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허점·부도…서민 울리는 '서민아파트'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 2011.10.31 05:11

엉성한 분양전환 절차·건설사 부도로 입주민 피해호소

편집자주 | #대전시 동구 용전동의 한 민간임대아파트에 사는 김모 할머니는 며칠 전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현기증이 난다. 김 할머니가 이 아파트에 산 세월은 10년. 조금만 더 기다리면 '분양전환' 절차를 통해 우선순위로 분양받을 수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겼다. 건설사의 절차상 부주의로 '분양신청'이 '분양포기'로 기록된 것. 관할 구청과 건설사를 오가며 항의하기를 수차례, 결국 건설사는 김 할머니에게 다른 아파트를 분양해주기로 했고 김할머니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수용했다.


- 엉성한 분양전환 절차·건설사 부도위험 잇따라
- 제도 사각지대속 임차인 '임대보증금' 보호안돼


ⓒ임종철
 민간임대아파트 분양전환시 절차상 문제로 피해를 입은 입주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할머니처럼 건설사의 부주의로 다 잡은 집을 눈앞에서 놓칠 뻔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실제 법적 효력이 있는 분양전환 신청을 받으면서도 사전 설문조사로 입주민을 속여 결과적으론 기회를 잃게 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임대아파트를 공급한 민간건설사가 부도 처리돼 임대보증금을 떼일 처지에 있는 입주민은 전국적으로 5000여가구에 달한다.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와 전세난으로 민간임대아파트 분양이 급격히 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런 '아찔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민 울리는 '서민아파트'
민간임대아파트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건설사가 국민주택기금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공급하는 아파트다. 임대기간의 절반이 지나면 분양전환 절차를 밟아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엉성한 분양전환 절차와 건설사의 부도로 피해를 호소하는 입주민이 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임대주택법상 지자체가 분양전환 승인 이후 최소 90일간 임차인에게 공고하고 분양신청을 받도록 한 내용만 포함돼 있을 뿐"이라며 "임차인이 충분히 분양전환 시기를 숙지할 수 있도록 어디에, 어떻게 공고하라는 세부규정이 없어 일부 임대사업자가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시세가 임대 전보다 떨어질 경우 분양전환을 원치 않는 임대사업자가 고의로 분양전환 시기에 대한 홍보를 게을리 한다는 것이다.

◇건설사 부도 위험에도 무방비 노출…임대보증금 송두리째 날릴 수도
임차인들은 임대사업자의 부도위험에도 무방비로 노출됐다. 이광진 대전 경실련 사무총장은 "아무래도 재정이 튼튼한 대형건설사보다 지방에 거점을 둔 중소건설사가 임대아파트 분양을 많이 해 부도위험은 항상 있다"며 "현행법상 임대아파트 사업자는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보증보험 갱신기간이 1년이어서 중간에 파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보증기관은 이자 체불 등 건설사의 재정악화 징후가 발견되면 보증을 중단하기 때문에 막상 건설사가 부도 처리되면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보호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설사 부도로 인한 입주민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2009년 특별법(부도 공공건설 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 훈 전국철거민연합회 정책실장은 "공공기관이 부도 처리된 건설사의 임대아파트를 매입해 임차인 계약을 연장해주는 내용의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근본적인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분양전환 민간임대아파트에도 공적자금인 국민주택기금이 지원되는 만큼 정부가 분양전환시 절차상 문제는 없는지, 임대사업자의 부실 징후는 없는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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