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거스른자···스스로 운명을 달리하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1.11.26 06:00

[이언주의 공연 박스오피스]오이디푸스, 십이야, 밀당의 탄생

↑'이언주 기자의 공연 박스오피스'는 영화처럼 예매 순위나 장기 흥행, 관객 동원력 등에 따른 게 아니다. 11월 2차 베스트 공연은 지난 2주 동안 이 기자가 본 공연 중 사심을 가득 담아 3편을 선정했다.
◇명작 '오이디푸스'의 귀환


↑ '오이디푸스'의 강렬하고도 충격적인 절벽무대에 극중 시민들이 매달려있다. ⓒ국립극단
절벽 같은 수직무대에 분필로 그려진 슬픈 표정의 인물들이 있고, 높은 곳까지 매달려있던 배우들은 어느새 튀어나와 연기를 펼치곤 한다. 비스듬한 삼각형 무대와 함께 몸의 언어와 음향, 조명이 한데 어우러져 강렬한 메타포를 전달한다.

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다. 고전의 깊고 묵직한 맛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독창적인 현대적 감각을 한껏 발휘한 이 작품은 '완벽'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와 무대미술, 연출의 3박자가 군더더기 없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사실 이 작품을 이루는 요소들은 하나씩 구분 짓기가 힘들다. 사람이 곧 무대가 되고, 소리도 되기 때문이다.

↑ 오이디푸스에서 '알몸의 새' 역을 맡은 배우 이기돈(왼쪽)은 대사 한마디 없이 소리와 몸짓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립극단
대형 분필로 바닥에 그려지는 3거리 갈림길은 마치 사람인(人)자 같다. 배우들의 연기 도중 지워지고 뭉개지기도 하는 이 길은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인간도 마지막 선택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자기 눈을 찌른 오이디푸스가 방랑길을 떠나는 원전과 달리 국립극단 '오이디푸스'는 자살로 마감한다.

"아침에는 아비를 먹고, 점심에는 어미를 먹고, 저녁에는 제 두 눈을 파먹고 헤매는 짐승" 오이디푸스를 집약적으로 묘사한 한 문장. 극중 대사는 간결하고 함축적이며 전달력과 흡입력이 뛰어나다. 이보다 더 비장하고 강렬할 수 있을까. 연극의 참 맛이 찌릿찌릿 느껴지는 최근 보기 드문 총체극이다.

◇관객의 상상으로 채워간 셰익스피어 낭만희극 '십이야'


↑ '십이야'에서 각기 다른 배역들이 극의 곳곳에서 유머코드를 살리며 균형을 유지했다. ⓒ씨엘커뮤니케이션즈
"이 연극은 관객이란 배역을 맡으신 여러분과 함께 상상으로 채워가며 완성시켜 나갈 겁니다. 연극적 약속이죠."

연출자 역을 맡은 이의 해설로 문을 열었다. 그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과 얼기설기 꼬여있는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소개해 주어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강동아트센터 개관기념 명작시리즈 첫 번째 작품 '십이야'는 공연을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작품이다. 실제로 가족단위 관객들의 살아있는 반응이 극의 활기를 더했다.

이번 '십이야'는 셰익스피어 원작 본연의 맛을 살리되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 다듬었고, 무대 한 쪽에서 연주되는 피아노와 플루트의 선율도 감성적이고 로맨틱한 요소를 살리는 데 한몫 했다. 배우들의 훌륭한 대사 전달력과 가창력으로 감미롭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넘어갈까? 버틸까? 신라시대 연애비법, '밀당의 탄생'

↑ 코믹연애사극 '밀당의 탄생' 공연장면 중 배우 성두섭(왼쪽)과 문혜원. ⓒPMC
실컷 웃으며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고 싶다면 이만한 작품이 없다. 선화공주의 연애비사를 소재로 한 '밀당의 탄생'은 음악극 형식의 '코믹연애사극'으로 안방극장 사극열풍을 대학로 무대로 옮겨 온 것. 심각한 갈등구도나 대단한 감동 포인트는 없지만 순간순간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현대무용의 고급스러운 율동과 각기 다른 분위기의 랩, 판소리, 타령 등이 가미된 7곡의 음악은 극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이끌었다. 또한 북 치고 장구 치며 흥을 돋구는 멀티맨 고수 역이 곳곳에서 웃음을 끌어내며 감초역할을 톡톡히 한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몸을 사리지 않는 개인기를 보여준 새로운 조연배우의 연기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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