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美中日 경제블록 전쟁 "한국엔 기회"

머니투데이 진상현 송정훈 기자 | 2011.11.21 17:21

다자 FTA 경쟁 가속, 한국에 러브콜… "개방적인 자세 유지, 탄력적 대응 중요"

한국의 통상 정책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 강국들이 '경제 블록 전쟁'에 돌입하면서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활용할 경우 앞으로 진행할 한·중,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다자간 무역협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국회 비준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미 FTA를 비롯, 다수의 FTA를 이미 체결해 자유무역 경쟁에서 한발 앞서 가고 있는 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미·일 TPP 공세, 중국 "한중일 FTA" 맞불= 21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잇따라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의 화두는 단연 다자간 FTA 였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속도를 내고, 일본이 전격적으로 TPP 참여를 선언하면서 '블록 경쟁'에 불을 붙였다. 경제 활력 회복과 중국 견제라는 미국과 일본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TPP는 브루나이 뉴질랜드 칠레 싱가포르 등 4개국 차원에서 출발한 '소박한' 경제 블록이었지만 2009년 미국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
미국과 일본의 공세에 중국은 아세안과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FTA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아세안+3 차원의 FTA를 선호했던 중국은 아세안이 아세안+6(한·중·일·인도·호주·뉴질랜드) 차원의 FTA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적극 응하겠다고 돌아섰다. 지난 19일에는 원자바오 총리가 "한중일 FTA도 내년 중에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21세기 세계 경제 블럭은 전략적 구도가 한반도를 가운데 놓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조급한 미·중·일..느긋한 한국= 미·중·일이 경제 블록화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의 몸값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동아시아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경제, 정치, 외교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취임 후 첫 순방국으로 한국을 찾은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한국과의 FTA를 하루 빨리 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고, 이어 26일 서울에 온 리커창 중국부총리도 "한·중 FTA를 추진하는 것이 양국이 다른 나라와의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경쟁에 대응해 공동으로 이익을 향상시키는데 유리하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미국은 앞서 한·미 FTA 의회 비준을 이례적인 속도로 끝내고 한국 국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발 빠른 FTA 전략도 한국의 몸값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한미 FTA를 포함하면 우리나라와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의 GDP가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9%로, 칠레(87.3%), 멕시코(71.6%)에 이어 세계 3위다. 미국은 33.1%에 불과하고 일본과 중국은 각각 17.1%, 16.9% 수준이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FTA는 자유무역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크다"며 "양자 FTA는 원산지가 다른 중간재에 대한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다자간 협정으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는 점도 우리 몸값을 높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자료:LG경제연구원, 2010년 기준.
◇"문은 열어 두되 서둘지 말아야 협상"= 전문가들은 이같이 우호적인 통상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방적 자세를 유지하되 서둘지 말고 탄력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은 "가령 중국이 강력히 원할 때 FTA 협상을 하게 되면 민감 분야의 양허 수준 등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 "조급하게 한쪽에 힘을 실어주기 보다 협상의 문호를 모두 열어놓되 최대한 확답은 미루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서둘러 마무리하는 등 양자 FTA 전략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는 장부상의 몸값만 올랐다"면서 "이를 실제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한·미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FTA를 서둘러 발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TPP나 아세안+6 참여 문제는 차후에 본격화되면 실익 차원에서 따져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자유무역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다시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 위원은 "국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FTA 체결에 급급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FTA를 졸속으로 체결하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체결 전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FTA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한다고 하면서 왜 하는지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다"며 "FTA 허브로서 경제 효과를 누리기 위해 굵직한 나라와 FTA 체결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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