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첫날, 지하철 출근해 쪽방촌서 퇴근

뉴스1 제공  | 2011.10.27 22:14
(서울=뉴스1) 권은영 기자
27일 영등포 요셉의원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 시장. News1 권은영기자


“일회적,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서울을 사람 사는 동네로 만들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오전 6시30분 노량진 수산시장을 시작으로 오후 6시 20분 영등포 쪽방촌까지 12시간의첫 시장 직무를 수행했다.

오후 4시50분 영등포 타임스퀘어 건너편 영등포동 423-37번지 쪽방촌에 도착한 박 시장은 '광야 홈리스 센터'와 요셉의원을 차례로 찾아 “서울은 예전보다 훨씬 잘 살게 됐지만 공동체가 무너진 정도는 심각하다”며 “힘들고 지친 서울시민의 삶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또 쪽방촌 재개발 문제와 월동 대책 등 정책실현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이날 박 시장이 쪽방촌에 도착하자 좁은 골목길 양 옆에 줄 지어 기다리고 있던 쪽방촌 주민들은 술렁였다.

주민들에게는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박수를 치며 박 시장을 환영했다. 일부 주민들은 “시장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원순 파이팅”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박 시장은 편안한 얼굴로 한사람씩 빠짐없이 악수를 하며 화답했다.

박 시장은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김정태 서울시의원, 이정관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 광야 홈리스센터 직원, 쪽방촌 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쪽방촌 현황과 주민들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마치 수험생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중요한 내용은 들고 온 주황색 노트에 받아 적었다.

광야 홈리스센터에서 생활 중인 한 주민은 “현재 기초생활수급자가 매달 43만원을 받고 있지만 방세로 23만원을 내고 나면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공공근로를 2시간씩 하고 있지만 아마 시장은 모르실 거다. 이런 밑바닥을 봐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기초 수급권자들은 약간의 수입만 생겨도 기존에 받던 것이 중단되는 등 해결할 점이 많다”며 “이런 것은 중앙 정부에 제가 이야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 최모씨는 “동절기로 접어들었는데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쪽방촌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모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재개발을 조금만 앞당겨 달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월동 대책을 철저히 하고 주거 문제는 최대한 인간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자 박 시장은 중간에 농담을 해가며 분위기를 풀기도 했다.

박 시장은 40분 간 홈리스 센터에 머문 뒤 바로 건너편에 있는 요셉의원을 찾아재개발 문제게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요셉의원 관계자는 “(재개발 되더라도)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진료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개발을 하고 원주민들이 남지 못하게 되는 방식은 좋은 개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뉴타운, 대규모 개발 방식을 개선해 인간적인 개발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쪽방촌 주민 2명의 집을 방문해 실태를 살펴본 뒤 예상 시간보다 50여분 늦은 오후 6시 20분께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 시장의 방문으로 들떴던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은 “악수라도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시장님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30분 박 시장은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시장은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며 “어려움이 많겠지만 시민들과 함께 하고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제도와 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와 무명용사 묘소를 차례로 참배했다. 시청으로의 첫 출근은 지하철 1, 4호선을 타고 이동했다.

서울시 서소문청사에 도착한 박 시장은 시청 종합 민원실에 들러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13층 대회의실로 가 간부들과 첫 대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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