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다닌 직장, 9일만에 짐싸라네요, 이 겨울에..."

머니투데이 김성호,박희진,김희정 기자 | 2011.11.25 10:43

경영악화, 직원 8%에 해고통보… "어려울 때 묵묵히 일했는데 배신감"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기업 경영 부진으로 인한 실업은 신규 구직자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일해 왔던 일터에서 거리로 내몰리는 직장인의 모습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해고 통보한지 9일 만에 다른 직장 알아보라고 하네요. 10년 넘게 몸담은 회사인데..."

코리아나화장품에서 10년넘게 근무한 A씨는 회사의 갑작스런 해고통보를 받고 지나간 10년을 돌이키며 눈물을 삼켰다.
기업이 먹고 살기 어려워져 불가피하게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지만, 단 9일 만에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하는 것은 갓 들어온 신입사원이라 해도 가혹한것 아니냐는 것이다.

A씨는 아직 아내에게 회사를 그만 둔다는 이야기를 하지도 못했다. "저도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며 "회사의 경영 방침이 그렇다고 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오랫동안 함께한 직원에게 최소한의 배려라는 것이 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리아나는 노동조합이 없다. 유상옥 회장은 '무노조 경영' 원칙이 확고하다.
A씨는 고용노동부에 하소연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정리 해고된 마당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회사가 쥐어주는 3개월치 월급과 퇴직금을 받아들고 나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려울 때도 묵묵히 일했는데"

1988년 설립해 국내 화장품업계의 한 획을 그은 회사였지만 심각한 경영난으로 근 인력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수십명의 직원이 한순간에 실업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구조조정에 포함되는 직원들 대부분이 회사에서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이상 몸담아 왔던 터라 상실감이 더욱 크다.

A씨는 "직원 가운데는 코리아나가 첫 직장인 사람도 있다"며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 해왔는데, 말 한마디로 해고를 통보하는 걸 들으니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올 9월 말 현재 코리아나 임직원은 359명으로 이중 과·차장급을 중심으로 30여명이 해고 통보를 받은 상태다. 전체 인력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지난 2004년과 2006년에도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한바 있으며, 해마다 소수의 인력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났다. 계속된 구조조정과 인력 이탈로 2011년 한 때 914명에 달했던 임직원수는 현재 359명으로 60%가량 줄어든 상태다.

◇한때 '국내 대표 브랜드'...저가 브랜드에 밀리고, 경기 부진에 결정타"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잡은 코리아나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등장으로 경쟁력이 위축돼 실적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

경기악화까지 겹치면서 코리아나의 매출액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08년말 1221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09년말 1115억원으로 감소하더니, 작년말에는 1051억원으로 줄었다. 올 3분기 현재 누적 매출액은 746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기도 힘들 전망이다.

수익성 역시 크게 악화됐다. 2006년, 200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후 2008년 잠깐 영업이익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2009년 6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3분기에도 6억원 가량의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입금 이자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코리아나의 차입금은 300억원 가량으로, 매년 20억원가량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회사는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이자는 계속 나가다보니, 좀처럼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

9월 말 현재 코리아나의 계열사는 북경고려아나화장품유한공사, (주)에브코화장품, (주)아트피아, (주)코비스코퍼레이션, 코리아나화장품(천진)유한공사, (주)씨엔에이치이노이브 등 모두 6곳으로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 중이다.

코리아나는 올 초 68억원 규모의 유형 자산을 매각한데 이어 최근 서초동 사옥마저 320억원에 팔아 치우는 등 차입금 상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퇴사 대상 직원들은 그러나 "신사업까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경영악화의 책임을 져야할 경영진은 배제한 채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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