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사랑이 온다'···눈물겹도록 솔직한 진실
객석은 훌쩍였고 수시로 작게 한숨을 쉬며 숨 고르는 소리도 들렸다. 불편한 진실 앞에 눈과 귀를 꼼짝없이 열어둔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관객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연극 '사랑이 온다'는 15년전 아버지의 학대를 버티지 못하고 가출한 아들의 세 번에 걸친 귀환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혼할 여자를 데려온 아들은 아버지에게 앙갚음으로 '정산'을 하겠다고 한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사회는 어쩌면 공정한 사회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주고받는 것을 '폭력'이라는 사회적 악과 결부시켰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들 역시 폭력을 휘두르며 살고 있다. 끝나지 않는 가정폭력, 나아가 사회폭력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며 폭력성의 정화에 과연 어떤 고통과 인내, 사랑이 필요할까 생각하게 한다.
지난해 초연 당시 절정의 연기로 극찬 받았던 배우들이 다시 모여 밀도 있는 생생한 무대를 선보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우리네 진실을 눈물겹도록 솔직하게 그려냈다.
◇록뮤지컬 '햄릿'···록 비트 더한 강렬한 비극
'또 햄릿이야?' 잊혀질만 하면 무대에 오르는 고전이지만 다시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뮤지컬로 각색한 이 작품은 1999년 체코 초연 이후 2007년부터 2년간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리에 공연했고, 2007년 국내 첫 선을 보였다.
햄릿의 삼촌이 아버지 왕을 독살하는 꿈속 장면은 영상으로 구성해 쉽게 풀었고, 록비트의 강한 선율은 작품을 더욱 역동적으로 이끌었다. 발라드, 스윙재즈 등 다양한 음악과 함께 비극적이고 심각한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냈고, 재치 있는 앙상블의 연기와 노래 또한 극의 몰입을 높이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뮤지컬 '조로'···복면 영웅의 유쾌한 활극, 노래 한곡이 아쉬워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의 개관 작인데다가 조승우·박건형·김준현의 막강 캐스팅으로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던 '조로'였기에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3시간20분(인터미션 포함)이라는 러닝타임 때문이었을까, 조로는 다소 힘들었다.
객석을 가로질러 무대로 이어진 와이어를 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다니는 조로(조승우)를 따라다니느라 눈이 바쁘다. 군사들에게 포위된 조로가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가 하면 아슬아슬한 불꽃쇼가 벌어지더니 어느새 능청스러운 개그연기로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다양한 볼거리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앙상블의 플라멩고 군무는 명장면 중 명장면이다. '밤볼레오' '조비조바' 등을 외치며 정열적인 탭댄스를 선보일 때는 작품의 에너지가 통째로 전해지는 듯 했다. 기술과 예술이 조화된 '조로', 하지만 뮤지컬의 진짜 묘미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의 노래 한가락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 조로의 메인넘버 한곡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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