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다. 고전의 깊고 묵직한 맛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독창적인 현대적 감각을 한껏 발휘한 이 작품은 '완벽'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와 무대미술, 연출의 3박자가 군더더기 없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사실 이 작품을 이루는 요소들은 하나씩 구분 짓기가 힘들다. 사람이 곧 무대가 되고, 소리도 되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아비를 먹고, 점심에는 어미를 먹고, 저녁에는 제 두 눈을 파먹고 헤매는 짐승" 오이디푸스를 집약적으로 묘사한 한 문장. 극중 대사는 간결하고 함축적이며 전달력과 흡입력이 뛰어나다. 이보다 더 비장하고 강렬할 수 있을까. 연극의 참 맛이 찌릿찌릿 느껴지는 최근 보기 드문 총체극이다.
◇관객의 상상으로 채워간 셰익스피어 낭만희극 '십이야'
연출자 역을 맡은 이의 해설로 문을 열었다. 그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과 얼기설기 꼬여있는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소개해 주어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강동아트센터 개관기념 명작시리즈 첫 번째 작품 '십이야'는 공연을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작품이다. 실제로 가족단위 관객들의 살아있는 반응이 극의 활기를 더했다.
이번 '십이야'는 셰익스피어 원작 본연의 맛을 살리되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 다듬었고, 무대 한 쪽에서 연주되는 피아노와 플루트의 선율도 감성적이고 로맨틱한 요소를 살리는 데 한몫 했다. 배우들의 훌륭한 대사 전달력과 가창력으로 감미롭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넘어갈까? 버틸까? 신라시대 연애비법, '밀당의 탄생'
현대무용의 고급스러운 율동과 각기 다른 분위기의 랩, 판소리, 타령 등이 가미된 7곡의 음악은 극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이끌었다. 또한 북 치고 장구 치며 흥을 돋구는 멀티맨 고수 역이 곳곳에서 웃음을 끌어내며 감초역할을 톡톡히 한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몸을 사리지 않는 개인기를 보여준 새로운 조연배우의 연기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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