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생, 6년간 등록금 한푼도 안 내도 됐는데....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 2011.11.19 09:30

[서초동 Veritas]유영구 전 KBO 총재 2500억횡령 및 배임, 징역 7년 선고

18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418호법정에서 정영훈 부장판사가 유영구(65)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게 말했다.

"유 전총재의 범행으로 대학이 입은 피해액이 2300억여원에 달합니다. 재단 대학생은 한국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유 전총재가 모두 책임진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받아야할 사람이 아직까지 대학 총장 자리에 남아있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유 전총재는 고개를 숙였다. 유 전총재의 범행을 지적하는 판사의 말은 계속 이어졌고 이를 듣는 그의 다리는 후들거렸다. 김인식(64)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은 법정에서 이 장면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유 전총재는 프로야구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90년 LG트윈스 창단 당시 고문을 지냈던 경력 등은 야구계의 큰 반발 없이 그를 총재직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유 전총재는 재임 기간 중 프로야구 600만 관중 달성,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WBC 준우승 등 많은 업적을 이뤘다. 유 전총재가 구속됐을 때 '유 전총재를 KBO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야구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쓴소리 하기로 유명한 김성근(69) SK 감독 역시 "그만한 사람이 어디있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유 전총재는 '사학재단 이사장'으로 학생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유 전총재가 이사장으로 있는 명지대는 올해 연세대, 이화여대와 함께 등록금 상위 '톱3'에 이름을 올렸다. 명지대는 장학제도 등이 부족해 학생들이 1년간 부담하는 실질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교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매년 명지대에서는 등록금 인하 투쟁이 연례행사로 벌어지고 있다.


명지대의 등록금이 비싼 이유가 검찰 조사로 드러났다. 유 전총재가 명지재단의 돈을 유용해 명지건설의 부도를 막는데 사용한 것. 유 전총재가 대표로 있는 명지건설이 2006년 부도위기에 처하고 개인 연대보증액도 1500억여원에 달하자 그는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유 전총재는 명지건설을 매각하고 개인파산을 막기 위해 명지학원의 교비를 횡령했다. 유 전총재는 명지학원 소유의 토지 매각 대금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았다. 토지 매각대금은 교비로 입금됐어야 했으나 유 전총재는 이를 횡령해 명지건설을 지원하거나 자신의 채무변제에 사용했다.

유 전총재가 빼돌리거나 재단에 피해를 끼친 금액은 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영훈)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유 전총재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 전총재의 범행으로 명지대 등은 교비 외에는 수익이 없는 학교가 됐다"며 "재단소속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비싼 등록금은 유 전총재의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졸업한 학생, 재학생 모두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2500억원은 명지대학생 6000여명이 6년간 등록금을 내지 않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돈이다. 유 전총재는 사상 최대의 사학비리 주범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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