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금성제일고교에선 지금 어떤 일이…

홍찬선 베이징특파원  | 2011.12.26 09:24

[머니위크]홍찬선 특파원의 China Report<12>

편집자주 |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비행기로 2시간도 채 안 걸린다. 1년에 왕래하는 사람이 600만명을 넘고, 교역량도 2000억달러를 초과했다. 5000년 역사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1948년부터 1992년까지 국교가 단절돼 있던 44년 동안, 매우 멀어졌다. 아직도 생각과 체제에서는 좁혀야 할 게 많다. 차이나 리프트는 홍찬선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이 2주에 한번씩, 먼 중국을 가깝게, 가까운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문; 북한의 고등학생들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나요?
답; 고등학생은 인터넷 이용이 허용되지 않고 인트라넷만 사용합니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합니다.
문; 학생들은 휴식시간이나 방과 후에 어떻게 지냅니까?
답; 축구나 보드게임 등을 즐겨 합니다. 세계 여느 나라 청소년과 비슷하게 바르셀로나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가 북한 고등학생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여름방학에는 원산에 있는 해수욕장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는 말을 들었고요….
문; 북한이 식량이 모자라 기근을 겪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굶어죽었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답; 북한에 머무는 동안 기근이라기보다는 약간의 식품 부족현상을 느꼈을 뿐입니다.
문; 최근 북한 고등학생들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무엇이 있나요?
답; 내년 4월에 개최될 예정인 김일성 전주석 100주년 생일 기념식에서 공연될 단체무용(매스게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2011년 12월10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6시(현지시간). 토끼해를 20일 남겨놓은 때,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의 부도심 중 하나인 차오양(朝陽)구 신둥루(新東路)에 있는 허름한 서양식 카페인 '제임스 조이스 바(James Joyce Bar)'에선 2시간 동안 북한의 고등학생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강의와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참여한 사람은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국의 특파원 50여명.

이날 강의를 하고 질문에 답변한 사람은 스튜어트 론(Stewart Lone) 교수. 호주의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사회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론 교수는 지난해 평양에 있는 금성제일중고등학교에서 7주일 동안 영어를 가르쳤다. 금성제일중고등학교는 북한 전역에서 컴퓨터 프로그램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사회 지도층으로 육성하는 엘리트 양성 학교로 알려져 있다.

론 교수는 "북한을 두 번 방문했는데 두 번째 갔을 때 13~16세의 남학생 100명에게 영어를 가르쳤다"고 밝혔다. "19명씩 반을 나누어 영어 수업을 했는데 영어 구사 능력이 일본 학생들보다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로벌 이슈에 대해 발표를 시키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외부 세계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에너지의 비효율적 사용과 환경오염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그는 "금성제일중고등학생들은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교에 머물면서 정규 수업을 받거나 방과 후에 숙제 한다"며 "체육시간이나 휴식 시간에는 축구 배구 농구 같은 스포츠와 비디오 게임이나 보드게임 등을 한다"고 소개했다. "북한에는 4개의 TV 채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케이블TV여서 스포츠와 다큐멘터리 등을 방송하며 「톰과 제리」같은 애니메이션이나 카툰 만화 등도 방영돼 어린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론 교수는 "학생들은 또 「셜록 홈즈」같은 탐정 소설이나 영화를 즐겨 보며 모험심을 기르기도 한다"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노래는 물론 최신 유행 가요도 즐겨 부르고 소규모 오케스트라 연주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일요일에는 부모와 함께 쇼핑을 하러 가기도 하고 빙판에 가서 스케이트를 타기도 하고 특별히 할 일이 없을 경우엔 학교 도서관에 가서 공부한다."

그는 "금성제일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꿈은 3~5가지로 묶을 수 있다"며 "과학자, 특히 컴퓨터 과학자와 발명가 및 물리학자 등이 되겠다는 학생이 많으며 선생님도 선호 직업 중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곳 학생들은 영어는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할 만한 실력을 갖췄으며 제2외국어로 중국어는 물론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을 공부하고 있다. 반면 일본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론 교수는 "김일성 전 주석의 100주년 생일인 내년 4월에 성대한 기념식을 하기 위해 평양 곳곳에서 수많은 이벤트가 준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모든 학교에서 집단적으로 하는 거대 집체 체조는 물론 소규모 공연 등도 함께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특히 여학생들은 매스게임을 위해 거의 매일 연습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평양에서 휴렛팩커드(HP)나 매킨토시 에이서 도시바 등의 컴퓨터 가격은 기능에 따라 다르겠지만 400달러 정도 한다"고 소개했다.

론 교수는 '북한에 머물면서 북한의 좋은 면만 보고 들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아일랜드에서는 앵글로색슨이 아일랜드를 정복해 착취했다고 가르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ANC 등을 강조한다"며 "호주에 있으면서 북한과 관련된 좋지 않은 뉴스를 많이 봤지만 북한에 갔을 때는 가능한 한 직접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가서 중고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된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호기심(Curiosity)"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다른 나라와 달리 독특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직접 보고 싶었으며 기회가 된다면 이란에 가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고 듣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외국인기자클럽(FCCC)이 준비한 이번 론 교수의 강연은 당초 1시간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질문으로 2시간 동안 강연과 질의응답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공식 모임을 끝낸 뒤 상당수는 맥주집에 남아 북한의 평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모임을 끝냈을 때는 최근 11년 이래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진 개기월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과 베이징은 닫힌 공간이면서도 열린 공간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호주의 대학교수가, 평양의 금성제일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겪은 일을, 베이징에서,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공유한다는 것. 론 교수의 시각으로 굴절됐을 평양의 한 단편이지만, 북한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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