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운영하는 이 대학의 등록금은 한 학기에 120만 원 정도로 부담이 덜했다. 또 취업률이 90%에 달해 송 씨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는 2년간 이곳에서 식품이나 의약품을 만들 때 필요한 미생물 배양과 미생물 분석기술, 유해물질 검출 기술 등을 배웠다. 이들 기술은 모두 산업 현장에서 수요가 많다. 전공자들은 회사를 골라 갈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송 씨는 졸업도 하기 전인 지난달 유명 제약회사인 대웅제약에 최종 합격했다. 올해 하반기 단 한명만 뽑는 대웅제약 생물공학팀에 지원, 9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서울대, 연·고대 등 이른바 스카이대 출신 경쟁자까지 모두 제쳤다. 송 씨는 비싼 등록금 내고 4년제 대학에 가서도 취업 걱정을 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이 정부의 '열린 고용' 정책의 최전방에 서서 취업 사관학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업들이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실력 있는 폴리텍대학 출신을 선호하면서, 취업률이 계속 오르고 있다. 덕분에 입학 경쟁률도 치솟고 있는데 최근엔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출신 뿐 아니라 인문계고 졸업생도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폴리텍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전국 34개 캠퍼스 평균 취업률은 85.5%에 달한다. 지난 10월 수시 모집 경쟁률은 5.71대1을 기록하며, 지난해 경쟁률 3.4대1을 넘었다. 특히 인기학과인 자동차과(서울정수 캠퍼스)는 33.7대1, 항공대학 항공정비과는 26.3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폴리텍 대학이 기업과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을 바로바로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판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실용적인 대학으로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대학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열린 고용사회 구현'이란 정책에도 부합한다. 실력만 있으면 차별을 받지 않고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있어서다.
억대 연봉자도 있다. 지난 2007년 폴리텍 대학 강릉캠퍼스 1회 졸업생 김인수(32세, 가명)씨가 그 주인공. 2003년 모 대학 관광통상영어과를 졸업한 김 씨는 제대 후 취업이 안되자, 평소 관심 분야인 산업잠수를 배우기 위해 2006년 폴리텍 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국제산업잠수자격을 획득했고, 졸업 후 싱가폴 해운회사인 오셔니어링(OCEANEERING)에 산업잠수사로 취업했다. 입사 5년차인 그의 연봉은 1억5000만 원이다.
정주영 폴리텍 바이오대학 바이오배양공정과 교수는 "산업체 근무 경험이 있는 교수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직접 가르친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그 기술을 바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졸업도 안 한 학생들을 데리고 간다"며 "기업체 맞춤형 교육의 중심대학으로 전문가 양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지난 40년간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을 배출해 온 공공직업교육 기관. 폴리텍 대학(Polytechnic)이란 명칭은 복합·다수를 뜻하는 '폴리(Poly)'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닉(Technic)'의 합성어로 호주와 영국, 독일, 싱가폴 등 다른 나라에선 '종합기술대학'으로 통용된다. 전국에 걸쳐 한국폴리텍Ⅰ~Ⅶ대학과 4개의 특성화대학 등 11개 대학 34개 캠퍼스에서 용접, 배관, 전기공사 등 기초 기술부터 로봇, 항공, 바이오와 같은 최첨단 기술까지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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