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체국에 가면

서기수 A+에셋 수석연구위원 | 2011.10.31 11:37

[머니위크]청계광장

최근에 행복한 고민을 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바로 우체국이다.

저축은행의 부실 사태로 인한 자금인출과 최근에 새마을금고마저 안정성에 불안감을 느낀 자금들이 대거 인출해서 그래도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우체국으로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2010년 말 50조3000억원이던 우체국 예금 수신액 규모가 10개월 만에 60조원을 훌쩍 넘겨서기간중에 10조원 가량이나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이 속도가 더 빨라져서 10월 중순 60조1000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약 9000억원 증가했고 이 속도대로라면 한 달 사이에 2조원의 예금이 한꺼번에 들어온다고 하니 가히 돈의 쏠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저축은행 다음으로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정부 고위층의 말 한마디에 지난 10월초 이틀 동안에만 전국 1463개 새마을금고에서 2조4000억원이 인출됐는데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우체국으로 흘러갔다는 예상이다.

자고로 돈이란 것은 사람의 혈액과 같아서 적당한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서 사람의 몸이 움직이듯이 국가나 산업이 움직이게 해야 하는데 뭉칫돈이 대거 한쪽에 몰려있어서 움직이질 않는다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주식시장에서도 상당한 기간동안 계속적으로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정책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에 이은 국가 부채문제가 대두되면서 등락폭이 커지고 폭락수준의 하락을 경험한 학습효과로 인해서 10월초 19조6517억원이던 고객예탁금은 중순으로 넘어가면서19조6216억원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보면 저축은행,새마을금고 인출자금이 그대로 우체국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의 자금 이동이 과거와 다른 점은 과거에는 오직 수익률을 쫓아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주식시장에서 부동산으로 혹은 다시 주식으로 갈아타기가 이어졌었는데 최근의 자금이동의 특징은 안정성에 대한 비중을 많이 가져가면서 수익실현이나 원금회복에 무게를 두는 듯 싶다.


즉 현재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나 투자의 위험도가 조금만 높아지거나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바로 안전한 자산으로 갈아타기가 이루어 지고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수익이 났다 싶으면 바로 환매나 매도를 해서 수익을 실현하는 자금이 많다.수익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원금손실을 보았던 투자에서 원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손실이 회복되었다 싶으면 다른 안전한 자산으로 갈아타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얼마전 상담했던 어느 주부의 경우에도 일단은 펀드와 주식에 운용하던 자금을 모두 환매와 매도를 통해서 현금화 해서 채권쪽과 CMA에 몇 억의 자금을 당분간 예치해 두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한때 ‘진정한 부자는 돈이 모이는 곳에 미리 가 있다’라거나 ‘돈의 흐름을 꽤뚫고 있어서 그 길목을 선점한다’라는 식의 돈의 흐름에 대해서 투자의 지침으로 많이들 배워왔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투자와 자금 시장의 흐름은 돈의 길목이나 흐름을 미리 알고 선점하는 식의 투자가 반드시 높은 수익률을 보이지는 않는다.안정성을 쫓아 가는 자금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돈이 떠나고 남은 곳을 지키고 있다가 삭막한 벌판에서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 울창한 숲이 이루어 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물론 기간은 길어지겠지만….

투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남들보다 나은 수익률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남들하고 똑같이 돈의 흐름을 쫓아 다닌다면 나은 수익률은 커녕 갈아타는 수수료로 인해서 오히려 비용부담이 커질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의 부자들은 일반 투자자들보다 훨씬 많이 주변을 둘러보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본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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