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함과 끈기, ‘강원도의힘’으로 일궈 낸 대박의 꿈

머니투데이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 2011.11.21 21:33

'원조할매낙지' 이용수대표

'원조할매낙지'는 울산에서 소문난 대박식당이다. 이 집을 이용수 대표가 지금의 대박식당으로 가꾸기 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이 있었다.

강원도 횡성의 산골에서 11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이용수(50) 대표는 고등학교까지 고향의 시골마을에서 소를 기르고 학교를 다니면서 부친의 농사일을 거들었다.

그 후 대학에서 열관리를 공부하고 인테리어와 건축업에 종사했다. 하지만 형님이 갈빗집으로 자수성가하는 것을 지켜본 후‘나도 언젠가는 음식점으로 성공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오랜 시간동안 이 대표 특유의 집요함과 끈기로 외식업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한 끝에 대박식당의 꿈을 이루었다.

◇ 인테리어 업에 종사하며 외식업의 꿈을 키우다
대학에서 열관리를 배운 이 대표의 첫 직업은 도배사였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 이용수에게 세상은 그리 쉽지 않았다. 선임 도배사들이 그에게 일감을 주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어쩌다 시키는 일이 도배지 자르는 작업 정도였다.

하지만 일이 서투른 이 대표는 도배지를 자르다가 툭하면 칼에 손을 베곤 하였다. 그럴수록 선임들은 점점 더 이 대표에게 도배작업을 허락하지 않았다. 궁리 끝에 노임을 받지 않고 일할 테니 제발 일감 좀 달라고 졸라 근근이 일을 하였다.

일이 서투른 이 대표가 작업을 해놓은 현장의 도배 상태가 본인이 봐도 엉터리인데다 작업시간도 너무 느렸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선배들의 작업요령을 잘 봐두었다가 자신이 작업을 할 때 핵심 기술을 사용해 차츰 프로 도배사로 커나갔다.

도배 뿐 아니라 업무영역을 인테리어까지 넓혔다. 특히 인테리어 작업을 식당에서 할 때면 식당의 실내구조와 인테리어 콘셉트, 시공 방법, 인테리어 비용 등을 허투루 보지 않고 세밀하게 눈여겨 보았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막연하게나마 외식업으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인테리어 업종에 종사하면서 창업을 위해 낙지 조리법을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20년 전 부터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부터 외식업에 뜻을 두고 외식업에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이나 정보는 꼼꼼하게 챙겼다.

그가 본격적으로 외식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은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이후다.

그때 82.65㎡(25평형) 정도 규모로 갈빗집을 차린 형님의 식당에서 틈나는 대로 숯불 피우는 일을 도왔다. 가끔씩 주방장이 나오지 않아 형님 속을 태웠다. 한 번은 급한 김에 이 대표가 대신 주방에 들어가 냉면을 만들어 손님에게 내갔다가 손님이 입도 대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형님의 갈빗집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갈빗집으로 자수성가한 형의 사례를 직접 목격하고 난 이후부터‘나도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은 외식업에 대한 열망으로 바뀌었다.

◇ 낙지볶음 조리법 직접 배워 소규모로 시작, 실전능력배양
이 대표는 형님네 갈빗집이 육개장 갈비탕으로 열심히 대응해도 점심 매출이 없어 차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국밥이나 낙지볶음 등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왕이면 국밥보다 단가나 이익률이 높을 것 같아 낙지볶음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역시 형님네 갈빗집이 비교적 잘 나갔지만 결정적 시기에 주방장 때문에 골머리 앓는 것을 보고 직접 조리를 배워야겠다고 결심, 원조 조방낙지 기술 보유자였던 손윗동서에게 조리 기술 배웠다. 예나 지금이나 기술은 자식에게도 잘 전수하지 않으려 하는 법이다. 아무리 동서였지만 쉽게 가르쳐줄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가 건축업과 인테리어 일을 했던 주 무대가 거제, 마산, 창원, 충무 등 경남지역이었다. 결혼을 하자 장사를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창원의 형님 점포가 비어있었다.

33.06㎡(10평형) 정도 되는 곳에 테이블을 5~6개 놓고 처음으로 낙지볶음을 팔았다. 낮에는 부인이 장사를 했다. 이 대표는 건축 현장에서 낮 동안 일하고 퇴근해서 밤에 부인과 합류했다.

힘은 들었지만 내 가게를 가진 기쁨은 컸다. 주변에서 먹어볼 수 없는 음식에 손님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내 건물이 아니었기에 이곳에서 오래 장사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짧은 장사 경험은 외식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빌라를 팔고 창원에서 철수한 뒤 부산 동아대학교 근처 어느 나이트클럽 앞에서 115.70㎡(35평형) 규모로 다시 식당을 열었다. 비교적 큰 규모로 야심차게 시작했다.

창원에서의 낙지볶음 상품성이 뛰어났지만 이것을 좀 다듬어 고객이 원하는 취향에 더 근접하는 콘셉트로 발전시켰다. 역시 손님 반응이 뜨거웠다. 1년 정도 순항을 하고 있는데 집 주인이 비워달라고 하였다. 할 수 없이 부산에서도 식당을 접어야 했다.

◇ 울산으로 무대 옮긴 뒤 본격 대박행진 이어가
이 무렵 울산의 친척집에 이 대표가 가끔 놀러왔는데 지금의 식당이 있는 삼산동 일대의 개발이 한창 진행될 무렵이었다. 개발이 끝나면 이곳이 울산의 새로운 소비중심지로 번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1996년 울산 삼산동에 전세 4000만원을 들여 191.74㎡(58평형)짜리점포를 얻었다. 자금이 부족해 인테리어는 이 대표가 직접 시공을 하였다. 간판을 뺀 인테리어 비용이 1700만원 정도 소요되었다.

다른 업자에게 맡겼으면 최소한 5000만 원 정도 들어가는 공사였다. 인테리어 비용에서 절약한 비용을 고객을 위해 투자했다. 가급적 밑반찬 하나라도 더내고 음식을 푸짐하게 제공했다.


역시 손님들의 호응도 컸다. 예상대로 낙지볶음에 대한 선호도는 높았고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런 성공의 원인을 그는 자신이 강원도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다소 엉뚱하지만 일리 있는 분석을 한다.

“강원도 사람들이 참 순허고 착해요. 그래서 기(氣)가 깨끗허고 맑지요. 사람이 나쁜 맘먹으면 일 안 돼요. 우리 부부와 주방 이모가 강원도 사람이걸랑요. 강원도 사람이 좋은 맘먹고 일을 허니께 천심이 감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장사가 한창 잘 되었는데 점포주가 자신들도 낙지 집을 낸다면서 점포를 비워달라고 했다. 집주인의 처사가 조금은 야속했지만 내 방객수에 비해 늘 좁다는 생각도 있던터라 잘 나갔던 식당을 비워주고 7년 전에 같은 동네인 지금의 위치로 점포를 이전했다.

넓이가 310.75㎡(94평형)으로 대폭 넓어졌다. 임차료는 월1000만원에 관리비가 별도로 30만 원 정도씩 나간다.

◇ 차별화된 맛과 변함없는 맛으로 손님 불러 모아
이 집의 낙지볶음(1인분, 7000원)이 손님들에게 인기를 끈 이유는 당연히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 집만의 낙지볶음 맛 때문이다. 마늘과 소스가 어우러진 맛이 중독성이 있다.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질 않는다.

이 대표는 낙지볶음의 조리법을 어렵게 배운 만큼 그 기술의 보존과 개발에 무척 심혈을 기울인다.

낙지 소스는 국산 재료만으로 만들며 간장에 2~3가지 비밀재료가 들어가는데 그 비율이 아주 중요하다고. 한 때는 재료 비율이 안 맞아 6개월간 제 맛이 안 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좀 더 맛을 좋게 내기 위해 주원료인 간장을 바꿨다가 전내가 나서 다시 원래대로 바꾸기도 하였다.

보안도 철저하다. 이 대표는 소스 만드는 공간을 자택에 두고 평소에는 자물쇠로 채워둬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이 대표만 드나들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주원료인 간장도 제조원을 남들이 눈치챌까봐 새벽에 물건을 인도받고 사용한 간장통도 외부에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냉동상태의 낙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하는 점도 아주 중요하다. 해동과정에서 적정량의 소금을 투여하고 해동 후 씻는 방법에 따라 낙지의 육질이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원조할매낙지'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깨끗하게 세척하는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어‘비밀 소스’와 함께 양질의 낙지볶음을 만들 수 있는 양대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비밀소스와 함께 들어가는 양념은 국산 밭 마늘, 설탕, 후추, 대파, 양파, 참기름 등이다. 특히 대파는 절단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썰어서 쓴다. 대파는 겨울에 비싸고 구하기 힘들지만 언제나 푸짐하게 들어가야 맛이 난다.

양파도 아주 요긴한 재료다. 낙지볶음의 매운맛이 전적으로 고춧가루에만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양파가 바로 그 매운맛의 일정부분을 담당하고 단맛도 내준다.

◇ 음식과 서비스의 경쟁 우위와 지속적 근면함이 성공 이끌어
'원조할매낙지'에 들어서면 탁 트인 인테리어 콘셉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될 수 있는 대로 공간과 공간 사이에 칸막이를 하지 않고 터서 시원한 느낌을 살렸다. 그래서 넓은 공간이 더 넓어 보인다. 여기에 열린 주방도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면서 시원함을 더해준다. 가족단위 손님들이 쾌적하게 식사하기 알맞은 공간이다.

‘남들 쉴 때 일하고 일할 때도 일하자’는 것이 이 대표의 평생 좌우명이다. 창원에 처음으로 식당을 차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잠시라도 시간을 헛되게 쓰지 않는 것이 그의 습성이다.

항상 무언가를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성격과 한 번 뜻한 바를 성취하기 위해 목표를 바꾸지 않는 집념이 오늘의 성공을 일궈낸 원동력이 되었다.

이 대표는 청년시절, 성공한 외식업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뒤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준비하고 배우고 뛰고 협상하고 저질렀다.

가족, 연인, 어린이 포함 단체 손님 등 손님의 구성형태를 구분해서 그들이 편한 자리로 안내해주는 것도 이 집의 차별화된 서비스다. 가족손님 가운데 낙지를 먹지 않는 어린이가 있을 것을 염두에 두고 서비스 차원에서 어린이돈가스를 개발해 2000원에 판다.

물론 손님이 원하면 어린이도 좋아할 만큼 맵지 않게 조리해내지만 그 반대로 매운 것 원하는 손님에게는 청양고추를 추가해주기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음식점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음식.

이 대표와 동향인 강원도 출신 주방아주머니와 오래 호흡을 맞춰 낙지볶음 맛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요소다. 이 집은 세월이 지나도 늘 변치 않는 맛을 낸다.

낙지볶음에 곱창을 넣은 낙곱(2인분, 1만4000원), 낙지볶음에 새우를 넣은 낙새(2인분, 1만5000원), 낙지볶음에 곱창과 새우를 넣은 낙곱새(2인분, 1만5000원)의 메뉴 트리오가 이 집 매출을 이끌고 있다.

이 가운데에도 낙곱새가 가장 인기 메뉴. 곱창은 1시간 30분 동안 삶아 기름기를 빼 질기지 않도록 전처리를 했다. 원래 기름을 남겨두어야 양도 많고 제 맛이 나지만 고칼로리를 싫어하는 고객이 많아 일부러 기름 성분을 제거한 것이다.

새우는 수입냉동 제품으로 껍질이 없는 깐 새우다. 덩치가 큰 보리새우는 껍질이 손님의 입을 찔러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깐새우를 쓴다. 스테인리스 대접에 푸짐하게 담아주는 기장밥, 깊은 맛이 우러나는 멸치액젓, 아삭이 고추 튀김과 신선한 쌈채(다시마 신선초 상추)도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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