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하이닉스 인수 '가격'만 남았다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11.11.10 17:26

SKT, 하이닉스 인수 입찰서 제출...최종 인수가 약될지 독될지는

SK텔레콤하이닉스 인수 본입찰에 단독 참여해 하이닉스의 새주인이 될 가능성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최종 인수 결정은 인수가격이기 때문에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SK텔레콤은 10일 오후 3시부터 하이닉스 인수 관련 이사회 간담회와 이사회를 거쳐 하이닉스 본입찰에 참여키로 최종 결정하고 본입찰 서류를 매각주간사에 제출했다.

당초 본입찰 마감을 이틀 앞두고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오너 일가의 자금유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포기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 건이 인수건과 무관하고, 오너에 대한 수사를 회사의 사업계획과 연관 짓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예정대로 인수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SK 관계자는 "검찰수사로 경영상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인수참여를 검토해온 만큼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SK그룹은 다시한번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키우게 된다. SK그룹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그룹의 양대 축인 에너지와 통신사업 체계를 갖췄다.

◇신사업 발굴로 내수한계·규제리스크 극복

하이닉스 인수는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수출 제조기업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통신이라는 내수산업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도 신사업 발굴과 사업포트폴리오 다양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SK텔레콤은 사업이 모바일에 집중돼 있어 저성장과 높은 규제 리스크가 기업가치의 할인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신규 사업은 이러한 부분을 일부 해소시키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하이닉스 인수당사자는 구주 비중은 6%, 신주 비중은 14%로 지분 20%를 가져가게 된다. 시장에서는 하이닉스 인수에 2조~3조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단 SK텔레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조34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까지 포함할 경우 보유현금이 2조원을 넘는다.

높은 인수가격으로 M&A가 오히려 회사를 경영난에 빠지게 하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홍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더라도 보유 현금, 현금 창출 능력, 신용등급으로 볼 때 자금 조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인수에 따른 이자비용증가 폭이 크지 않아 높은 배당금 지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선의 투자는 아니다…시너지도 적어"

하지만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가 '최선의 투자'는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밝힐 당시 시장에서는 통신서비스와 반도체사업의 연관성이 없다는 부정적 의견이 잇따랐고 외국인 주주들은 지분을 대폭 줄이며 싸늘한 반응을 보냈다. 경기 흐름을 타지 않는 통신산업과 달리 반도체산업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장기적인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사업과 SK텔레콤의 기존 모바일, 콘텐츠 사업의 시너지가 제한적이고 IT사업, 특히 반도체사업의 경험이 없어 비효율적 경영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최근 강조하는 전략적 성장 방향과도 다소 동떨어진다. SK텔레콤은 올해 10월 플랫폼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플랫폼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신규 사업에 집중해야할 역량을 분산시킬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 내부에서 조차 그룹에 등 떠밀려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최근 SK텔레콤이 본업인 통신서비스에서 투자 부담과 실적악화로 고전하는 상황도 M&A를 우려하는 이유다.

SK텔레콤의 3분기 영업이익은 531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2%, 전 분기 대비 19.4% 각각 감소했다.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요금인하, 설비투자비 증가 등으로 이익도 줄었다.

SK텔레콤은 최근 1.8GHz대역 주파수를 9950억원에 사들였고, 추가적으로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당초 계획한 올해 설비투자비는 2조원이지만 LTE 망 확충에 3000억원을 더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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