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사막위 세계 최대 '요새' 짓는다"

머니투데이 메사이드(카타르)=전병윤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 2011.11.11 09:14

['한국건설의 혼' 세계에 심다 ②-7]현대건설 '카타르 5차 비료공장'

<2>중동편② - 카타르

↑'카타르 5차 비료공장'은 마치 사막 위에 지어진 요새와 같다.

 허허벌판인 사막 위에 지어진 요새다. 언뜻 보면 거대한 미확인비행물체(UFO)가 모래 위에 내려앉은 것 같은 모습이다. 이 형이상학적인 거대한 인공구조물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카타르 5차 비료공장'이다. 현장명은 발주처인 카타르 비료회사의 이름을 따 'QAFCO-5프로젝트'로 부른다.

 총 공사 규모는 35억달러로 현대건설은 이중 12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맡고 있다. 현대건설은 2007년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맡는 '턴키' 방식으로 공사계약을 했다. 5차 비료공장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일 정도로 카타르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중국이나 인도 등 거대한 개발도상국의 부상으로 전세계적으로 비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2~3년 후면 투자금액을 모두 회수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카타르는 바로 옆에 6차 비료공장을 추가로 건설중이다.

↑석두만 현대건설 카타르 5차 비료공장 현장 소장.
 현장소장인 석두만 현대건설 상무(사진)는 "비료공장은 화학공장 가운데서도 설계와 건설이 가장 까다롭기로 정평나 있다"며 "비료를 만들기 위해선 재료수가 많은 데다 가스를 원료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료를 만드는데 왜 가스가 필요할까. 화학반응의 과정을 보면 해답을 얻는다. 우선 암모니아공장에서 가스(CH4) 스팀(물·H2O) 질소(N2) 산소(O2)를 섞고 1023도의 고온과 고압을 통해 암모니아(NH3)와 이산화탄소(CO2)를 만들어낸다.

그런 다음 배관을 타고 요소공장으로 옮겨진다. 여기서 다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면 요소(H2NCONH2)와 물(H2O)로 나뉜다. 다시 물을 분리하면 하얀색 분말의 요소를 얻는다. 요소는 포름알데히드와 결합을 통해 알갱이로 변한 뒤 요소비료로 탄생하고 창고로 이동하는 구조다.

↑'카타르 5차 비료공장'의 복잡한 파이프라인과 배선들이 형이상학적이다.
 5차 비료공장에는 고온의 압력을 식히기 위한 설비뿐 아니라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소도 패키지로 들어선다. 이렇듯 복잡한 화학적 반응 속에 비료를 생산하기 때문에 수많은 배관이 외벽을 휘감고 있다.

비료공장의 외관이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형이상학적 모양을 한 이유다. 복잡한 배관으로 인해 공사에 들어간 케이블 길이만 자그마치 2000㎞에 달한다.

 현재 카타르 5차 비료공장은 시험운영중이다. 가스가 조금이라도 새면 대형 폭발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현장직원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석 상무는 현대건설 입사 후 해외건설 현장에서만 무려 27년을 보낸 베테랑이다. 중동에서 11년, 동남아에서 10년을 젊음과 함께 보냈다. 그런 석 상무에게도 시험운영기간은 신경이 곤두서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설계가 워낙 복잡하고 수많은 배선과 파이프라인이 얽혀 있어 작은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비료공장 내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전자파마저 없고 배터리 폭발시 이를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제품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지반공사 과정에서 도면에도 없던 가스관들이 나왔기 때문. 과거 매설한 가스관인데 당시 기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카타르에서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고 한다. 석 상무는 "결국은 기계를 사용하지 못해 근로자들이 일일이 삽으로 흙을 파서 지반공사를 하는 통에 무척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카타르 5차 비료공장'은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5차 비료공장 규모에 못지않게 근로자들의 캠프도 어마어마하다. 6300명을 수용하는 캠프의 넓이는 가로·세로 1㎞에 달한다. 숙소 건설비용만 500억원이 들었다. 공사가 정점을 찍을 때는 1만5000명이 공사에 투입됐는데 숙소가 모자라 인근 아파트를 구해 분산하기도 했다.

캠프에는 소방서, 골프연습장, 수영장, 축구장, 병원, 슈퍼마켓, 노래방, 이발소, 헬스장 등 없는 게 없다. 현대건설이 공사를 위해 어지간한 마을 한곳을 지은 셈이다.

 총 7개 국가의 근로자들이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하는 데도 적지 않은 힘이 든다.

캠프관리를 전담하는 김주범 현대건설 부장은 "근로자들 도시락도 국가별로 따로 준비해야 하고 자기네 음식이 다른 나라 근로자들보다 못하면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한다"며 "월급을 제외하고 근로자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만 1명당 1개월에 500달러"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근로자가 일하는 과정에서도 인명사고가 단 1건도 없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카타르 5차 비료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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