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0대뉴스]⑤월가의 탐욕을 멈춰라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11.12.19 14:07

부자증세 논쟁 부추겨

'중앙은행(FRB)을 끝장내자!' '기업의 탐욕을 멈춰라!'

한가로운 가을로 접어드는 여유로움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9월 뉴욕 맨해튼은 이 같은 구호가 적힌 피켓 더미와 저마다의 목소리로 고조된 군중들로 가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의 상징인 월스트리트에서의 파란이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갈지 아무도 몰랐다.

월가시위의 시발점은 인터넷이었다. 지난 7월 캐나다의 한 시민단체가 발간하는 애드버스터스라는 잡지에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그로부터 두 달 후 월가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시위대의 타깃은 '월가' 그 자체였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국을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월가에 쏟아 부었지만 이는 경제적 양극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사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할 곳이 없었던 사람들로 하여금 '돈'과 '직업'이라는 인간 삶에 필요한 원초적인 의제들을 갖고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앤드류 소킨 뉴욕 타임즈 기자는 "월가 점령 시위 이면에 2008년 금융위기 후 나날이 확대된 빈부격차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빈곤층의 수는 4600만명으로 지난 1959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최저소득 이하 빈곤율은 15%로 17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세금인상에서부터 지구 온난화 등 사회 전반의 다양한 요구들이 의제로 떠올랐다. 로스앤젤레스(LA), 앨라배마, 휴스턴, 오스틴 등 미 전역 900여개 도시에서 각 지역 이름을 딴 점령시위가 동시다발로 일어났다.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도 시위에 공감을 표했다. 진보성향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를 비롯 영화배우 수전 서랜든,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그들이다. 헤지펀드의 거물 조지 소로스는 "그(시위대의) 심정이 이해간다"고 말했고,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자신을 포함한 소수의 부자들에 대한 세율을 높여야 한다며 '반(反) 월가'의 선봉에 나섰다.

시위는 시작된 지 3주도 채 안 돼 다양한 연령층과 노조를 비롯한 진보단체가 가세하면서 사회변혁운동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명확한 아젠다와 시위를 이끌 리더, 대안의 부재 등으로 한계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의 데이비드 메이어 교수는 "시위를 시작하도록 하는 잠재력은 충분히 있지만 현재로선 운동이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참여자들은 다른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달 조금 넘게 벌어진 월가 시위는 무엇보다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경종을 올렸다는 점에서 제1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소비자의 상환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채 돈벌이에 급급한 금융회사들에게 잃어버린 공공성이란 이름을 되찾게 해줬다.

소득 양극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계기도 시위를 통해 확산됐다. 성장일로를 걸을 것만 같던 미국식 시장경제 모델이 양극화와 실업률이라는 부작용을 낳아 결국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물리적으로도 새로운 시위형태를 시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메시지를 전파했다. 경찰이 최루탄의 일종인 '페퍼 스프레이'를 뿌리는 장면이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무정부주의적 시위라는 점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리더 없이 자원봉사자를 자칭하며 스스로의 일정을 관리했고 결정은 모두가 모인 총회에서 이뤄졌다.

73일 간의 월가 점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시위의 진원지였던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 된 이후 막을 내렸다. 시위대의 바람대로 월가의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장악하진 못했지만 불의에 맞선 용기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점령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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