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없는 둘만의 공간, 열흘 1만2천명 '로그인'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 2011.12.09 05:30

[청년기업가대회 수상기업 탐방] <2> 연인들 위한 앱서비스업체 'VCNC'

지난 2일 찾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허름한 건물 2층에 위치한 VCNC 사무실. 벽과 화이트보드, 책상에는 회원들로부터 온 수많은 피드백과 올 연말까지 해결해야 할 수십 개 과제를 적은 종이들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정식 서비스 개시 10일만에 1만2000명의 회원을 돌파한 성장세를 말해주는 듯했다. 박재욱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팀원 김영목(왼쪽부터) 이정행 우경재씨가 비트윈(between) 서비스가 띄워진 태블릿PC와 휴대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안은나 인턴기자 coinlocker@
연인들을 위한 모바일 앱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한 어플리케이션 안에서 메시지를 주고받고, 사진첩에 들어가 사진을 올리고, 편지함으로 들어가 글을 남기거나 댓글을 단다. 오로지 둘 만의 공간이다. 간직하고 싶은 사진과 편지는 추억상자에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오프라인으로도 받아볼 수 있다.

기업가정신재단이 주최한 청년기업가대회에서 딜로이트상을 수상한 VCNC는 연인끼리만 소통하고,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앱 서비스 ‘비트윈(between)’을 지난달 22일 선보였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나 심지어 모르는 사람이 내가 올린 메시지를 읽을 때 오는 불편함, 원하지도 않는 사람이 친구로 뜰 때 느끼는 불편함을 걷어내 버린 것이다. 그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는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고, 사진을 올리고 보관할 때는 웹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지만, 비트윈은 메시지와 글, 사진 등을 모두 한 군데 모아 볼 수 있도록 했다.

"폐쇄성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비트윈의 핵심은 ‘연결된 두 사람’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개방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인기를 끌면 끌수록 사람들의 ‘소셜 스트레스’도 커진 게 사실. 직장 상사가 나를 팔로잉하고 있으면 직장에 대한 글을 쓰기 조심스럽고, 가족이 페이스북 친구로 등록돼있으면 내 모든 관계가 한 번에 드러나는 게 염려스럽다. 박재욱 VCNC 대표(27)는 이 점에 착안해 폐쇄적 소통이 가능한 서비스 비트윈을 만들었다. 상대방에게 신청을 한 뒤 수락이 돼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서비스 초기 타깃은 자연스럽게 연인과 부부들이 됐다. 박 대표는 서비스가 정착이 되면 서비스 대상을 ‘두 사람’에서 ‘그룹’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폐쇄성을 기반으로 한 아이템은 이미 미국에서도 검증된 모델이다. 서로 허락한 사람들이 그룹으로 묶여 채팅을 하거나 위치를 공유하는 서비스 ‘그룹미(groupme)’는 출시 1년 반 만에 스카이프에 8500만 달러(한화 약 960억원)에 매각됐다. 얼마 전 페이스북이 인수한 ‘벨루가(beluga)’나 ‘패스트소사이어티(fast society)’ 등도 모두 폐쇄성을 무기로 성공했다. 기존 SNS들의 사생활 노출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생긴 사람들의 반발 심리를 주목한 덕분이다.

VCNC는 다만 연인이나 부부도 자신들을 주변 친구 등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사진이나 글 등 둘만의 정보가운데 원하는 것은 페이스북으로 내보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폐쇄성이 주는 고립감을 해소할 기능도 마련해 놓은 것이다.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의 가능성"

연인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잠재력에 비해 아직 개척이 덜된 분야이다. 박 대표는 "올해 나온 각종 통계 자료를 보니 국내에만 800만 명의 커플이 있다.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3.6회 데이트를 하는데, 1회 데이트 비용으로 7만원 정도씩 지출한다고 하니 이 정도면 시장성이 충분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주목한 것도 연인들은 상호 소통 빈도가 높고, 순간 순간을 저장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연인들은 선물을 주고 받는 빈도도 높고, 상품이나 서비스 아이템 구매력도 크기 때문에 향후 비트윈이 수익을 확보하기도 유망하다.


"모바일 커머스와 광고로 수익 창출"
비트윈의 수익모델은 두 종류다. 우선 모바일 커머스. 커플들이 추억상자에 담아놓은 사진을 VCNC가 오프라인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연인들이 비트윈의 추억상자에 차곡차곡 사진을 정리하면 모양 그대로 출력해 사진첩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꽃이나 선물 등을 쿠폰 형태로 판매하는 것도 활용할 계획이다.

또 하나는 광고. 박 대표는 "모바일 광고가 가뜩이나 작은 화면 때문에 사용자에게 불편만 초래하기 쉽다"며 "공연업체나 선물용품 업체와 연계해 커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할인 쿠폰을 광고를 보면 주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원 수만 충분히 확보하면 연극이나 영화, 초콜릿 가게, 놀이공원 등 커플을 대상으로 광고하려는 업체는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론칭 10일만에 1만2000명이 몰려"
VCNC는 비트윈을 론칭하기 전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지난 7월부터 50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3달 동안 알파, 베타 서비스를 실시했다. 피드백을 통해 디자인, 댓글 기능 등을 추가해 지난달 22일 정식 서비스를 선보였고, 10일 만에 1만2000명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지금도 이모티콘을 넣어달라거나 디데이 기능을 설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피드백이 하루 평균 100여 건씩 들어오고 있다. 하루 평균 메시지 전송이 11만5000여건, 사진 전송은 1만5000건에 달한다. 박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 소중한 사람과 끈끈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창업스토리] "직접 만든 서비스로 세상 바꾸겠다"


‘비트윈’의 타깃은 커플이다. 여성 팀원이 있을 법도 한데, 박재욱 대표를 포함한 팀원 8명이 모두 남자이다. 박 대표의 대학(서울대 전기공학부) 친구들과 후배들, 병역특례업체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모이다 보니 그렇게 됐다. 박 대표가 기획을, 다른 한 명이 디자인을 맡고 여섯 명이 개발을 담당한다. 개발 인력 중 두 명은 박 대표와 함께 모바일 서비스 업체 인포뱅크에서 일하며 채팅서비스인 ‘엠엔톡(m&talk)’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빌 게이츠같은 IT기업의 대표가 되고 싶어 전기공학부를 선택했고, 대학에서 마음 맞는 동료들을 만난 뒤부터는 창업이 현실이 됐다. 팀원 모두가 ‘직접 만든 서비스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후 학교 강의실에서, 전산실에서, 자취방에서 밤을 새우며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VCNC는 스스로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VCNC(Value Creators & Company)라는 회사이름을 짓기 전부터 모임 이름을 ‘밸류 크리에이터스(value creators)’라고 지었다. ‘가치가 있는지, 실제로 사용자들이 좋아하는지, 어떤 불편함을 해결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한 결과가 바로 비트윈 서비스이다. 기존의 SNS가 워낙 많은 사람을 상대로 하다 보니 가족이나 연인 같은 중요한 관계가 상대적으로 소외됐고, 그런 소중한 관계에 주목해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VCNC 팀원들은 한 목소리로, “회사취직보다 중요한 게 꿈”이라고 말했다. 직접 만든 서비스와 제품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는 것. 창업하기 전 기업에서 일해 보면서, ‘큰 기업보다 작은 기업에서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창업을 확신하게 된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좀 둘러가고 깨지더라도 젊을 때 도전하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싶다”며 “사람들이 다수와 소통하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중요한 관계를 비트윈을 통해 복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 기자 hyde@

[멘토 코멘트]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
"소셜시대의 '안티소셜' 위험하지만 가능성 높아"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
SNS의 등장으로 사회 구성원들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이용자들 대부분이 친구 늘리기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정말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SNS는 찾아보기 어렵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수백, 수천 명이지만, 순수하게 마음을 나누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친구는 열 명을 넘기지 않는다. 개인의 SNS는 어찌 보면 다수의 군중에 둘러싸인 외로운 ‘온라인 섬’이었던 셈이다.

VCNC는 이런 문제를 파악해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비트윈’을 론칭했다. 메시지만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진을 공유하고 장문의 글을 써서 보관할 수도 있다. 다수가 아닌 정말 중요한 한 사람과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어 주는, 인간 본연의 욕구에 충실한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소셜시대에 안티 소셜을 지향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겠으나 니즈가 큰 부분이라고 예상돼 멘토가 됐다.

VCNC의 최대 강점은 대표와 팀원들의 실력. 모바일 서비스업체 인포뱅크에서 채팅서비스를 직접 개발해본 경험이 있고 거기서 얻은 노하우를 살려 비트윈을 개발했다. 개발 초기부터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시작하지 않고, 알파, 베타 서비스를 거치면서 기능을 추가하고 다듬은 점도 인상적이다. 준비 과정에서 시범 서비스를 사용해본 이용자들에게 받은 피드백은 고스란히 VCNC의 자산이 됐다.

폐쇄성이 서비스의 정체성이지만, 다수를 상대로 하지 않는 그 자체가 한계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확장의 여지를 남겨놓아야 한다. 서비스 주요 타깃은 커플이지만, 친한 친구나 가족들과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릴 필요도 있다. 커플이 자주 가는 장소나 선물 아이템 등을 둘만의 비밀로 가지고 있게 하기보다 공개해 나눌 수 있게 하면 서비스가 더 빠르게 확장될 것이다. ‘정말 중요한 사람을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라는 문제에서 출발한 서비스인 만큼, 사용자들에게 어떤 만족과 가치를 주는지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일 터다.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홍보하기보다 서비스가 필요한 층을 우선적으로 공략해야 할 것이다. 커플이나 친한 친구들이 자주 가는 극장이나 식당 등을 연결해 마케팅 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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