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열사의 땅' 쿠웨이트에 812㎞ 파이프 깐다

머니투데이 쿠웨이트=전병윤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 2011.11.10 08:42

['한국건설의 혼' 세계에 심다 ①-3]현대건설 'LSFO 오일 앤드 가스 파이프라인'

<1>중동편① - 쿠웨이트

↑'LSFO 오일 앤드 가스 파이프라인' 공사 현장. 파이프라인을 통해 176km 떨어진 발전소에 원유와 가스를 보내기 위한 공사다.
가을 날씨라지만 사막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눈을 뜨기 힘들게 하는 강한 햇볕은 가만히 있어도 구슬땀이 흐르게 만든다.

'LSFO 오일 앤드 가스 파이프라인'은 사막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공사다. 쿠웨이트 남부에서 생산한 원유와 가스를 도하발전소와 북부에 있는 사비야 발전소까지 파이프라인을 통해 연료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가스와 오일 파이프라인을 2가닥씩 총 4가닥을 쿠웨이트 도심을 비켜 사막에 심어야 한다. 파이프라인 길이만 총 812㎞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다. 발주처인 쿠웨이트오일컴퍼니(KOC)의 영문 약자를 따 'KOC파이프라인' 공사로 불린다.

↑파이프라인을 잇기 위한 용접작업 전에 커팅을 하고 있다.
대부분 공정이 쿠웨이트를 휘감듯 사막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다. 한여름엔 온도계가 50도까지 치솟아 작업을 중단하는 때가 부지기수다.

온도가 내려간다고 해도 파이프 용접작업은 더딜 수밖에 없다. 공사범위가 워낙 넓으니 현장을 일일이 컨트롤하기도 힘들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맞고 하루종일 현장을 돌아다녀도 좀처럼 일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

양용부 현대건설 부장은 "공사범위가 쿠웨이트 전역에 걸쳐 있어 집중적인 관리가 어렵다"며 "쿠웨이트의 전력 확대가 시급하기 때문에 가스라인을 우선 매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타르는 네덜란드처럼 땅이 해수면보다 낮다. 그래서 건물을 지으려면 흙을 쌓아 지반을 높이는 작업이 필수다. 카타르를 다니다보면 땅이 흥건히 젖은 걸 볼 수 있는데 낮은 해수면으로 인해 바닷물이 올라와서다. 파이프라인을 심기 위해 땅을 단순히 팔 때도 있지만 지반을 올려놓고 심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와 가스를 보내려면 압력을 넣어주는 컴프레서 공사를 해야 한다. 지반이 해수면보다 낮아 흙을 쌓아 올리는 작업이 선행된다.
우선 원유와 가스를 176㎞ 떨어진 사비야 발전소까지 보내려면 컴프레서를 통해 강한 압력을 만들어 밀어줘야 한다. 이곳도 전체 지반을 올려놓고 5~7m 아래 매설했다. 컴프레서 압축과정에서 생긴 열을 낮추기 위한 열교환장치도 설치해야 한다.

약 20m 길이로 끊은 파이프라인들을 땅에 묻기 전에 이으려면 용접작업을 마쳐야 한다. 지름이 122㎝(48인치)인 파이프라인을 용접하는 과정도 고된 작업이다. 천막을 치고 2명이 1개조로 하루를 꼬박 일해야 겨우 2개 파이프라인의 용접을 마칠 수 있다.


용접이 끝나면 매설 후 녹이 슬지 않게 하기 위해 코팅작업을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마치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관통하듯 매설을 위해 줄지어 선 파이프라인의 광경은 장관에 가깝다.

↑파이프라인을 땅에 매설하기 전 용접하는 모습. 사막에 펼쳐진 끝없는 파이프라인은 장관이다.
파이프라인 공사현장 옆 10층 높이의 송전탑들은 어지러울 만큼 수많은 전깃줄을 늘어뜨린 채 끝없는 행렬을 잇는다. 송전탑 공사도 현대건설이 맡았다. 인간문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을 만들고 송전하기 위한 구조물들은 주변을 압도할 만큼 육중했다.

현재 공사에 동원된 인력은 3635명. 정점을 찍을 올해 말이나 내년 3월에는 총 5400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파이프라인이 심어진 사막을 따라가다 보면 텐트를 치고 사는 주민들도 보인다.

원주민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살다가 나온 '캠프족'이다. 온도가 30도로 내려가는 10월 중순 이후부터 이듬해 2~3월까지 유목민족인 선조의 생활을 경험하는 취지로 수개월간 가족들과 캠프생활을 하기도 한다.

↑가을을 맞아 사막에서 캠핑을 하는 현지인들.
사막 중간에 낙타 무리도 눈에 띈다. 옛날처럼 낙타를 이동수단으로 쓰지 않지만 결혼식이나 제사 때 사용하고 고기도 나눠 먹는다고 한다. 광활한 사막과 이국적인 풍경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사무치게 한다.

임영철 현대건설 부장은 "자식들의 생일이나 졸업식에 참석하는 건 엄두도 못낸다"며 "가정의 소소한 행복을 포기한 것에 비해 갈수록 해외 근로자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고 있어 과거처럼 해외수당에 대한 세제혜택과 같은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막을 지나다보면 낙타들이 수없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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