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있어야 입주, '그들만의 저택'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11.12.08 09:12

[머니위크 커버]커지는 실버산업, 은맥을 캐라/ 갈 길 먼 실버주택

“부자만 들어갈 수 있는 곳 아닙니까?”

한 대기업의 부장 A씨는 ‘실버주택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못박는다. 최소 수 억원의 돈이 있어야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A씨는 몸이 편찮은 아버지와 일흔이 넘은 어머니를 실버주택에 모시려고 수소문을 했다. 현실적으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래봐야 면적이 좁고 월 생활비가 상당했다. 결국 A씨는 부모님을 실버타운에 모시려던 계획을 포기하기로 했다.

A씨가 고심했던 실버타운의 면적은 불과 10평 남짓. 분양가격은 1억5000만원 정도다. 침대와 화장실만 덜렁 있는 병실 분위기다. 반면 매달 납부해야 하는 비용은 70만원이 넘는다. 식비와 관리비 명목이다. 난방비나 상·하수도비, 전기세 등은 별도다. 해당 면적은 이 실버타운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이다.

50평형 기준 분양가는 7억6000만원이나 됐다. 별도로 월 130만원 이상의 생활비가 들어간다. 매일 식사와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는 하지만 매달 납입해야 하는 금액도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곳의 비용은 그나마 애교 수준이다. 임대 형태로 입주자를 모집하는 다른 실버타운의 보증금은 8억원이다. 최고급으로 알려진 분당의 또 다른 실버타운의 분양가는 12억원을 넘는다. 실버타운 입주는 그야말로 사회적 성공을 의미하는 셈이다.



◆노인 늘었지만 실버주택 수 여전히 적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말 10%를 넘어섰다. 2020년이면 14%를 상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지만 노인주거시설 중 하나인 노인복지주택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전국적으로 노인복지주택은 22곳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11년 노인복지시설현황에 따르면 2010년 말까지 서울시 내 10곳을 비롯해 경기도 6곳, 부산 2곳, 인천·강원·전북·경북 등이 각각 1곳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신고된 노인복지주택은 4647가구다. 서울 1544가구, 경기 2423가구, 부산 283가구, 인천 216가구, 강원 30가구, 전북 150가구, 경북 100가구 등이다.



실버타운의 공식 명칭은 유료노인복지주택이다. 노인들에게 필요한 의료시설, 여가시설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경영자와 입주자의 자유계약에 의한 장기노인호텔과 같은 기능의 시설이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시·군·구의 승인을 얻은 주택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유료노인복지주택은 노인에게 주거시설을 분양 또는 임대해 주거 편의·생활지도·상담 및 안전관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물의 입주자격은 단독 취사 등 독립된 주거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 60세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노인복지주택 외에도 유료노인요양시설이 실버주택 범주에 걸친다. 노인요양시설은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 등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입소시켜 급식·요양과 그 밖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정부지원을 받는 무료시설과 달리 유료시설의 입소 기준은 까다롭지 않다.

차이점은 입소 방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노인복지주택은 분양이나 임대를 통해 입소가 가능하지만 노인유료복지시설은 입소보증금을 내고 매달 사용료를 지불한다. 계약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료노인복지시설로 대표적인 곳은 광진구 자양동의 ‘더클래식500’이다.

◆법 개정 이후 반짝 인기, 지금은 썰렁

올해 3월 노인주택시설의 입소와 매매를 전면 허가하는 내용을 담은 노인복지법이 개정됐다. 2008년 8월4일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실버주택에 대해 연령 제한 없이 임대·거래는 물론 거주까지 가능하도록 한 게 골자다. 이날 이후 신규분양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실버주택에 대한 규제를 푼 것이나 다름없다.

3월 한달간 실버주택은 노인복지법 개정 호재로 반짝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일부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고 기존 주택의 호가가 3000만~5000만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1월 현재 호가는 정체 상태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거래도 사실상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유는 서비스 문제와 현실성이 결여된 가격에서 찾을 수 있다. 실버주택이 의료 서비스와 연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다 보니 가격이 일반 주택에 비해 결코 저렴하지 않다. 의료 서비스 등이 잘 운영되고 있는 실버주택이 있는 반면 수익성 악화로 형식적인 서비스나 중단하고 있는 것도 섣불리 입주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분양 초기 10여명의 의료진을 두겠다고 홍보했던 업체가 2명만 상주시킨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엄연한 주택인 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도 실버주택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계층이 주거하는 시설물인 실버주택 투자는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요의 한계가 가격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노인주택시설은 다른 주택에 비해 건축 규제를 덜 받고 지역에 따라 취득세 감면의 혜택이 있다. 때문에 일부 건설업체는 실버타운 건설을 빌미로 건축에 따른 혜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분양 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다. 노인 집단주거시설이 결코 분양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주택임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분양했다가 수분양자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W사와 B사가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들은 회사가 노인복지주택임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분양대금 일부를 환불해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실버주택 입주가 조심스러운 이유다.

베스트 클릭

  1. 1 1000도 화산재 기둥 '펑'…"지옥 같았다" 단풍놀이 갔다 주검으로[뉴스속오늘]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4. 4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5. 5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