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 한 톨이 정통 고수하는 자부심, 뚝심 증명해 보여

머니투데이 임귀혜 월간 외식경영 | 2011.10.20 21:33

‘초밥왕’ <국수사> 김유호 대표

묵묵히 초밥을 만드는 모습이 무뚝뚝해 보인다. 하지만 맛있다는 말 한마디나 관심 있는 행동을 보이면 환한 미소와 함께 재미있고 유익한 말을 술술 늘어놓는다.

대구 수성구 회초밥전문점 <국수사>의 주인장 김유호(54) 대표는 30년을 한 길만 걸어왔다. 중학교 1학년 때 일식집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이쪽에 발을 들여놓은 김 대표는 현재 주방장 없이 혼자 매장을 운영해나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정통을 고집한다.

고집하나로 치면 둘째가라도 서러울 정도. 혀끝에서 감도는 초밥의 밥알 하나하나가 그의 자부심과 뚝심을 증명해 보이는 듯하다. 글 임귀혜 기자 사진 엄태헌 기자

◇ ‘회초밥의 보석은 밥이다’ 촛물 섞은 밥, 10시간 숙성 거쳐
“잡숴보이소. 직접 먹어봐야 할 말이 있는 게지. 먼저 드셔본 다음에 말씀합시더.”
김유호 대표는 초밥 맛부터 보라고 권하며 조리대 앞 바(Bar)로 자리를 안내한다.

조리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김 대표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초밥 서너 개를 뚝딱 만들어 앞 접시에 담아낸다. 큼지막한 회보다도 눈에 들어온 건 바로 밥이다. 윤기가 반들반들하면서도 밥알이 하나하나 살아있다. 뭉쳐있지 않고 하나씩 반듯하게 따로 있다는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다. 입속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 밥알 하나하나가 혀끝에서 감돈다.

“보석은 밑에 숨어있다 했지요? 회초밥의 보석은 바로 밥입니더.”
김 대표는 무엇보다 밥에 심혈을 기울인다. 미리 준비한 초밥이 다 떨어지면 해가 지기도 전에 가게 문을 닫는다. 콧대가 높은 것이 아니라 초밥은 단 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밥 맛의 비결은 바로 밥에 섞는 촛물과 숙성이다.

그는 새벽 5~6시에 출근해 밥을 짓는다. 직접 만든 촛물을 넣어 섞은 뒤 10시간 정도 숙성시켜야하기 때문. 맛부터 보라고 할 만큼 초밥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가득한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쌀은 3년 묵은 것을 씁니더. 수분이 증발하면서 생긴 틈에 촛물이 스며들어 좋은 맛이 나기 때문이라예. 초밥 만들 때는 에어컨 바람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조리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쉬이 만들 수 없지예.”1993년 <초밥1번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8년 넘게 초밥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초밥을 만들 때마다 많고 복잡한 환경 조건을 꼼꼼히 따지는 것은 여전하다. 오랜 시간과 정성은 곧 맛으로 나타나기 마련. 이것이 곧 정통을 고수하는 그의 자존심인 셈이다.

◇ 1년 2~3번 일본 직접 방문, 정신과 정통 잇는 법 배워와
김 대표는 최대한 일본의 정통방식을 추구하기 위해 연어알, 청어알, 해삼창자 등 100% 직접 수입한 것만 쓴다. 그 외의 재료도 종류별 좋은 산지를 정해 신선한 것만 받는다. 그렇게 구한 생선은 보관과 숙성 등을 제대로 거쳐 물기하나 없는 완벽한 상태로 관리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간장, 소스뿐 아니라 초밥과 함께 먹는 낙교는 김 대표가 직접 담근다. 이렇듯 하나라도 정통 방식을 고수하는 그다.

정통을 중요시 여기게 된 것은 1991년, 일본의 호텔에서 근무하면서다. 물론 그 전에 다른 한국의 일식집에서 일하면서도 정통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일본에 가서 제대로 느끼고 배웠다.

“정통음식을 그대로 보존해가는 일본의 모습을 배워야합니다. 요리하는 사람은 자고로 정통이 무엇인지 알아야하고 퓨전이 아닌 정통을 추구해야죠.”

김 대표는 “정통이 아닌 퓨전을 추구하는 음식점들이 많다”며 “정통이 점차 사라져만 가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정통은 맛 때문에 이어가는 것이며 언제든 그 뿌리를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본 음식을 하려면 일본에 가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김 대표. 지금도 1년에 2~3번은 일본을 직접 방문한다. 일본인이 지켜 내려오는 정신과 정통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보고 배워온다.


◇ ‘20평형 일일매출 200만원, 90% 이상 단골’이 명장임을 인증해
명장은 식재료를 능숙하게 다루고 맛있는 음식을 탄생시키며, 음식이 맛이 있다는 것은 자고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일반적인 공식일 터.

<국수사>는 66.12㎡(20평형)에 일일매출이 많으면 200만원까지 올린다. 초밥 8개에 3만원부터 30만원, 무려 200만원도 한다. 비싼 편이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는 게 김 대표가 명장임을 인증하는 셈이다. 90% 이상이 단골. 물론 이 같은 공이 하루아침에 쌓인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이쪽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중학생 때 시작한 일식집 아르바이트가 계기가 됐다. 그곳은 일본의 정통 방법을 고수하는 가게였다. 서빙일이 고작이었지만 어깨너머로 많은 일을 보고 배웠다.

김 대표는 본인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 그 때 일식집의 대표, 즉 현재 아내의 외삼촌이라고 꼽는다. 초밥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던 건 26살 때였다. 군대 전역한 뒤에는 서울의 일식집에서 근무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 부산에서 초밥을 처음 만들었다.

그러다 1983년, 경주 도쿄 호텔에 들어갔다. 그 이후 서울 리베라 호텔에 있다가 1991년, 대구로 내려와 동대구 호텔에서 근무했다. 기본이 되지 않았던 직원들의 태도에 마음이 상한 그는 오전 근무만 하고 호텔을 박차고 나왔다.

당시 일본인이었던 호텔 회장이 그를 부르고 일본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연결해 줬다. 그렇게 1991년, 일본의 호텔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사업은 1993년, <초밥1번지>라는 초밥전문점부터 일식전문점 <향> 등을 운영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속아 고생 또한 많이 했다. 빚을 갚느라 허리를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때도 있었다고.

◇ 식당 위층에 전시장 마련해 손님 명함 전시, 오래 이어가는 게 꿈
김 대표의 바람은 정통을 고수하며 <국수사>를 오랫동안 이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강 챙기는 것은 잊지 않는다. 운동은 거르지 않고 매일 한다. 아이디어를 얻고 손님을 대하기 위해 영화보고 책 읽는 것도 소홀하지 않는다.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비싼 횟감을 가져다 초밥을 만들 수 없다는 것. 수요가 없기 때문에 시도조차 못해보고 있다. 김 대표는 “참치뱃살 부위가 1kg에 240만원 가량 하는데 수요가 없는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그 재료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로 홍콩과 일본에서 반씩 가져가는데 부러울 따름”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칼, 도마 등 조리기구는 물론 마음의 자세까지 모든 준비를 완료한 상태인데 참치를 못 사와서 못 하는 게 한탄스럽다고.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묵묵히 혼자 정통을 지켜나가야지요. 제겐 꿈이 하나 있습니더. 1층에는 식당을 운영하고 2층에는 작은 전시장을 만들어 중학교 때부터 조금씩 사 모았던 우표와 그동안 다녀간 손님의 명함을 전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손님의 2대, 3대 자식이 와서 ‘어, 우리 아버지 명함이네, 우리 할아버지 명함이 있네’하며 그들의 입에 <국수사>가 오르내리는 게 제 꿈이지예. 훗날 우리 자식이 이 가게를 이어간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김 대표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바로 그 가게의 정통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거 하나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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