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오, 영하 5도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양대 사회과학관 앞마당에서 청년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커피 드세요. 공정무역 커피에요. 한잔에 1000 원입니다."
점심 식사를 먹으러 이동하던 대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언 손에 따뜻한 커피 잔을 쥐어주면서 청년들은 공정무역 홍보지를 함께 건넸다. 박시연 씨(26·한양대 경영학)가 설명을 덧붙였다.
"생산자들의 아픔, 그들이 겪는 불평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공정한 값을 치르면 생산자들 또한 공정한 생산비를 받아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공정무역 전파 나서는 젊은 층 늘어 = 이들은 사회적기업네트워크 'SEN(Social Enterprise Network) 한양' 회원들이다.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대학교별 공정무역 응원지수 높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에서 대학생들은 학교별로 공정무역제품 판매량, 공정무역을 지지한다는 인증사진 참여 숫자를 겨룬다. 1등을 하는 대학엔 아름다운가게가 공정무역 커피 200여 잔을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캠페인은 12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한양대를 비롯해 단국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인하대 등 11개 대학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공정무역' 전도사로 나서는 청년이 부쩍 늘었다. 엄소희 아름다운가게 간사는 "2009년만 해도 우리가 직접 캠페인을 조직해서 움직였지만 지난해부터는 대학생들이 스스로 교내 공정무역 캠페인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도 여러 대학생들의 제안을 모아 기획됐다. SEN 한양 대표를 맡고 있는 박시연 씨는 "사회 미션을 경영의 힘으로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에 매력을 느끼던 터에 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 캠페인엔 용인외고, 서울 국제고, 하나고, 민족사관고, 동화고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화고, 수원 화홍고, 경기외고 학생들은 학교 축제 때 스스로 공정무역을 알리는 이벤트를 열었다.
엄 간사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자는 분위기 속에서 제3세계 문제나 우리 생활 속 제품들에 얽힌 윤리적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청소년,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무역 캠페인 블로그 ‘원두걸스(http://blog.naver.com/fair_coffee)’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며 온라인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원두걸스는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가 2009년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의 별명이다.
◇모두를 위한 공정무역, FTA = 공정무역이 뭐기에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일까. 아름다운가게는 공정무역을 '개발도상국 가난한 생산자들과 공평하고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빈곤을 해결하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라고 소개한다.
국내에선 아름다운가게·한국YMCA전국연맹 등 비영리기구와 아이쿱 등 생활협동조합, 이로운넷·페어트레이드코리아 사회적 기업들이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면서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다른 무역 체제'로서 공정무역에 주목한다. "FTA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정무역(Fare Trade for All)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공정무역이란 "선진국과 빈곤국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국가 간 무역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무역"이다. 선진국이 자국 농민에게 각종 보조금을 주어 비교우위를 높이는 현실 속에서 자유무역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재정이나 제도가 취약한 개발도상국도 경제 발전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안에도 '개발도상 지역'이 있다. 농촌이다. 박강태 이로운넷 공동대표는 "한국이 미국, EU 등 선진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우리 농촌은 세계 60% 시장과 경쟁해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젠 공정무역뿐 아니라 공정내수 운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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