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락가락' 복지부 행정에 병원들만 웃었다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11.11.02 17:13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7500여개 의약품의 가격을 평균 14% 일괄인하해 건강보험 재정 1조7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병원들만 크게 웃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고 수백억원의 '합법적인 리베이트'를 챙겼기 때문이다.

전재희 전 장관 시절 보건복지부는 약가에 낀 거품을 빼겠다며 병원이나 약국이 제약사로부터 약을 싸게 살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를 추진했다. 정부가 정한 가격(상한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면 싸게 산 만큼의 70%를 인센티브로 준 뒤 내려간 구입가격 만큼 약가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제약업계의 반발이 있었지만 지난해 10월 시행됐고, 그날부터 지난 6월까지 8개월 간 건강보험 재정 476억여원이 병원과 약국에 '인센티브'로 지급됐다.

절반을 넘는 276억원 가량은 상급종합병원, 166억 정도는 종합병원, 약 24억원은 병원이 챙겼다. 동네의원은 7억7000만원, 약국은 1억5500만원을 받아갔다. 지난 6월까지 8개월간 지급된 인센티브가 476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 350억원 가량이 더 지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합치면 800억원을 훌쩍 넘는 액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취임한 진수희 전 장관이 더 센 '약가 일괄인하' 방침을 들고 나오며 인센티브 준 만큼 약 가격을 인하하는 후속조치가 중단됐다. 일괄인하 폭이 더 커 굳이 시장형실거래가제로 인한 약가인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인센티브만 낭비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복지부는 "어차피 리베이트로 병원들에게 돌아갔을 돈"이라는 입장이다. 어차피 정부가 정한 상한가 안에서 이뤄진 거래이기 때문에 제도 시행 전에 비해 손해를 본 게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정부가 앞장 서 병원들에 리베이트를 챙겨줬다는 얘기가 된다. 병원들은 거세지는 리베이트 수사압박에 마음 졸일 필요 없이 1년 넘게 정부로부터 합법적 리베이트를 받은 셈이다. 불과 1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책집행이 낳은 결과다. 지난해 10월 시장형실거래가 대신 일괄인하 정책을 추진했다면 헛돈을 낭비할 일은 없었다.

지난달 취임한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약가정책이 장관이 바뀔 때마다 다른 이름으로 등장하는 일이 없도록 일괄인하 이후 적용될 약가정책에 대해 합의를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소 없는 외양간에 못질하는 행정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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