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66년 역사 간직한 서울역 파출소의 애환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 2011.11.24 17:06
출입문을 열고 들어섰다. 지난 21일 밤 11시 파출소 내부에는 절도사건 용의자와 이를 심문하는 야간 근무 경찰관, 술을 먹고 들어와 앉아 있는 노숙인,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취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업무를 보기 위한 책상을 제외하면 어른 보폭으로 10걸음도 안되는 비좁은 공간. '서울역 파출소'는 그야말로 '시장판'이었다.

손영교 경위는 "주변에 공중화장실이 없어 화장실을 이용하는 취객만해도 하루에 500명 가까이 된다"며 "비가 새고 철문이 녹슬어 2003년에 리모델링을 했지만 여전히 시설이 열악하고 공간이 너무 좁다"고 말했다.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된 서울역 파출소 외관에는 지하로 통하는 철제 계단이 설치돼 있다. 상당부분 녹슬었다. 보기에도 위태해 보였다.

장준기 경위는 "지하에는 서무업무를 보는 직원을 위한 공간과 창고가 마련돼 있다"며 "직원들이 옷 갈아입을 장소가 마땅치 않아 지하실로 내려가서 갈아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1945년 8월15일 해방과 함께 서울역 경찰 주재소로 시작, 66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서울역파출소가 비좁은 공간과 시설 노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46.3m²(14평) 남짓한 공간에는 야간 근무 경찰 6~7명, 화장실 이용객 400~500명, 거기다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노숙인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전국에서도 노후하기로 '악명높은' 파출소로 꼽힌다.

근무환경은 열악한 편이지만 확장·이전도 할 수 없다. 파출소 건물은 관할서인 남대문경찰서가 소유하고 있지만, 부지가 철도공사 소유로 돼 있어 철도공사의 사업계획에 따라 '파출소의 운명'이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국제컨벤션센터 설립. 2015년까지 서울역 주변에 국제컨벤션센터가 들어서면 철도공사는 서울역파출소를 인근 서울역 우체국 위치로 확장·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컨벤션센터설립 인허가가 늦어지면서 서울역 파출소 확장계획도 '오리무중'이 됐다.

걸림돌은 또 있다. 구(舊) 서울역사가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파출소부지가 문화재관리 대상으로 지정됐다는 점. 남대문경찰서는 2003년 10월 서울역파출소를 리모델링 할 당시, 서울시에 수차례나 부지에 대한 관리권을 돌려달라는 요구(관리청 지정)를 했지만 문화재보호법에 저촉된다는 회신을 받은 바 있다.

지태인 서울역 파출소장은 "수십년전 이곳에서 경찰관을 했던 분들도 향수에 젖어 찾아오는데 우스갯소리로 '어쩜 그대로냐'고 말한다"며 "파출소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민원인 전용 상담 창구라든지 관광객 안내센터만이라도 별도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할서인 남대문경찰서는 서울역이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인 만큼, 파출소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김정락 남대문서 경무과장은 "현실적으로 서울지방경찰청의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서울역은 최근 들어 인천공항철도와도 연결되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나 마찬가지인데 현장 최일선에 고생하는 경찰관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생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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