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北 개방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

머니투데이 류지민 기자 | 2011.12.26 11:41

김일성대 출신 南 금융인 최세웅 "북한에 남한의 M&A시장 열어줘야"

↑북한 출신 금융인 최세웅씨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의 경제 방향 등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사진/이기범기자 leekb@mt.co.kr
북한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최세웅씨(50)의 목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북한의 실상을 몸소 체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지난 23일 만난 최씨는 "김정은 시대를 맞아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이냐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북한에 무엇을 해줄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력은 만만치 않다. 외환금융거래 전문가로 북한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다 1995년 한국에 왔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했다. 영국에서 북·영 외환중개합작회사 사장으로 재직하다 남한에 들어 왔다. 여러 금융기관을 거쳐 현재는 한국의 유명 증권사 소속의 선물회사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 주식 살 수 있게 해야

최씨는 북한이 머지않아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개방의 길에 들어설 것이라며 "북한에 남한의 인수합병(M&A)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한이 북한에 몇 천불, 몇 억불을 퍼주는 것보다 북한 스스로 돈을 운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의 M&A 시장을 열어라.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방안을 물었다.

최씨는 "북한이 남한 기업들의 주식을 사서 M&A하면서 수익분배해서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기업운영을 배우게 하고, 자금조달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평소 상당히 고민한 눈치였다. 몇 번이고 '중요한 얘기'라고 강조하며 말을 이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배층이 이같은 남한 M&A시장 진출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을까. 최씨는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김정은은 김정일과 다르다고 했다.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자랐다. 외국생활을 많이 했기 때문에 시장경제에 대해 (김정일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지낸 김정은이 실권을 잡게 되면서 북한에 개방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의미다. 북한의 개방이 중국식으로 갈지 또 다른 제 3의 길을 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북한이 외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남한의 자세'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에 대해서 이제는 우리가 열어줘야 하고 남한부터 변해야 한다. 여기는 변하지 않으면서 왜 자꾸 북한에게는 변하라고만 하느냐. 북한이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싶다고 해도 그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국가운영체제에서 개인운영체제로 넘어갔을 때, 이것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앞일을) 모르는데 어떻게 함부로 문을 열겠나."


◇北 "자극하지 않는 게 좋다"

최씨는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들을 끌고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북한을 자극하면 안 된다. 들어가려고만 하지 말고 그들을 끌어내야 한다. 적극적으로 끌고 나오는 방법이 M&A시장 개방"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외국 가서 (투자를) 하겠다고 그러지 말고, 말이 통하는 한국에 와서 투자도 하고 배워 가라고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한국 기업도 투자를 받는 것이니 손해 볼 것이 없다. 북한에 혈세를 퍼준다는 비판도 안 나올 것이다."

무조건적인 대북지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너 이거 먹어라, 개방하면 우리가 쌀 줄게'라며 아랫 사람 대하듯 하는 대북지원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최씨는 "북한 주민들도 돈을 못 써봤으니까 모르는 거지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더 벌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며 "돈을 더 잘 벌기 위해 자꾸 정부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도 충분히 변할 수 있다"며 "다만 남한이 잘났다고 하면서 밀고 들어가면 반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M&A 시장 열어주고 정부에서 회사 운영을 해보라고 도와주면 교류가 생기고, '돈이 왔다 갔다' 하면 자연히 '사람도 왔다 갔다'하게 된다는 확신이다.

☞(이어서 계속) 北 지배체제는 "주식회사 형태로 움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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