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넘쳐나는 만큼 틀린 내용을 바로 잡는 정정 공시 건수도 만만치 않았다. 이 기간 총 886건, 하루 평균 44건의 정정 공시가 접수됐다.
◇ 천차만별 정정공시, 구분은 다 '기재정정'
#1. 지난달 27일 코스피 업체 'ㅅ'의 경우, 정정 공시를 통해 3년여 전 선박 건조자금을 빌려간 해외 합작법인과 추가 약정서를 체결하며 대여기간 종료 시점을 2020년 6월에서 2026년 12월로 6년 늦췄다는 것을 알렸다. '2년 거치 8년 분할 상환'에서 '2년 거치 15년 분할 상환'으로, 돈을 빌려간 해외 법인에 유리한 쪽으로 상환 방법도 대폭 변경했다.
#2. 같은달 23일 코스닥 업체 'ㅎ'은 정정 공시에서 지난해 3월 체결한 공급계약 내용이 달라진 사실을 전했다. 당초 지난 24일이던 계약 종료일은 2015년 3월로 확 밀렸다. 계약기간은 길어졌지만 계약금액은 54억원에서 51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3. 22일 코스닥 업체 'ㅅ'은 최대 주주 변경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을 8월25일에서 12월 말로 늦춘다는 정정 공시를 냈다. 이번 주총은 대기업으로의 피인수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당시 'ㅅ'은 분식회계설이 불거지며 피인수 가능성이 의문시되던 상태였다. 그러나 공시 내용엔 이 같은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 변경 후 최대 주주는 여전히 대기업으로 명시돼 있었다.
정정공시 내용은 단순한 오기를 바로 잡는 것에서부터 계약 내용을 변경하거나 회사 피인수를 결정하는 주총 일정을 바꾸는 것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공시제목 앞에 붙은 이름표는 '기재정정'으로 한결같았다. 이름표만 보고선 속 내용을 짐작하기가 불가능했다.
◇ 금감원 "내용별 구분방안 검토하겠다"
정정 공시는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 정정 공시 중 대부분이 단순 오기나 기재상의 오류를 고치는 내용이기에 더 그렇다. 이를테면 계약일자를 24일에서 25일로 바꾼다거나 임원 '신규' 선임을 '재' 선임으로 바꾸는 식이다.
하지만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즉각적으로 주가에 민감하게 반영될 만한 사안도 적지 않다. 별 내용 아니겠거니 하고 지나칠 경우,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는 경우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전자공시 사이트를 통해 정정 공시에 투자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을 수 있으니 이를 꼼꼼히 챙겨보라고 당부하고 있다.
금감원의 당부대로 투자 결정에 필요한 내용을 챙기는 것은 우선적으로 투자자들의 몫이다. 최종 판단은 본인이 내리는 것이고 만약 제공된 정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지나쳐 손해를 입었다면 이 역시 본인 책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주식 투자를 관리, 감독하고 있는 관계 당국과 유관기관에겐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효근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제도팀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최초 공시 때 예기치 않았던 변화에 대해 사안별로 대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공시 심사를 하는 쪽에서 (정정 공시)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최초 공시 내용에 본질적 변화가 생길 경우, 투자자들이 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할 필요는 있다"며 "이 같은 공시들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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