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안돼 들어간 이 대학, 졸업 5년만에 억대연봉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1.11.30 06:39

[열린 고용, 새로운 한국]<하>한국폴리텍대학, 취업률 1위 비결 "맞춤형 교육"

↑ 한국폴리텍바이오대학 바이오생명정보과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2008년 경기도 수원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송민규(22세)씨는 충남 논산에 있는 한국폴리텍 바이오대학 바이오식품과(2년제)에 들어갔다. 가정 형편상 등록금이 비싼 4년제 대학은 갈 수 없었다. 취업을 빨리 하고 싶은 맘에 취업 전문학교인 이 대학을 선택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이 대학의 등록금은 한 학기에 120만 원 정도로 부담이 덜했다. 또 취업률이 90%에 달해 송 씨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는 2년간 이곳에서 식품이나 의약품을 만들 때 필요한 미생물 배양과 미생물 분석기술, 유해물질 검출 기술 등을 배웠다. 이들 기술은 모두 산업 현장에서 수요가 많다. 전공자들은 회사를 골라 갈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송 씨는 졸업도 하기 전인 지난달 유명 제약회사인 대웅제약에 최종 합격했다. 올해 하반기 단 한명만 뽑는 대웅제약 생물공학팀에 지원, 9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서울대, 연·고대 등 이른바 스카이대 출신 경쟁자까지 모두 제쳤다. 송 씨는 비싼 등록금 내고 4년제 대학에 가서도 취업 걱정을 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이 정부의 '열린 고용' 정책의 최전방에 서서 취업 사관학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업들이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실력 있는 폴리텍대학 출신을 선호하면서, 취업률이 계속 오르고 있다. 덕분에 입학 경쟁률도 치솟고 있는데 최근엔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출신 뿐 아니라 인문계고 졸업생도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폴리텍 바이오대의 취업률(2011년 2월 졸업생)은 93.6%로 2년제 대학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대학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06년 3월 국책 대학으로 설립됐다. 개교한지 4년밖에 안된 신생 대학이지만 놀라운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졸업 예정자의 경우 △SK케미칼 6명 △CJ제일제당 8명 △셀트리온 7명 등 굴지의 기업에 많이 들어갔다. 이 대학의 2학기 수시입학 경쟁률은 11대1을 넘었다. 150명을 뽑는데 1700명이 지원한 것이다.

다른 폴리텍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전국 34개 캠퍼스 평균 취업률은 85.5%에 달한다. 지난 10월 수시 모집 경쟁률은 5.71대1을 기록하며, 지난해 경쟁률 3.4대1을 넘었다. 특히 인기학과인 자동차과(서울정수 캠퍼스)는 33.7대1, 항공대학 항공정비과는 26.3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폴리텍 대학이 기업과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을 바로바로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판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실용적인 대학으로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대학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열린 고용사회 구현'이란 정책에도 부합한다. 실력만 있으면 차별을 받지 않고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있어서다.

↑ 한국폴리텍IV대학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과 학생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엔 초임 3000만 원 이상 연봉자나 대기업 취업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취업의 질도 향상되고 있다. 2010년 졸업자의 경우 연봉 3000만 원 이상이 411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 졸업자는 979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 대학 졸업자 평균 연봉이 2316만 원인데, 중소기업에 취업한 4년제 대졸자(2279만 원)와 전문대학 졸업자(1994만 원) 보다 높다.

억대 연봉자도 있다. 지난 2007년 폴리텍 대학 강릉캠퍼스 1회 졸업생 김인수(32세, 가명)씨가 그 주인공. 2003년 모 대학 관광통상영어과를 졸업한 김 씨는 제대 후 취업이 안되자, 평소 관심 분야인 산업잠수를 배우기 위해 2006년 폴리텍 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국제산업잠수자격을 획득했고, 졸업 후 싱가폴 해운회사인 오셔니어링(OCEANEERING)에 산업잠수사로 취업했다. 입사 5년차인 그의 연봉은 1억5000만 원이다.

정주영 폴리텍 바이오대학 바이오배양공정과 교수는 "산업체 근무 경험이 있는 교수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직접 가르친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그 기술을 바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졸업도 안 한 학생들을 데리고 간다"며 "기업체 맞춤형 교육의 중심대학으로 전문가 양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지난 40년간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을 배출해 온 공공직업교육 기관. 폴리텍 대학(Polytechnic)이란 명칭은 복합·다수를 뜻하는 '폴리(Poly)'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닉(Technic)'의 합성어로 호주와 영국, 독일, 싱가폴 등 다른 나라에선 '종합기술대학'으로 통용된다. 전국에 걸쳐 한국폴리텍Ⅰ~Ⅶ대학과 4개의 특성화대학 등 11개 대학 34개 캠퍼스에서 용접, 배관, 전기공사 등 기초 기술부터 로봇, 항공, 바이오와 같은 최첨단 기술까지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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