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시장, "제가 누구 편을 들겠습니까"

뉴스1 제공  | 2011.12.14 18:58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희망서울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청 News1 이준규 기자




"여러분들 마음에 100% 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누구 편을 들겠습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마디에 술렁이던 장내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박 시장은 14일 오후 시청 후생동 강당에서 열린 '희망서울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런 모임에 누가 (나처럼) 이렇게 와서 길게 앉아 있느냐"며 자신이 시민의 편에 서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뉴타운이 내가 벌려놓은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뉴타운을 처음 시작할 때는 다들 벌떼처럼 일어나서 하자고 했었지 않나. 우리가 품격과 지식이 있어야 이런 일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번에 이 문제(뉴타운)만 가지고 다시 얘기할 테니 오늘은 논의 주제에 대한 내용을 조용히 들어주시기 바란다"며 참여자들의 경청을 권유했다.

토론회의 주 목적은 여론조사를 통해 서울시민들이 정책에 느끼는 바와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가 한 달 동안 서울시정 전반에 걸쳐 그린 큰 그림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었다.

변미리 시정개발연구원 미래정책연구단장이 '서울시민 정책욕구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김수현 자문위원장은 '새로운 시정비전과 정책과제'라는 제목으로 자문위원회의의 경과보고를 했다.

이 내용을 토대로 홍준형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하고 조명래 단국대 교수, 신종원 YMCA 시민사회운동부장, 고규영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강감창 서울시의회 건설위원장,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토론자로 참석한 지명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자들은 ▲막연한 비전제시와 별도로 구체적 정책과 시스템 제공 ▲구청, 시민단체 등 다양한 단체와의 관계 재정립 ▲종상향 등 용적률에 대한 유연한 접근 ▲마을공동체를 위한 리더 육성 ▲서울의 특성을 살리는 정책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소란은 시민토론 시간에 발생했다.

토론시간에 발언권을 얻은 시민들은 모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뉴타운 개발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돈암동에서 왔다는 한 주민은 "뉴타운 개발을 하겠다며 저질러지는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깡패랑 싸우는 등 전쟁하는 사람들에게 '사람사는 서울', '복지'라는 말을 얘기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일단 만연한 불법부터 시정하고 정책을 펼치던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신동 주민도 "뉴타운 개발을 하려는 한 지역에 많게는 1만호의 세입자들이 있다"며 "이 집과 사람들 밀어내고 뉴타운 개발하면 아무리 8만호 임대주택을 지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강감창 위원장이 종상향 얘기를 했는데 이건 역적의 말"이라며 "새로운 주택단지가 형성되면 그곳에 살던 세입자들은 다 쫓겨나야 한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이에 강감창 위원장이 "서울시의 주택물량을 확보를 해야 서민들이 살 공간이 생기는데 개발할 택지가 없다"며 "종상향을 통해 밀도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하자 객석에 있던 시민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답답하네", "전문위원이라는 사람들이 사실을 모른다"며 점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 시민은 "지금 이러는 사이에도 주민들의 잠자리가 무너져 나가고 있다"며 "당신들이 거기 한번 살아봐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시민들의 성토는 이어졌고 토론회는 본래의 취지를 잃어갔다.

그러자 다음 일정 때문에 지연되는 토론회에 끝까지 참석하기 힘들었던 박 시장이 일어나 발언을 시작했다.

박 시장은 "여러분들이 큰 고통을 겪는 데에 비해 많이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청중들을 위로하는 말로 운을 뗐다.

그가 "힘들어도 여러분의 얘기를 열심히 듣고자 하는데 아까처럼 하면 행사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다"며 "더 심해지면 이런 행사를 못 할 수도 있다"고 하자 장내가 일순간에 숙연해졌다.

그는 이어 "어제 방에서 새벽까지 일하느라 어제 집에 못 들어갔다"며 "시민을 위한다는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는 내게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타이르듯 말했다.

끝으로 "굶주리는 백성을 위해 궁 밖에 솥을 걸어놓고 백성들을 먹인 세종대왕을 감히 흉내 낼 수는 없겠지만 마음만은 같다"며 "내가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고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으니 함께 듣자"고 말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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