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론스타 사건의 본질

머니투데이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 2011.11.27 14:57
론스타 사건의 본질은 은행업에 대한 원칙을 무시한데서 비롯됐다. 은행업은 라이센스 산업이다. 금융의 중개 및 결제기능을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지속하려면 은행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후보자 적격성을 심사한 후에 은행업을 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준다. 그런데 은행을 3년에서 5년 정도 경영한 뒤 매각해 사익을 극대화하는 사모펀드에 내주었다는 게 론스타 사건의 시작이자 근본적 잘못이다.

어느 선진국도 지방 소규모 은행도 아니고 전국 규모의 은행을 사모펀드에게 주는 예는 없다. 은행업이 추구해야 할 공익과 사모펀드가 추구할 것이 자명한 사익의 극대화간의 충돌이 너무나 명확히 예견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한국에서는 세 차례나 반복되어 일어났다. 1999년 말 사모펀드 뉴브리지케피털의 제일은행 인수, 2000년 사모펀드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에 이어 2003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이다.

원칙이 무시된 이유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다. 제일은행 매각은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주주였던 미국과 우리나라 은행을 해외매각하기로 한 약속이 시발점이었다. 그래도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캐피탈이란 사모펀드에 팔 필요는 없었다. 라이센스 산업으로서 은행업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필요성보다는 다른 이유가 우선시된 것이다. 그것은 IMF와의 약속일수도 있고 외자유치를 우선시했던 당시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사태를 정부가 꺼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론스타 사건의 본질을 구성하는 두 번째 잘못은 은행업 라이센스를 받은 주체가 해외 조세회피구역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점이다. 그 결과 '이익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근대자본주의국가 원칙 포기로 나타났다. 이러한 일은 앞선 두 가지 사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특정 사모펀드에게 절세 혹은 탈세를 할 구멍을 만들어주고 은행업 라이센스 경쟁을 시키는 것은 결국 외환은행 인수를 원하는 다른 주체들에 비해 차별적 특혜를 허용하는 불공정경쟁인 것이다.


그런데 은행업 라이센스를 페이퍼컴퍼니에게 줬다는 것은 은행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인했다. 은행업은 내수산업이다. 은행업은 국내 고객과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므로 그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은행 수익의 원천은 여기서 나온다. 과거 한미은행이나 제일은행, 외환은행도 마찬가지이다.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그리고 외환은행은 우리나라 은행이고 한국이 주된 영업장이다. 은행업 라이센스를 가진 대주주의 머리 색깔과는 관계가 없다. 대주주가 외국인이라고 해도 외국계은행이 아니다. 대한민국 은행법에 의해 우리 정부가 라이센스를 주는 우리나라 은행이다. 한국 은행법에 의거해 은행의 라이센스를 해외 조세회피지역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에게 준다는 것은 과세 포기일 뿐 아니라 국민경제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은행업을 경시한 행위이다.

국외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에게 무슨 국민경제의 안정과 지속성장의 책임을 지울 수가 있겠는가. 금융 불안으로 인한 금융권의 공동대응이 필요할 때마다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이들 은행들이 외국계 은행 흉내를 내면서 금융안정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도 결국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금융위기와 세계경제의 경기침체에 대응해 그 어느 때보다 은행의 역할이 국민경제의 지속성장에 중요하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분석에 따르면 경기침체 폭의 3분의 1은 은행이 신용을 공급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론스타 사건을 겪으며 은행업의 원칙에 대한 재확인과 금융당국이 적합한 자를 대주주로 승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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