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 불구 출근길 투표 발걸음 줄이어(상보)

머니투데이 진달래 배소진 이창명 기자 | 2011.10.26 09:32

[10·26 재보선]아침부터 출근길 직장인 북적…일부는 " 퇴근 뒤에 할 것"

10.26 재보궐 선거일인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SK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전농동 제2투표소가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투표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제공
사울시장을 다시 뽑는 '10·26 재·보궐선거'가 26일 오전6시 시작됐다. 시민들은 차가운 바람에 연신 손을 입에 갖다 대면서도 아침 일찍 투표소로 나와 한표를 행사했다.

직장인들은 출근 시간을 쪼개 투표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출근길 직장인 일부는 시간에 쫓긴 듯 "나중에 하겠다"고 말하며 종종 걸음을 옮겨 투표 마감까지 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강남지역은 아침부터 '뜨거운 열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치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강남구민회관 2층 대치 제1투표소에는 주민들이 종종걸음으로 끊임없이 밀려왔다. 대부분은 일찍 출근준비를 마치고 목도리와 마스크, 모자 등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건물 내 '은마노인회'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도 오전 일찍부터 사람들이 붐볐다. 20~30대의 젊은 여성층과 40~50대의 남성층이 비슷한 비율로 투표장을 찾는 모습이었다. 운동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끌고 와서 함께 투표를 하고 가는 40~50대 부부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오전 8시가 가까워지자 한꺼번에 몰린 시민들로 투표소 앞에는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제2투표소 관계자는 "6시부터 지금까지 투표하러 오는 사람들 발길이 줄곧 이어졌다"며 "더 이른 시간에는 어르신들이 많았고, 이제 한두 명씩 젊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아직 별로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는 투표소 안내표지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일부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제 1투표소를 찾은 최모씨(23)는 "여기가 집에서 더 가까워 당연히 이쪽인 줄 알았는데 제2투표소였다"며 "추운데 거기까지 가려니 귀찮기도 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김모 할머니(78) 역시 지팡이를 짚은 불편한 몸으로 제1투표소에 도착했지만 잘못 찾아온 것을 알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또 다른 주민 장모씨(36)는 경비실에 "투표를 하러 가야하는데 도대체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길을 물었다. 이에 경비원은 "나도 잘 모르겠다. 아파트 내부에 안내표시판이 없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미 출근 시간에 쫓긴 상당수의 시민들은 "투표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급히 옮기는 모습이었다.

강남역에서 회사버스를 타고 경기도로 출퇴근하는 조모씨(25·서울 용산구)는 "아침에 바쁘게 나오느라 투표를 미처 못했다"며 "회사에서 정시에 마치면 퇴근길에 투표가 가능한데 야근이 생길지 회식이 생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동료 이모씨(25·서울 송파구)는 "그래서 나는 미리 투표를 하고 왔다"며 "오전 6시쯤 갔는데도 사람이 상당히 많은 편 이었다"고 전했다.

◇영등포 지역은 "뛰고 또 뛰고"

이날 오전 6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당산중학교에 마련된 당산2동 제6투표에는 출근 전에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바쁜 아침시간을 쪼개서 온 시민들은 지각한 학생처럼 학교 운동장을 뛰었다. 투표를 마친 한 20대 여성은 "바빠도 투표는 해야죠"라며 급하게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운동장 옆 주차장에는 투표하러온 시민들의 차량으로 만원이었다. 투표안내자는 "아침부터 출근준비를 마친 젊은 사람들이 꽤 많이 왔다"고 귀띔했다.


처음 투표에 참여했다는 이지은씨(32)는 "경제가 갈수록 너무 어렵다. 마트에서 물가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서울시 부채가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서울시민으로서 현실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투표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서민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책을 가진을 후보를 뽑았다"고 덧붙였다.

출근 전에 투표소에 들린 박용덕씨(29)는 "정책이나 경력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저마다 가진 고유의 느낌과 인상을 봤다는 의미였다. 박씨는 "직장에서도 아침에 투표하라고 양해를 해줬다"며 느긋하게 회사로 향했다.

오전7시20분쯤부터 투표소 앞에 10여명이 선 줄이 두 배로 길어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출근 시간 직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자녀의 손을 잡고 투표소에 들린 이들도 있었고 부부가 함께 투표를 하러 온 시민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남편과 함께 온 오혜영씨(41)는 "자녀도 있고 또 이후를 생각해서 복지정책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남편 김풍신씨(55)는 "후보가 되기 전 경력을 토대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이를 뽑았다"고 했다.

투표소 건물 앞에는 '투표 인증샷'을 남기는 시민들도 보였다. 직장동료들과 투표하자고 약속했다는 조유영씨(42)도 "'이 사람이다'라기 보단 '이 사람은 아니다'란 생각에서 투표하러 왔다"며 인증샷을 찍어갔다.

투표 결과가 궁금해 투표한 후에도 투표소 주변을 몇 바퀴 돌아봤다는 강모씨(64)는 "지난 무상급식 투표 때보다 훨씬 사람도 많고 젊은이도 많다"며 "이런 경우는 전통적으로 야당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일부는 "퇴근 후에…"

서울 장안동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투표소에는 투표를 하기 위해 들린 2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아침운동 차림으로 투표소를 찾은 사람들도 있었고 정장에 넥타이를 메고 들른 사람들도 보였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투표소에 몰리진 않았다.

오전 7시 노원역으로 이동해 노원역 근처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투표 여부에 대해 묻자 대부분 "아직 투표를 하지 않았지만 퇴근하고 투표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회사원 이대현씨(36)는 "나도 근무가 끝나면 투표할 생각"이라며 "저녁 8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는데 굳이 바쁜 출근길에 들를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한 노원구 하계동 중평초등학교 투표소에도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긴 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사람이 많진 않았다.

투표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경찰관이 눈에 띄었다. 그는 "근무 중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잠시 들러 투표를 하러 왔다"고 했다.

오전 8시가 넘어 9시가 가까워오자 투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줄었다.

한편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오전9시 잠정투표율이 10.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유권자 837만 4067명 중 91만452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6월2일 서울시장 선거의 같은시간 투표율 9.0%를 1.9%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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