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 FTA 협상 후유증 줄이려면

머니투데이 로스 기즈멘 인베스트코리아 투자홍보위원  | 2011.12.07 05:25

자유무역 협상 개선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익숙한 정치인의 싸움을 보게 됐다. 흥미롭게도 나는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던진 것을 미국 친구에게 전해들었다. 매우 놀란 친구는 그 이유를 물었다. 나는 경제제국주의를 비판하거나 한국인의 치열함을 언급하지 않고도 이번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자유무역은 전반적인 복지 수준을 높여준다고 하는데, 일부에 득을 주지만 또다른 집단에는 해를 끼치기도 한다. 곧 자유무역에도 승리자와 패배자가 존재하는 셈이다. 한·미 FTA는 국내 제조업자, 특히 대미 수출을 매년 7억6400만달러 늘릴 수 있는 자동차업체에 가장 도움이 된다. 반면 최대 패배자는 국내 농업이며, 이는 미국 농산물의 3분의2가 즉시 관세 없이 수입되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선 자동차 관련 무역적자가 상당히 부담이 됐다. 이에 2007년 FTA협상안에서 자동차 무역 관련 내용이 2010년 재협상을 통해 변경되었다. 국내 자동차 및 트럭 관련 관세가 조정되고, 일부 안전규정이 미국업체에는 적용되지 않는 등 미국 자동차업체가 혜택을 보게 됐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물리적인 충돌이나 한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대규모 시위에 의존하지 않고 이런 양보를 받아낼 수 있었는가. 미국인들이 더 침착하거나 협상기술에서 더 뛰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핵심적인 이유는 무역협상 진행체제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한·미 FTA협상은 다른 국제협상과 마찬가지로 로버트 퍼트남이 '투 라인 게임'(two-line-game)으로 부른 법칙을 따랐다. 퍼트남에 따르면 계약이나 조약을 협상하는 두 국가는 협상을 국내와 국제, 두 단계로 진행해야 한다. 각 국가는 국제협상을 이끌 대표를 임명하면서 그가 얼마나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지도 정한다.

미국의 무역정책 결정은 '무역진흥기구'(TPA)를 통해 이뤄진다. TPA의 강점은 국회가 일반적인 입법절차를 중단하고 FTA의 입법절차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TPA는 시간제한이 있고 '노-어멘드먼트'(no-amendment) 시스템이어서 협상 대표는 모든 국내 이해당사자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특히 TPA는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경우 첫번째 FTA였던 칠레와의 FTA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칠레 FTA의 주요 당사자는 '농부정당' 이었고, 그들은 농업 이익집단을 위해 FTA 절차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작전을 활용했다. 이는 FTA의 영향을 받는 농부들에게 좋은 진전이었지만 FTA가 국가 간에 이미 체결된 후여서 협상 과정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2004년 6월 대한민국 국회가 한·칠레 FTA를 비준한 지 2개월 후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령 121조를 통해 한·칠레 FTA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121조에는 차후 FTA협상 때는 청문회를 열어 공공 의견을 참고하도록 돼 있다. 미국과 FTA협상이 시작된 후인 2006년 6월 협상에 따른 일부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한·미 FTA 국회 특별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의도는 좋았으나 협상자들은 특별위원회의 동의가 전혀 필요 없는 상태였다.

이처럼 행정체제가 달라 미국과 한국 국회의 반응이 상이한 게 놀랄 일은 아니다. 미국 TPA와 비교하면 한국 협상자는 무역협정 협상 때 의회의 구속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특별위원회는 보고서를 요청하고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지만 협상을 중단시킬 권한은 없다. 아마도 한국 협상자가 제약이 더 많았다면 미국에 더 많은 요청을 했을 것이고, 양보도 더 적게 했을 것이며, 국회에서 물리적 대립이나 시민 시위도 감소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무역과 투자가 국내 경제 발전에 중요해 한국 정부는 FTA협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와의 추가 조약도 검토 중이다. 미국 TPA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하는 건 좋지 않겠지만 국내 무역협상체제를 조정해 협상 진행자들과 의회가 협의를 진행하도록 만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조치가 앞으로 무역협상을 원활히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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