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몽니?'…한국건설사에 '보복'

머니투데이 도하(카타르)=전병윤 기자 | 2011.11.07 05:01

UN기후협약 유치경쟁 밀리자 韓기업에 발주 중단…대규모 공사수주 백지화 우려

국내 대형 건설기업인 A사는 최근 카타르 정부 소속의 발주기관으로부터 도하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의 공사 계약을 보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계약 직전이었던터라 A사는 당혹감에 빠졌다. 상황을 파악한 결과 카타르 정부가 유치전에 뛰어든 '1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

내년에 열리는 '1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카타르와 함께 우리나라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이번 행사 유치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 왔다.

"한국이 뒤늦게 뛰어들어 유치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총회 유치전 상황이 자국에 유리하게 진행되지 않자 가시화됐던 공사계약은 물론 신규 발주공사의 초청 대상에서 한국 건설사들을 제외하는 등 사실상 보복 조치를 한 것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카타르는 중동 산유국 가운데 한국 건설기업들이 가장 신경쓰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한해 한국 건설사들은 카타르에서 6억4200만 달러의 공사를 따낸데 이어 올들어선 지난 3일 현재 전년대비 50% 가량 늘어난 9억6200만 달러를 계약했다.

이 같은 수주 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140억9318만 달러)와 이라크(32억6964만 달러), 오만(19억5127만 달러), 아랍에미리트(19억4961만 달러), 쿠웨이트(13억6933만 달러)에 이어 중동에선 여섯번째로 많은 규모다.

절대 액수에선 사우디나 이라크에 비해 크게 못미치지만, 카타르가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2017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도로·항만·공항 등 인프라시설과 발전소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 발주 규모가 대폭 늘어날 예정이어서 한국 건설기업들에도 많은 수주 기회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문제가 된 신 도하국제공항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총 130억 달러 규모로, 1·2단계는 내년 완료되며 2017년까지 최종 3단계를 마무리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이 프로젝트 가운데 A사가 계약보류 통보를 받은 사업은 터미널 건축공사로,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추가 공사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10억~30억 달러까지 수주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카타르 정부의 한국 건설사들에 대한 발주 중단 조치로 '황금시장'이 될 카타르 건설수주시장이 남의 잔치가 되는 게 아니냐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카타르는 1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최를 놓고 우리나라와 각축을 벌이자 공사 발주시 한국기업의 입찰 참여를 배제시킬 것을 현지 발주처들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성장'을 모토로 내건 이명박 정부는 이번 총회 개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18차 총회는 193개국 정부대표 등 1만5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특히 이번 총회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담은 교토의정서가 내년 만료돼 '포스트 교토의정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세계적인 논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국제적 환경 회의인만큼 현 정부의 녹색성장과 부합한다고 판단해 추진한 것"이라며 "유치 의사를 먼저 표명했다고 여긴 카타르 정부가 불쾌히 여겨 한국 업체에 입찰 제재를 지시해 곤란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카타르는 해외건설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총회 유치 의사 표명은 우리나라가 먼저 한 것"이라며 "양국간 외교적 문제여서 현재로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며 모든 정보를 수집해 최종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는 우리나라와 카타르가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최종 결정은 오는 12월 제17차 총회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올림픽처럼 투표 방식으로 개최국을 선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복수의 국가가 경쟁을 벌이면 당사국간 중재를 통해 한 곳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만약 17차 총회 전까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사무국이 있는 독일의 빈에서 열리게 된다.

다만 빈의 경우 대규모 회의를 수용할 만한 시설이 부족해 양국이 합의를 통해 한 곳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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