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부동산에세이]수도권 도시형생활주택의 허상

머니투데이 정기영 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 원장 | 2011.11.03 08:47
며칠 전 지방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는 서울에서 분양되는 도시형생활주택을 1채 사서 임대사업을 하고 싶은데 시장 전망이 어떤지를 물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원정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1∼2인가구가 48%에 달한다. 2년간 수도권 전셋값이 18.83% 올랐기 때문에 소형주택 수요가 많은 편이다. 임대차 주택 가운데 월세비중이 전국적으로 절반을 넘어선 데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다양한 혜택이 있어 수익형 상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그러나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가 지속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투자목적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받는다면 다음과 같은 사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용면적 60㎡당 1대(상업지역, 준주거지역은 120㎡당 1대) 이상 주차장을 설치하면 되는 만큼 15∼20㎡ 규모로 짓는 경우 3∼6가구당 1대꼴로 주차장을 확보하면 된다.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국정감사에서도 "주차문제로 슬럼화가 20∼3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아파트에 적용되는 외벽과 도로간 거리나 소음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난개발이 우려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조망권은 고사하고 일조권이 침해되고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한 곳도 태반이다.

시공 중인 건물이 완공될 무렵에는 공급과잉이 될 수도 있다. 올 상반기 도시형생활주택의 인·허가 건수는 3만가구에 육박하는 등 지난해보다 6배나 많다. 면적기준으로 따져보면 가격도 만만치 않다. 경기권 도시형생활주택은 3.3㎡당 1788만원으로 아파트 평균시세인 913만원의 2배에 달한다.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업지 땅값이 급등하고 이는 분양가 상승, 임대수익률 악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임대사업을 하려면 최소 연간 6% 넘는 수익률이 보장된 곳을 찾아야 한다.

수요자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현재보다 주거여건이 더 좋은 주택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경기가 회복되고 소득수준이 높아질 경우 아파트보다 환경이 열악한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를 보장할 수 없다.

특히 최근 건설되는 도시형생활주택은 대부분 20㎡ 미만 소형이어서 2인이 거주할 경우 1인당 최저 주거수준인 12㎡에도 못미치는 면적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이름만 다를 뿐 결국 소형 원룸이나 다를 바 없다. 과거 인기를 주도한 중대형 아파트가 최근 푸대접을 받고 있듯 도시형생활주택도 훗날 애물단지로 추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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