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지상파, 이제 끊길 수 있는 겁니다~잉"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부장 | 2011.12.01 08:00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하다. 갑자기 TV방송이 흐리멍텅해졌다. KBS1만 괜찮다. MBC SBS KBS2 등의 화면은 갑자기 뿌해졌다. 방송사와 케이블업체들이 싸우느라 그렇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권리가 어떤 식으로 무시되고 있는지 모른다.

케이블TV는 100원만 주겠다고 하고 MBC SBS KBS2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280원을 달라고 고집했다. 디지털 케이블 상품 신규가입자가 한 명씩 늘 때마다 매월 케이블업체가 지상파 방송사측에 줘야하는 돈이다.

지상파측 협상 대표를 맡은 김재철 MBC 사장은 100원을 수용했고, 협상은 타결되는 듯 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방통위 전략회의에서 '타결 임박'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KBS와 SBS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협상은 다시 원점. 사흘 후 케이블은 고화질(HD) 지상파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지상파측 협상 대표는 우원길 SBS 사장으로 바뀌었다.

지난 24일부터 HD방송 송출이 중단된 28일까지 벌어진 일이다. 지상파들은 저녁 메인 뉴스를 통해 일제히 케이블업체를 공격했다. "케이블TV가 시청자를 볼모로 지상파를 압박한다"는 게 요지다. KBS 노동조합원들이 방통위로 몰려가 "최시중 위원장이 100원 합의를 압박했다"며 시위했다.

일련의 사태에서 시청자들은 '루저'일뿐이다. 시청자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한심하다. 케이블이 방송을 끊으면 지상파를 볼 수 없다'는 현실을 알게됐다. 만일 아날로그 방송마저 끊어버리면 재밌는 '개콘' 프로그램도 못보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주파수 제공하고 케이블업체엔 이용료를 내고, KBS엔 수신료까지 내면서 보여주면 보고 안보여주면 못보는 신세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자(국민)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주파수를 돈 한푼 내지 않으면서 수십년간 사용하고 있다. '방송발전기금' 명목으로 연간 600억여원 가량을 내지만 통신사들이 주파수에 내는 돈(연간 수조원)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없다.

통신사들은 치른 값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돈을 내고 주파수를 샀어도 제대로 투자를 안하면 패널티를 내야한다. 국가가 쓸 수 있는 기회비용을 뺏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는 주파수를 아예 회수한다. 애초 지불한 주파수 값은 찾아갈 수 없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공짜로 받은 주파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케이블업체와 싸우고 있다. 정부가 공짜로 주파수 사용을 허가한 이유는 국민에게 '무료 보편서비스로서 지상파 방송'을 서비스하라는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는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채 케이블업체에게 운명을 맡긴 채 손을 내밀고 있다.

더 기 막힌 것은 이 싸움판에 수신료까지 받고 있는 KBS가 껴있다. KBS는 TV 끄고 사는 가정에게도 수신료를 꼬박꼬박 징수해간다. 그런 KBS가 MBC, SBS와 더불어 CJ헬로비전에 대한 민사는 물론 형사소송까지 참여했다.

근거는 KBS2다. 방송법상 케이블이 의무적으로 전송해야하는 채널에서 KBS2가 빠져있다. 즉,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틀렸다. KBS1과 KBS2의 예산은 분리되지 않았다. 수신료는 KBS2 운영에도 사용된다. 알만한 사람들이 "참 염치 없다. 최소한 KBS만은 저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는 이유다.

'애·정·남'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자, 지상파와 종편PP(1일날 일제히 개국하는 그 분들이다)의 차이가 뭐냐고요? 애정남이 정리합니다. 자∼없습니다~잉!. 지금까지는 주파수를 가지면 지상파, 없으면 종편PP였는데 이젠 차이가 없는겁니다∼잉. 왜냐구요? 케이블이 끊으면 끊기는 처지인데 지상파가 종편PP과 다를게 없잖아요. 자, 그런데 종편PP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잉. 왜? 종편PP는 그나마 방송법에 케이블이 의무전송하게 돼있거든요∼잉."

상업방송의 돈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방송사가 지켜야할 공공성이 '지나는 개가 물어갈' 단어가 된 대한민국 방송의 현주소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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