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집행유예부터 무기징역까지…왜?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 2011.10.30 13:12
#A씨(79·여)는 1954년 결혼한 뒤 남편의 과격한 폭행에 시달려왔다. 남편은 2005년부터 치매증상을 보였고 A씨는 그 뒷바라지까지 해야해 남편에 대한 불만이 극도로 쌓인 상태였다.

전세방에서 살던 부부에게 집 주인은 "이미 다른 사람과 계약했으니 방을 비워주든지 계약금을 물어줘라"고 말했다. 이에 화가 난 남편은 망치를 휘두르며 집 주인을 찾아가겠다고 했고 A씨는 이를 말리다가 오른손을 맞았다.

A씨는 남편에게 그동안 쌓인 불만이 갑자기 폭발했다. A씨는 망치를 빼앗아 남편을 살해했고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B군(18)은 유흥비 마련을 위해 이웃 독거노인의 집에 침입했다. 이를 목격한 노인이 "누구냐"라고 소리를 지르자 가지고있던 둔기로 노인을 내리쳤다. B군은 노인을 협박해 현금 21만원, 통장 등을 빼앗았다.

B군은 노인이 경찰에 신고를 할까 두려웠다. B군은 테이프로 노인의 몸을 묶은 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노인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다. 또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워 노인의 집에 불을 질렀다. B군은 강도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C씨(30)는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군에 입대한 후에도 고참으로부터 따돌림을 많이 받고 지내다가 탈영하는 등 불안한 정신 상태를 보였다.

C씨는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을 살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정 무렵 C씨는 혼자 귀가하는 30대 여성을 보고 뒤따라가 아무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살해했고 법원은 C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 B군, C씨 모두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법원은 집행유예, 징역 15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의 판단이 이처럼 갈리는 이유는 각각의 살인유형이 다르고 이들의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법원은 살인을 △참작 동기 살인(피해자로부터 장기간 폭행 등을 당한 경우) △보통 동기 살인(원한관계) △비난 동기 살인(고소 등에 대한 보복 범죄 등) △중대범죄 결합 살인(강도살인, 강간살인 등)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2인 이상에 대한 무차별 살인) 등 5가지로 구분한다.

법원은 여기에 범행가담에 참작할 사유가 있었는지, 계획적 범행인지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 피해자가 살인을 유발했을 경우 등은 형을 줄이는 요소가 되지만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거나 사체에 손상을 가했을 경우 등은 가중 처벌 요소가 된다. 과거 전력이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반성 여부도 형을 정하는 요인 중 하나다.

A씨의 경우 재판부는 "A씨가 깊이 참회하고 있고 남편의 가정폭력과 무능으로 오랜 세월 고통을 당했다"며 "순간적으로 울분이 폭발해 살인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살인에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B군의 경우는 중대범죄 결합 살인에 해당했다. 사체에 불을 지른 점 역시 가중처벌 요소였으나 재판부는 B군의 나이와 자라온 환경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나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보호자로부터 적절한 관심과 교육을 받지 못한 점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B군이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무기징역을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C씨는 별다른 이유 없이 1명을 살해해 비난 동기 살인 유형으로 분류됐다. C씨가 미리 칼을 구입해 범행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점은 범죄에 계획성이 있었다고 판단돼 가중처벌 요소가 됐다. 또 C씨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도 형을 정하는데 참고가 됐다.

재판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 회복을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여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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