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가 발주한 YERP 패키지2를 설계와 조달, 시공을 일괄 수행하는 EPC 방식으로 총 5억8000만달러에 수주했다. 패키지2는 증류탑에 가열된 원유(Crude Oil)를 주입해 액화석유가스(LPG)와 가솔린, 경유 등을 뽑아내는 공정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무게 1036톤짜리 증류탑(V Column)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 증류탑은 세계 최대 크기인 3600톤 크레인으로 세워진다. 아직 증류탑 설치까지 한참 남았지만 SK건설은 크레인을 미리 예약해뒀다.
예약이 많이 밀려 있어 자칫 크레인 확보가 늦어지면 계획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YERP는 지난 8월 초 착공에 들어가 현재 시공 진행률이 1.17%에 불과하다.
현장을 방문한 지난달 29일엔 터파기에 이어 콘크리트 기초공사가 한창 진행 중으로, SK건설은 '40일 작전'에 돌입해 있었다. 우기가 오기 전에 기초 배관공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물기를 거의 흡수하지 못하는 사막모래의 특성으로 인해 기초 파이프 배관작업을 서두르지 않으면 공기를 제때 맞추지 못하는 사태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메인배관 설치는 내년 4월까지로 계획됐지만 우기가 오기 전에 시공을 마쳐야 다음 공정으로 제때 넘어갈 수 있다"며 "때문에 다소 무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장직원들이 똘똘 뭉쳐 이달 말 이전에 공사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또 있다. YERP 현장이 위치한 얀부지역은 홍해와 인접해 있다. 때문에 땅을 조금만 파도 땅 속에 스며들어 있던 바닷물이 위로 솟아난다. 흙 입자가 너무 세밀해 물기를 전혀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SK건설이 따낸 YERP 공사의 계약금액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준에 결정됐다. 때문에 저가수주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이도 많다.
이런 이유로 YERP 직원들은 원가절감과 공기단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성공적으로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토대로 대안설계와 자재·장비업체 다변화 등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있다.
다만 값싼 중국산을 사용해 원가를 낮추는 것은 중동에서 허락되지 않는다. 발주처가 계약 당시부터 중국산 자재 사용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작부터 쉽지 않은 난관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YERP 현장직원들은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다. 특히 중동현장 경력만 40년인 김 소장의 노하우가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현장직원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945년생인 김 소장은 한국건설사 중동 진출의 산증인이다. ROTC로 군 제대 후 71년 선발대로 중동에 첫발을 내딛은 후 수많은 중동현장을 누볐다.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현장을 지키는 건 오로지 김 소장의 능력 탓이다. 정년을 훌쩍 넘겼지만 중동 플랜트시장 강자를 꿈꾸는 SK건설은 김 소장의 경험과 리더십이 아직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소장은 "40년 이상 중동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경험과 시공노하우가 오랫동안 현장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현실 이상의 목표를 세워 끈질기게 추진해나가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는 게 한국 건설인의 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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