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동국가들의 성장 고민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1.11.08 07:58
 중동국가들은 오일달러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가고 있다. 거리는 돈으로 넘쳐난다. 1대에 8000만원을 웃도는 토요타의 '랜드크루저'는 국민차로 불릴 정도로 흔하다. 휴일을 앞둔 목요일 저녁이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같은 고급 스포츠카를 끌고나온 젊은이들이 도로를 메운다.

 호화스러운 개인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아파트에 살면서 명품 쇼핑을 즐기지만 별다른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나라에서 주는 각종 지원금만 받아도 부유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데다 왕족으로 태어나면 평생 '한량'의 삶을 맘껏 누릴 수 있다.

 이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중동에 들어온 제3국인들을 눈 아래로 두는 배경이기도 하다. '졸부' 입장에선 50도까지 치솟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삽을 들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을 하인 보듯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중동국가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원유나 가스가 고갈되기 전에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제조업은 미약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백지상태에 가깝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스스로 노동에 나서야 하는데 인생이란 제비뽑기에서 행운을 잡고 인생을 맘껏 누려온 그들을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 유인책이 마땅찮다. 중동국가의 롤모델 중 하나였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재기를 모색하지만 현재로선 낙관할 수 없다. 개방을 통해 세계자본을 끌어들여 중동의 허브가 되려고 한 두바이식 모델은 아직 실험단계일 뿐이다.

 자신의 나라에 와서 회사를 만들고 돈을 쓰게 하려면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심리 말고도 문화적 개방도 뒤따라야 한다. 더구나 천연자원이 고갈된 후 1년에 반년 이상 40~50도를 넘나드는 나라라면 말이다.

중동 현지에서 근무하는 국내 한 건설사 직원은 "오일달러에 취해 자민족 우월주의에 빠진 중동국가들도 부를 안겨준 자원이 되레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문제는 뾰족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공통된 고민"이라고 말했다. 중동을 보면서 자원의 빈곤이 기적을 이뤄낸 밑거름이었다는 '한강의 기적'이 진부한 얘기가 아님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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