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부터 휴대폰까지 '반값 대한민국'

머니위크 김진욱 기자 | 2011.11.22 09:43

[머니위크 커버]반값 마케팅의 明과 暗/'착하고 통크니' 지갑 열린다

'반값' 상품 전성시대다. 소셜 커머스에서 시작된 기업들의 저가 마케팅 열기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마켓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만 해도 '반값 기획상품' 앞에서 줄을 서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더 이상 놀랍게 느껴지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몰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저가 마케팅의 전술을 오프라인 업체들까지 '채택'하고 나선 셈이다.

무엇보다 반값 상품의 인기가 날로 커지는 것과 맞물려 해당 품목의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쇠고기, 커피 등의 먹거리는 물론 골프채, 노트북 등 고가의 품목으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농협 하나로마트에선 한우 불고기와 국거리를 100g당 1690원에 판매한 '반값 쇠고기'가 등장했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는 시중가의 절반도 안되는 '30만원대 골프채'가 선을 보였다.

◆대형마트 주도 속 온라인몰, 편의점까지 '가세'

가격파괴의 진원지로 꼽히는 온라인몰의 반값 마케팅 열기는 오히려 더 뜨겁다. G마켓에선 다시마와 전복, 홍게 등 수산물이 오프라인보다 최고 50% 싸게 판매된 '배 들어오는 날' 기획전이 최근 진행됐고, 11번가는 서울랜드 자유이용권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반값에 제공하는 영업행사를 통해 1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편의점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보광훼미리마트도 반값 행렬에 동참,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를 통해 훼미리마트 모바일 문화상품권 10만장을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즐비한 반값 상품들 중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아이템은 단연 IT·가전 제품이다. 특히 최근 대형마트를 시끄럽게 했던 '반값(요금제) 휴대폰'과 '반값 TV'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지난 11일 기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개 이동통신사가 장악하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반값 휴대폰' 상품을 내놨다.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 프리텔레콤과 제휴해 130개 매장에 입점한 '모바일 이마트'에서 휴대폰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MVNO는 통신 3사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이마트폰'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KT통신망을 빌려 기본료를 최소 4500원으로 낮췄다. 이는 일반 휴대폰의 기본요금이 1만원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5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여기에 '이마트폰'은 휴대폰 가입비와 약정기간, 의무 서비스도 없앴다.

'거품'을 뺐다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이마트폰'은 현재 전국 각 이마트 매장에서 하루 평균 6대 이상씩 꾸준히 팔리는 등 판매 상승세를 경험하고 있다.

한가지 눈여겨 봐야 할 사실은 이마트의 '반값 휴대폰'이 출시된 직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데다 기존 통신시장 구도에서 판도를 바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는 점이다. 만약 시장에서 이 제품이 성과를 거둔다면 유사한 컨셉트의 다른 휴대폰 상품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 휴대폰 구입 시 이통사와 관계없이 가입자 인증모듈(USIM)만 있으면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반값 휴대폰'은 다른 중소업체들의 휴대폰 시장 진출을 가늠할 수 있는 '롤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값 휴대폰·반값 TV…반값 열풍 '하이라이트'

반값 휴대폰에 앞서 등장한 '반값 LED TV' 역시 최근의 반값 마케팅 열풍을 주도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2010년 롯데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통큰 치킨.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통큰치킨의 판매가 종료된 가운데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지난달 말 이마트에서 판매된 '드림뷰TV(32인치)'가 그것으로, 이 제품은 국내 대기업 제품보다 40%가량 저렴한 40만원대에 판매됐다. 그런데 출시 3일 만에 준비한 5000대가 모두 팔려나갔다. 이마트측은 폭발적인 소비자들의 반응에 힘입어 다음달부터 이 제품을 다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최근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한 32인치 LED TV를 50만원대에 판매하는 '반값 TV'를 선보였는데, 사실 '반값 TV'는 롯데마트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지난 6월부터 32인치 LCD TV 가격이 44만원대인 '통큰 TV'를 판매해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월에도 롯데마트는 전국 89개 점포에서 가전회사 모뉴엘이 만든 29만9000원짜리 24인치 LED TV를 판매해 개점 30여분 만에 첫 물량 3000대를 완판했었다.

이처럼 '반값 휴대폰' '반값 TV' 등 IT·가전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반값 상품'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준 만큼 향후 반값 상품의 스펙트럼은 더 넓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한국경영정보연구원의 김현철 대표는 "'착한 시리즈'와 '통큰 시리즈'로 가격파괴 상품에 짭짤한 재미를 본 유통기업들이 이제는 특정 품목이 아닌 전 제품군에 이같은 '반값 마케팅 툴'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마진과 품질이다. 이 부분이 공급업체와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가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반값상품', 어떻게 가능한가

그렇다면 현재 반값 마케팅 열풍을 주도하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는 어떻게 이 같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고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일까. 그 이면에는 이들 업체들이 취하는 '직(直)소싱'이라는 유통전략이 크게 관여하고 있다.

직소싱이란 중간유통 단계를 없애고 아예 직접 물품을 발주하는 것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거품이 크게 끼는 수입상품을 현지에서 직접 구매함으로써 훨씬 싼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최근 출시 3일 만에 준비한 5000대가 매진된 이마트의 '드림뷰TV'가 대표적인 직소싱 방식을 채택했다. 국내 대기업이 파는 가전제품은 해외에 비해 국내 가격이 비싸지만 이마트는 대만의 세계 최대 LCD 생산업체인 TPV로부터 직접 구입, 국내 대기업제품보다 20~40%가량 저렴한 가격에 TV를 판매할 수 있었다.


'반값 커피'인 브라질 원두커피 농장에서 원두를 직접 들여와 판매한 이마트의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도 같은 경우다. 이마트는 수입업자로부터 원두를 사오지 않고 직접 브라질로 날아가 원두를 구매해 기존 커피보다 20%나 저렴한 커피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밖에 롯데마트 역시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일본바다에서 잡힌 생선을 기피하자 캐나다에서 생태를 직접 공수해 판매한 바 있다.
 
◆반값 상품, 실속인가 유혹인가

유통가를 중심으로 활개를 치고 있는 '반값 마케팅'이지만 이를 보는 주변의 평가는 긍정과 부정으로 명백하게 갈린다.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활비를 한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알뜰소비 심리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반값 상품을 꺼릴 이유가 없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반값'이 주는 파격적인 가격할인 혜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시선은 자연스레 반값상품의 품질 쪽에 쏠린다. 이마트 '반값 TV'만 해도 포털 블로그에 올라온 사용후기에서 △USB 2.0 단자가 없다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진다 △가격이 싼 게 아니다 등의 주장이 속속 나오는가 하면 '저가형 TV'라는 동일선상에서 중국 하이얼TV나 미국 월마트TV와 비교하는 글들이 올라와 이마트 측을 당황케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각에선 소비자들이 반값 상품에 현혹돼 오히려 실제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내세우고 있다. 가계 부담을 덜어 줄 것 같은 반값 마케팅이 오히려 과소비를 부추겨 씀씀이를 키우고 있다는 논리다.

얼마 전 '반값 쇠고기'를 판매한 농협의 경우 새벽부터 100여명의 손님이 줄을 서는 등 쇠고기를 구입하기 위해 고객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리고 반값 혜택을 누리게 된 고객들은 하나같이 1인당 판매 최대량인 2㎏(3만3800원)씩 구매해 과소비(?)를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당초 구입하려는 제품이 아니었지만 '50% 할인' 제품이나 '원 플러스 원' 상품을 사는 바람에 예산을 초과해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사례도 이같은 견해와 일맥상통한다.



↑ 우성엔터프라이즈의 32인형 LED TV 위큐브. 홈플러스는 온라인 쇼핑몰인 스타임몰을 통해 56만9000원에 상품을 판매했다. 지난7월에도 자체 PB브랜드로 22인치 중저가 LED TV인 '엑스피어(XPEER)를 출시해 3000대를 판매했다.
 
■'반값TV'에 오히려 웃는 삼성-LG전자
 
이마트가 국산 LED TV 제품 가격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49만9000원짜리 반값 TV '드림뷰TV'를 내놨을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운 '드림뷰'에 몰려 자사의 제품 판매량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사의 이런 우려는 '기대감'으로 반전됐다. '드림뷰'의 판매량 증가가 덩달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제품 판매량 증가를 부추겼던 탓이다.

실제 드림뷰TV가 출시된 지난달 27∼28일 삼성과 LG전자의 32인치 LED TV 판매량은 작년 동기에 비해 502.6%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이마트 측은 "반값 TV가 삼성과 LG의 기존 프리미엄 TV 제품의 수요를 축소시킨 것이 아니라 저가 제품 수요를 키워 결과적으로는 전체 디지털 TV 시장의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값 제품'을 사이에 둔 기업간 이해관계가 한편에선 복잡해 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값도 아깝다…이젠 공짜?


↑ 보너스365

반값 마케팅 붐을 불러일으켰던 소셜 커머스 시장에선 '반값'에서 더 진화한 '공짜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프리 마케팅'(Free Marketing)이라는 개념인데, 이는 서비스와 제품을 말 그대로 '공짜'로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존 소셜 커머스가 공동구매를 통해 반값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프리 마케팅은 고객이 자신의 사연을 응모해 쿠폰에 당첨되거나 다른 고객에게 소개해 물건을 공짜로 받는 식이다.

현재 대표적인 프리 마케팅 기업으로는 소셜 커머스 기업인 '타운폰'과 '보너스365'가 꼽힌다. 타운폰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간편한 미션(문답형)만 수행하면 누구나 공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타운폰 정보를 공유하고, 공유한 URL을 타고 타운폰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이 회원가입을 하면 당첨확률이 높아진다.

보너스365는 돈 대신 '햇님'이라는 소셜 쿠폰을 사용해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데, 햇님은 사용자가 친구 초대나 보너스 상품 당첨 후기 작성 등의 활동을 하면 받을 수 있다. 제품의 입소문 활동을 통해 사실상 공짜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프리 마케팅'은 미국의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 '판도라'가 효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용자가 음악이 나오기 전에 짧은 광고를 듣기만 하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인터넷 서버에서 몇 곡의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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