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쾌척 '유쾌한 富者' 그뒤에 '눈물어린 父子'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 2011.12.09 05:50

[2011 당당한 부자]<12> '아너소사이어티 멤버'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

"그냥 신문보고 했어요. 아침에 한 신문에서 기사를 봤는데 취지가 너무 좋아서요.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전화해서 '끼워줄 수 있느냐'라고 물었죠."

'1억원'이라는 큰돈을 왜 기부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으레 그런 겸양 섞인 대답이 나올 줄 기대했던 터라 예상치 못한 답변에 반사적으로 '그냥 신문보고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어색하게 웃으며 "제가 한 번 꽂히면 바로 지르거든요"라고 한마디 덧붙인다.

늘 스스로를 '빚쟁이'로 소개하는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55·사진)의 얘기다.

박 회장은 2010년 1월 2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년간 2000만원씩, 총 1억원 기부를 약정하고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모임은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운영하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법인이 아닌 순수한 '개인돈' 기부만 인정된다. 박 대표는 최신원 SKC 회장 등에 이어 18번째 회원으로 가입했다.

"취지에 공감해서 별다른 계획 없이 당일 결심한 건 맞아요. 물론 솔직히 개인적 욕심도 있었죠. 유명해지는 거요. 저 말고 '아너 소사이어티'요. 제가 가입해서 기사라도 한 줄 나오면 저처럼 가입하는 사람이 또 나올 거라 생각했죠. 이 좋은 모임 회원 수가 전국에서 17명 뿐이라는 게 안타까웠거든요."

그의 소망은 현실이 됐다. 박 회장이 가입한지 열흘만에 2명의 회원이 추가로 가입하는 등 회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올 12월 현재 67명의 회원들이 기부하거나 약정한 금액은 총 100억500만원에 달한다.

박 회장의 첫 기부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교인 흑산초등학교 운동장 문을 고치는 데 100만 원을 난생처음 기부했다. 그 이후 모교와 지역사회에 적은 금액이나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 모두 마음의 '빚' 때문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흑산도에 살았어요. 홀로된 어머니와 함께 매일 끼니 걱정하는 궁핍한 살림살이였죠. 초등학교 졸업하고 뱃일이나 거들면서 입에 풀칠하는 게 제 운명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삐뚤어졌어요. 희망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름 없는 천사'들과 지역사회 분들의 도움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을 저버린 거죠. 그 때 결심했습니다. 나도 크면 저렇게 살겠다고요."


마음에 뿌려진 나눔의 씨앗에 '물'을 준 것은 어머니였다. 지난 9월 귀천한 어머니는 남 도울 여유 없는 팍팍한 살림살이를 꾸리면서도 박 회장의 나눔에는 언제나 기꺼워하셨다. 그 때문에 부의금 5000만원도 전액 기부했다.

"뻔한 살림에 뭐 하러 자꾸 퍼주냐고 한 마디 하실 법 한 데 항상 격려해주셨어요. 너무 좋아하시니까 자꾸 또 하고 싶었죠. 항상 '너 잘되라'는 말 대신 '바르게 살라'라고 하셨죠. 궁핍했던 시설이 떠올라 싫다며 흑산도 근처에도 안가시던 분이 고향에 기부하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어요."

시간이 흐르며 물러지던 마음을 굳건하게 다져준 것은 아들 동훈씨다. 올해 스물 일곱인 동훈씨는 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근위축증이란 온몸의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는 병으로 근육이 말라붙으면서 뼈가 휘어져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두 살 때 진단을 받아 25여년을 투병한 그는 현재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내가 잘나서 잘 살아왔다는 생각을 스스로 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 강연에서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다'는 말을 듣게 됐죠. 그 날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제 점수를 매겨보라고 했더니 낙제를 간신히 면하더군요. 그 때부터 가정에서의 소통에 힘을 썼습니다. 아들에게도 내 아이여서 고맙다고 항상 감사했습니다. 아들을 처음으로 목욕시키는데 '고목'처럼 말라붙은 아들의 몸이 '두렵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렇게 눈물로 싹 씻고 나니 제가 변하기 시작하더군요."

박 회장은 내년에는 신체봉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내 아들 같은 약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 소망을 이루기위해서는 기부 이외에도 몸으로 하는 실천도 동반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년에는 동훈이를 통해 인연을 맺은 푸르메재단(장애인재활공익재단) 봉사활동에 자주 참여하려고 합니다. 거창한 것은 없어요.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많은 제게 나눔은 '의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망설였지만 자꾸 하니까 쉬워지더군요. 나누세요. 그 순간부터 내가 몰랐던 다른 세상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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