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팀들 "우리 구단주 꼭 빼닮았어요"

머니투데이 방담 정리=김은령 기자  | 2011.10.22 14:09

[프로야구를 보면, 기업경영이 보인다]

프로야구팀들을 보면 묘하게도 구단주 기업들의 경영 스타일이 엿보인다고 팬들은 말한다. 경영 스타일이 프로야구 구단 운영에 영향을 미쳐 선수들의 뛰는 모습에까지 투영되는 듯하다.

야구 광팬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본 구단주별 프로야구팀의 색깔은 너무나도 제각각이다.

◇막강 삼성, 성적 꾸준한데 비해 우승은 부족

아마추어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삼성라이온스 입단을 희망한다. 수도권 팀이 아님에도 삼성의 인기가 좋은 이유는 복리후생와 연봉 때문이다.

삼성라이온스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매년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도 정규시즌 1위에 올라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최근 애플과 경쟁하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해가고 있는 기세를 야구단이 함께 타고 있는 듯하다.

아쉬움도 많다. 빼어난 성적에 비해 우승이 주는 감동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삼성은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창립 이후 30년 동안 22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이 가을야구에 참석했다. 하지만 우승은 4회에 그쳤다.

◇SK, 후발에서 선두팀 도약…롯데, '짠돌이' 별명

SK와이번스는 만년 꼴지 팀인 쌍방울레이더스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했고 구단 역사도 짧았지만 김성근 전 감독 지휘 아래 21세기 최고의 팀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모습은 SK그룹의 성장사와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SK그룹은 학생복 등 섬유사업을 모태로 시작, 국내 주요기업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해 통신과 정유사업에 뛰어들면서 한국 4대그룹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의 과도한 '작전야구'로 인해 프로야구의 재미를 감소시킨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대행이 맡은 후 감성야구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롯데는 짠물 경영으로 유명하다. 롯데그룹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연봉이 낮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수년간 이를 개선했지만 여전히 격차가 있다.

롯데자이언츠 역시 이와 비슷하다. 선수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4년 연속 꼴찌의 멍에를 썼을 당시에도 구단은 이렇다 할 투자를 진행하지 않아 부산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최근 몇 년 동안 FA로 풀린 선수를 영입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최근 프로야구가 인기를 얻으면서 수익성 판단에 의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는 프로야구 구단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LG 고전 언제 끝나나…"선수영입도 번번히 실패"

'666858766' 비밀번호가 아니다. 프로야구 구단 LG트윈스의 지난 9년간 매 시즌별 최종 순위다. 4위까지 진출할 수 있는 포스트시즌에 9년 연속 불참한 구단은 LG트윈스가 유일하다. 한때 신바람 야구로 이름을 날렸지만 과거의 일이 됐다.

올해 LG는 '신연봉제 도입' 등 분위기 쇄신 및 성적 개선을 위해 강력한 정책을 펼쳤다. LG트윈스 구단은 시즌 중에도 불안한 마무리 보강을 위해 넥센히어로즈의 송신영을 영입하는 등 가을야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초반 잘나가던 LG 선수들의 플레이는 여름을 넘어서면서 예년처럼 무기력하게 바뀌었다. 게임 이후 고참선수가 마무리 훈련에 열중하지만 후배들이 이에 동참하는 모습도 타 구단에 비해 극히 드물었다.

LG는 특히 선수 외부 영입에서 실패한 경우가 많다. LG트윈스는 자유계약선수(FA) 잔혹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FA로 충원한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홍현우, 진필중이 대표적 사례다.

야구팬들은 이같은 모습이 남용 전 부회장 시절에 시작된 LG전자의 고전과 해외 경영진 영입으로 인한 경영 실패 등과 오버랩된다고 지적한다.

◇두산·한화, 프로야구 경영으로 최대 수혜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는 모기업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 비하면 팬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단 운영을 통한 이미지 제고 효과는 톡톡히 누리고 있어 운영 면에선 가장 효율적이란 평가다.

두산의 경우 야구단이 모기업의 단점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롯데 못지않은 '짠돌이' 얘기를 들으면서도 야구단의 성적만큼은 놀라울 정도여서 속사정 모르는 팬들은 그저 행복할 뿐이다.

M&A 전문인 모기업처럼 두산베어스도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외부 선수를 영입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막대한 돈을 들여 영입한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두산베어스가 돈 쓰면 실패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평가 속에서도 두산베어스는 근성 있는 팀컬러로 늘 상위권을 유지, 잠실 라이벌인 LG팬들의 시기와 함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성적이 다소 좋지 않지만 모기업의 회사정신인 '신용과 의리'를 고스란히 이행하며 팬들로부터 믿음을 받고 있다. 실제로 빙그레 시절부터 한화에 이르기까지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중도탈락한 감독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냉혹하게 내치는 사례도 없다. 영구결번 역시 장종훈, 정민철, 송진우 등 3명으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구단주인 김승연 회장의 후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2년째 성적이 좋지 않은 야구단을 위해 지방에 2군 구장을 지어주는 동시에 올 겨울 일본서 돌아오는 김태균을 비롯해 좋은 선수 확보를 위해 상당한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넥센 "독특한 컬러를 만들어라"

해태타이거즈의 바통을 넘겨받은 기아타이거즈 구단의 스타일은 아직까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모기업인 기아자동차가 외환위기 당시 현대차에 인수된 후 기아만의 독창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와중인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프로야구의 신화 선동렬 감독을 영입해 어떤 색깔을 낼 지 주목된다.

넥센은 엄밀히 모기업이 없다. 타이어 업체인 넥센이 히어로즈 구단과 2년간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맺어 명칭에 '넥센'을 넣었을 뿐이다. 이전에는 우리담배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어 '우리히어로즈'라는 명칭을 사용했었다.

재계 관계자는 "프로야구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민들에게 친밀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효과적인 통로"라며 "자연스럽게 각 모기업의 경영철학이 구단운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프로야구 구단을 보면 해당 기업의 문화와 성격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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