 두 겹 껴입고 바람막이에 오리털 점퍼까지 중무장하고 있어도 추위를 견디기 어렵다"며 "특히 손가락이 얼어 페이퍼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무관은 "낮에는 그래도 화장실에 온수가 나와 한 번씩 손을 녹일 수 있지만 야간에는 온수마저 끊겨 말 그대로 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런 풍경은 지경부 이외에 대부분의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1만9000여 곳이 '솔선수범' 취지에서 전기사용량을 10% 감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다른 곳은 그래도 견딜만한데 발이 시린 것은 견디기가 힘들 정도"라며 "추위로 인해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26일부터 양말을 두 겹씩 신고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량이 많은 연말연시 직원들이 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업무 처리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자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의 공공부문 절전대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엄격한 난방 규제로 업무 처리에 일부 불편이 발생하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전 국민이 노력하는 상황 인 만큼 다소 불편하더라도 공공부문이 전력 감축에 솔선수범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