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를 박아야 고객이 코를 박는다”

머니투데이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 2011.10.13 21:33

(주)호경에프씨 이용재 대표

정신없이 코를 박고 먹을 만큼 맛있는 음식은 어떤 음식일까? 불혹의 나이에 이 물음을 제기하고, 지천명을 거쳐 거의 이순에 이른 지금까지 스스로 그 답을 찾아 동분서주해온 사나이가 있다.

최근 적셔먹는 돈가스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주)호경에프씨 이용재(57) 대표다. 그는 코바코의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맛난 메뉴 콘셉트를 개발하고 ‘코바코’라는 브랜드 네임을 직접 작명하여 혼을 입혔다.

마치 제페트 할아버지가 나무를 직접 깎고 다듬어 인형을 만들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주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과정과 흡사하다. 피노키오는 도중에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말썽도 많이 피워 제페트 할아버지 속을 무던히도 썩였다. 그렇다면 과연 이용재 대표의 코바코는?

◇ ‘수입 가전 사업’ 연착륙시키고 ‘FC 외식업’ 모색
이용재 대표도 당시의 보통 사람들처럼 샐러리맨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1982년에 처음 그가 몸담았던 회사는 수입 가전사업체였다. 당시 국내에도 가전 3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고급 가전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외국의 유명 제품으로 메우던 시절이었다.

고도 성장기를 지나 신흥 부유층이 형성되면서 고급 가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상대적으로 고가품목이어서 수입 가전사업은 블루오션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사주가 평소 신뢰하였던 이용재 대표에게 회사를 인계하였다. 처음으로 사업가가 된 이 대표는 변함없이 성실하게 일했다. 세계 일류 메이커의 세탁기, 냉장고, 레인지 수요는 계속 늘었고 이 대표의 사업은 번창하였다.

정부에서 수입자율화 정책을 시행하고 시장을 개방하면서 대기업들의 참여가 본격화되었다. 이 대표처럼 중소업자들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퇴조하는 수입 가전시장에서 발을 빼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리하고 유지해온 틀을 하루아침에 깰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천천히 아주 서서히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였다. 그동안 펼쳤던 사업규모를 단계적으로 고도를 낮추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수입 가스오븐레인지 판매를 통해 음식 조리에 대한 안목이 어느 정도 있었던 터라 이 대표는 외식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였다.

◇ 면밀한 시장조사 끝에 돈가스 시장 노크
큰 충격 없이 수입 가전사업을 연착륙시켜 정리한 이 대표는 새로운 외식사업을 띄우기로 하였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열망과 자신은 있었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당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사업자들 가운에 관련법을 잘 모르고 시작했거나 도덕적으로 해이한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업 자체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았고 여론의 시선은 따가웠다. 이 대표도 이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역풍 속에서 새 사업을 출범시킨다는 것이 망설여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만 정직하게 하면 될 것 아닌가?’ ‘나만 똑바로 잘 하면 될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생각에 달렸다는 말이 있듯,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자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조사에 나섰다. 이 대표의 눈에 띈 것은 지하나 지상 2층에 자리 잡은 경양식집들이었다. 대부분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후지로 넓적하고 얇게 만든 돈가스를 팔았다.

돈가스의 수요는 확대되는 추세였지만 그 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벤치마킹을 위해 일본에 가서 우수한 품질의 다양한 돈가스를 보고 나니 우리나라 돈가스의 개선 여지가 무척 넓고 많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49.59~66.12㎡(15~20평) 규모로, 좀 더 밝고 화사한 실내, 청결한 주방과 음식, 고급 육질의 푸짐한 돈가스로 기존 경양식 집과 차별화한 콘셉트의 외식업체를 만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의 코바코 가맹점 콘셉트의 기본 골격이 그때 이 대표의 머릿속에서 정리되었다. 1999년, 드디어 사업자등록을 하고 법인설립을 한 후에 서울 모래내에 코바코 1호점을 열었다.

◇ 지역별 지사 시스템 구축 실패로 아픔 겪기도
코바코만의 규격돈육 등심과 빵가루와 소스를 사용한 돈가스는 큰 인기를 얻고 이 대표의 아이디어는 적중하였다. 가벼운 비용으로 밝고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질 좋은 돈가스를 즐길 수 있게 되자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에 따라 가맹점도 점차 늘어났다. 짧은 시간에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맹점 수가 늘어나자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관리수요도 덩달아 증가하였다.

좀 더 효율적인 가맹점 관리 방안을 모색하다가 지역별로 지사를 세우기로 하였다. 지사가 본사와 가맹점간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공간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지사에서 가맹점을 실시간으로 근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초 이 대표의 의도대로만 운영되었다면 가맹점이나 본사나 지사나 모두 서로 공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제도였다.

그러나 운영과정에서 탈이 생겼다. 지사장들의 탐욕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자신들의 수익과 직결된 매장 오픈에만 중점을 두었을 뿐 매장관리에 필요한 시스템이나 인프라 구축에 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눈독을 들였던 것이다.

당연히 가맹점들의 불만이 속출하였다. 불똥이 본사로 튈 수밖에 없었다. 가맹점주들로부터 원성을 사게 되고 신뢰를 잃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기업이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대표는 큰 충격을 받았다. 뒤늦게 지역별 지사 시스템의 폐해를 인지한 그는 부랴부랴 제도를 폐지하고 뒷수습을 하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불만 가맹점주들을 만나고 정리를 하느라 한동안 다른 일을 하지 못해 회사로서는 큰 손실을 입었다. 물론 가장 큰 손실은 신뢰의 상실이었다.


◇ ‘코 박고 먹을 만큼’ 맛있다는 코바코 맛의 비결
잃은 신뢰를 되찾는 길은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길 밖에 없다. 지역별 지사 체계를 없애고 다시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가맹점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전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본사의 관리 역량을 더 늘렸다.

신선한 양질의 식재료를 빠르게 공급하기 위한 작업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코바코의 제 1물류센터를 2002년에 김포 고촌면으로, 다시 2004년에 김포 통진읍으로 확장 이전하였다.

2007년에는 김포 월곳면에 대지 5,575㎡(1,689평) 건평 2,131㎡(645평) 규모의 제 2물류센터를 세우고 가맹점의 수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써 주요 원재료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전국적으로 동일한 품질과 위생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용재 대표는 기업활동에서 R&D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사업 초기, 메뉴개발 부진에 따라 일시적으로 매출이 감소했던 일도 기억한다. 그래서 식품개발연구소를 통해 신 메뉴 개발과 기존 메뉴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곳 연구원들은 예민한 촉수로 고객의 입맛을 상시 체크한다.

‘내가 코를 박고 먹을 정도가 되어야 고객도 코를 박는다’는 생각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춰 발 빠르게 개발한다. 현재 가맹점에서 공급하고 있는 메뉴들은 돈가스류, 우동류, 초밥류, 덮밥류, 세트류 등 모두 30여 가지다. 이 메뉴들에는 모두 맛과 건강을 추구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예비창업자에게는 회사 교육센터와 기존 가맹점 벤치마킹을 통해 조리교육을 철저하게 시킨다. 이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상자는 스스로 포기할 기회를 몇 차례 준다. 충분히 코바코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한 뒤에 비로소 코바코의 맛을 책임지게 한다.

이 대표는 사업 초기에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며 감사해 한다. 만일,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을 때 그런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회생불능 상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따끔한 예방주사를 미리 맞아 건강을 확보한 것과 같다는 얘기다.

◇ “믿음이 경영의 알파요 오메가다”
“우리 회사 이념은 신의와 정직입니다. 이 덕목은 액자에 걸어두고 보기 위한 덕목이 아닙니다.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어느 회사보다 뼈아픈 체험들을 통해 전 임직원이 공감하는 가치입니다. 고객과 가맹점에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무서운 얘기지요. 신뢰야말로 기업 성장의 밑거름입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이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경영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소외계층과 노인에 대한 지원에 열심이다. 그러나 때로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과 기업실적과 활동 내역을 보고하라는 관계기관의 요구 사이에서 고약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고객중심’ ‘이윤창출’과 함께 ‘나눔’은 여전히 코바코의 중요한 기업 목표 중 하나다.

이 회사의 사훈은 ‘미소’ ‘경청’ ‘행동’이다. 서비스업체답게 타자를 배려한 사훈임이 금방 드러난다. 그러나 이것은 사외용뿐만이 아니라 이 대표가 직원들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결과만을 가지고 부하를 질책하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의 일반적 풍토다.

그러나 이 대표는 부하가 실수할 권리를 인정하고 실수할 기회를 준다. 물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것은 안 되지만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열정적으로 도전하겠다는 부하에게는 미소를 보내고 들어주면서 지원해준다.

지난 8월5일부터 7일까지 인천 드림파크에서 열린 ‘2011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 지원업체로 참가,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젊은이들에게 기념품을 증정하고 코바코의 맛을 보여줘 큰 성과를 거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획에서부터 실행까지 그가 관여하지 않고 모든 과정을 젊은 사원들이 주도하여 진행하였다. 회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새로운 주력 메뉴인 적셔먹는 돈가스(8000원)의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코바코에 대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 ‘적셔먹는 돈가스’와 ‘동해물가’로 제 2 성장 박차
현재 (주)호경에프씨는 160여개의 가맹점이 있으며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본격적인 사업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학습조직으로 간주하는 이 대표는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만이 살아남는다는 전제 하에 전 직원들이 사내 교육시설을 비롯해 모든 공간을 학습장으로 생각한다.

회사 구성원은 누구나 업무능력 향상을 비롯해 자질향상을 위해 상시 학습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본사의 스태프 부문 직원들도 자기 분야의 전문지식뿐 아니라 현장의 조리, 서비스, 물류시스템을 모두 이해하고 직접 투입되더라고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의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다.

코바코는 최근 신 메뉴인 ‘적셔먹는 돈가스’를 출시하여 돈가스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현재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비롯한 4개소인 고속도로 휴게소 점포를 점차 늘리고, 외국의 유명 대도시에도 입점하여 브랜드 밸류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산물 샤브샤브와 볶음 전문 브랜드인 ‘동해물가’를 새로 선보이고 있는데, 저칼로리의 웰빙 해산물 메뉴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방침이다. 그러나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그는 처음 사업을 시작하였을 때의 각오와 상황을 떠올린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직하게’와 ‘똑바로’를 반추해보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런 연후에 자신이 생기면 그 일에 총력으로 매진한다. 지금 이용재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동해물가’의 론칭은 그래서 (주)호경에프씨 제 2 성장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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