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금융 분노 "금융사 답 내놔라"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오상헌 기자 | 2011.10.13 17:52
# 9월 17일 미국 뉴욕의 증권거래소 인근 주코티 공원. 시위의 시작은 미미했다. 시위대는 700명에 불과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구호는 낯설었다.

구체적 요구도 없었다. 정치권이나 언론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다. 시위가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을 지나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오는 15일 전세계 40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예정돼 있다. 한국도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시위의 대상이다. 정부나 기업이 아닌 '금융권'이 타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13일 "금융권에 대한 시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탐욕' '부패' '도덕적 해이'로 규정됐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구제 금융 등으로 투입된 돈이 7000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반해 2009년 월가는 200억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골드만삭스는 167억달러를 성과급으로 풀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퇴직자에게 수백만달러의 상여금을 주면서 직불카드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 한국은 다를까. 한국 금융도 분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은 고액이다. 금융권 임금도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돈을 벌면 '배당 잔치' '성과급 잔치'에 여념이 없다. 금융당국이 자제를 당부하면 복지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배를 채운다. 이들의 존재 기반을 떠올리면 분노는 배가된다.

예컨대 은행엔 168조원의 공적자금이 수혈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5조9000억원을 지원받았다. 국민의 피와 땀이 은행의 현재를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와 다르다"며 "금융회사는 국민과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개인 주주의 것만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힘들면 국민에게 손을 벌렸다가 좋아지면 자기들끼리 잔치하는 게 대한민국 금융의 현재다. 사회적 책임이나 공적 역할은 남의 일로 여긴다. 은행에 가서 예금을 하건, 대출을 하건 고객이 머리를 조아린다. 금융회사에 고객은 없다.


# 분노가 표출되면 시스템까지 흔든다. 불똥이 금융권을 너머 정부로 튈 수 있다. 정부가 걱정하는 부분이자 위기를 느끼는 대목이다. 김석동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금융권의 탐욕을 질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를 돌아봐라" "위기를 앞두고 흥청망청할 수 없다" "스스로 지킬 것은 지켜라" 등 수위는 강했다.

그러면서 수차례 "스스로 답을 찾아오라"고 했다. 해법을 낼 곳은 금융당국이 아니라 금융회사란 얘기다. 실제 임금, 배당, 금리, 수수료 등 정부가 직접 건드릴 만한 게 없다. 자발적 개선을 '압박'하는 게 전부다.

1차로 내놓을 답은 CEO 연봉 개선, 내부 유보 확대 정도다. 사회 공헌 활동 확대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금융당국의 눈은 금융회사 순익 구조 그 자체에 꽂혀 있다. 올해 18개 은행의 순익으로 예상되는 20조원 중 85%가 이자 이익이다. 해외 영업이나 투자은행(IB) 업무 없이도 수십조원의 돈을 번다면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순익이 넘쳐나는 구조라면 금융회사 순익 구조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수수료 체계 등 순익 구조를 들여다보고 적정한 이익을 내면서 고객들과도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는 게 김 위원장의 메시지"라며 "금융회사가 답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도 불가피하다. 당장 외환위기 이후 이어져온 규제 완화 기조에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도한 규제 완화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와 탐욕을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객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해야 하는데, 금융회사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풀어줘 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회사와 고객의 이익을 모두 높일 수 있다면 규제를 풀겠지만 그렇지만 않다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석동 위원장도 "금융소비자를 확실히 보호할 것이고 금융회사도 자신들의 생존기반인 고객을 보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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