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0대뉴스]④'아랍의 봄' 재스민 혁명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1.12.19 14:07

튀니지 한 노점상 분신자살 이후 이집트 등으로 확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김수영, '풀' 중에서)

올해 중동(Middle East)과 북아프리카(North Africa), 이른바 'MENA' 지역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뒤흔든 재스민 혁명. 수십여년 한겨울처럼 독재와 억압에 움츠려있던 사람들이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내 정치적 봄을 불러 왔기에 아랍의 봄으로도 불린다.

▲재스민혁명이 시작된 튀니지의 2011년 1월 시위 군중
혁명의 상징이 된 재스민은 페르시아어로 '신의 선물', 한자로 '말리꽃'인데 원래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지천으로 널린 풀이다. 값비싼 귀금속으로 치장할 여유가 없는 중동의 가난한 연인들이 꽃을 엮어 머리에 쓰거나 꽃다발을 만들 정도로 이 지방에 친숙하다.

이처럼 흔한 풀꽃의 이름이 피로 얼룩진 혁명의 아이콘으로 등장할 만큼 올해 중동은 여느 해보다 뜨거웠다. 2010년 12월 튀니지의 한 노점상 분신자살 이후 시작된 시위 사태는 대통령 축출로 이어졌고 그 불길은 국경을 넘어 이슬람 종교와 아랍 문화를 공유하는 MENA 주변국으로 급속 확산됐다.

소박하고 순수한 이 지역 젊은이들이 돌멩이를 손에 들고 거리에 나서 총포로 무장한 군경과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정치 경제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지에서 수십년간 이어진 철권통치에 따라 국민들의 피로감과 정치적 염증은 극에 달했다. 특히 이들 지역엔 전통적으로 출산율이 높아 젊은층 인구가 급증했는데 마침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뒤이어 유럽의 재정위기는 가뜩이나 일자리 부족에 시달린 젊은이들을 큰 고통으로 밀어넣었다.


설상가상 곡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들 지역은 올 초 전세계적 곡물가 상승 여파로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어려워졌고 억눌린 민심은 마침내 그 발화점을 찾은 것이다.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이 '시위자'인 점도 아랍의 봄과 무관치 않다.

이집트에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리비아에선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사진)가 잇따라 실각했고 특히 카다피는 수개월간 저항하다 끝내 어느 시골의 도로변 수도관에 숨어 있다 발견돼 사망하는 초라한 최후를 맞이했다.

재스민 혁명 발발 1주년에 이른 아랍권 각국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튀니지는 비교적 빠르게 민주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군부의 입김이 센 이집트에선 무바라크 이후 권력을 장악한 군부와 시민이 갈등을 빚고 있다. 카다피 통치 시절부터 부족 간 반목이 심했던 리비아 역시 국가재건을 위해 국력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시리아의 부자세습 정권은 유혈 진압으로 거센 시민의 분노를 막는 데 급급하다. 예멘의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정권이양을 약속했다. 중동 제일가는 부자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서둘러 오일달러를 풀어 급여를 인상하는 등 국민 불만을 잠재우는 데 골몰했다.

새해에도 어김없이 지중해 남부 해안가엔 재스민 꽃향기가 퍼질 것이다. 2012년 아랍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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