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우리는 다르다"…금융사기의 모든 것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 2011.11.26 08:00

<화이트칼라의 범죄자들>

2008년 12월, 미국 맨해튼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아침 식사를 하던 버나드 메이든의 눈에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이 들어왔다. 그는 커피를 마시다 사레가 들릴 뻔했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웃는 얼굴이 트레이드마크였던 버나드 메이도프가 사상 최악의 사기극을 벌였다는 기사였다. 즉 메이든이 평생 모은 돈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당시에는 모두가 메이도프의 펀드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생각했다. 메이도프는 주식시장이 아무리 나빠도 연 수익률 15% 안팎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게다가 이런 저런 명목의 수수료를 단 한푼도 청구하지 않았다. 메이든 역시 부자들이 버나드메이도프증권에 투자하는 것을 만족해 한다면 자신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만족감은 평생 모은 돈과 함께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2008년말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그리고 수많은 부자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준 희대의 사기극 '버나드 메이도프 사건'이다.

최근 출간된 '화이트칼라의 범죄자'들은 핀란드 재무장관,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유럽은행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금융전문가 카리 나스가 저술한 'Swindling Billions'의 한국어판이다. 이 책은 북유럽 최대 규모의 금융범죄인 윈캐피타 피라미드 사기가 벌어진 후 핀란드에서 출간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저자는 금융전문가의 입장에서 돈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금융범죄의 역사를 분석한다. 150년형을 구형받은 버나드 메이도프, 피라미드 사기의 창조자 찰스 폰지, 정부기관을 사칭해 에펠탑을 판 빅토르 루스티히, 회계 부정 및 기업범죄의 대명사인 엔론사태 등. 이처럼 세계경제를 뒤흔든 10대 금융범죄를 통해 화이트칼라의 범죄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 피해자들은 왜 그들에게 속아 넘어갔는지, 예방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의 속임수와 범죄행각을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사업기회나 투자 제안을 받게 될 때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10가지 현실 점검 항목들을 체크해 볼 것을 권고한다.

10가지 점검 항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수익이 어떻게 창출되는지 투자 메커니즘을 살펴봐야 한다. 둘째 왜 다른 자산관리업체들과 은행들은 이런 매력적인 투자기법을 사용하지 않는지 알아보라. 셋째 투자와 수익 계산 및 이에 적용되는 세법을 확인하라. 넷째 회사의 소유주와 그들의 교육 수준, 경력, 신용등급, 가능하면 범죄기록까지도 확인하라. 다섯째 명망있는 전문가 또는 믿을 수 있는 전문기관의 추천서를 발행해 줄 것을 요구하라. 여섯째 지난 몇년간의 회계 서류들을 꼼꼼히 검토하라. 일곱째 회사의 감사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가장 최근에 작성된 감사보고서를 받도록 하라. 여덟째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어떻게 계산하고 있는지 분석해 보라. 아홉째 주거래 은행을 확인하라. 열째 독립적인 제3의 수탁회사가 투자자산을 관리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고, 투자자산을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는 절대적으로 멀리 하라.

'너무 좋아 진짜 같지 않다면 실제로도 진짜가 아닌 것이다'는 말과 함께 저자는 유혹이 따르는 일을 경계, 또 경계하라고 재차 강조한다.(카리 나스 지음,김정혜 옮김,한빛비즈 펴냄,308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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