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뿌린 씨앗..간호사가 된 10년전 꼬마"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 2011.10.14 05:40

[2011년 당당한 부자]<8>하충식 창원 한마음병원장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유사한 개념으로, 부자들에게도 그들이 쌓은 부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의미다.

특히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한 방법인 기부는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남다르다. 그들의 기부가 단순히 돈만 내는 게 아니라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혜와 합심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2, 3위의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명예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힘을 합쳐 운영 중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전 세계의 '합심'을 이끌어내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질병과 기아를 몰아내고 있다. 유엔과 각국 정부도 그동안 못한 일이다.

한국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리세스 오블리주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하충식 창원 한마음병원장(사진)이다.

지난 8월 18일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 창원 여성의 집, 창원지역아동센터, 인애원·애육원·애리원·진해희망의집·동보원, 다문화 가정 등 창원·마산·진해 지역의 취약계층 어린이 38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린이들은 창원의 한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관람한 뒤 인근 뷔페로 이동해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로 다른 기관과 가정에서 온 어린이들이었지만 1년에 4차례씩 정기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어색함은 없었다. 바로 하 원장이 계절마다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초청해 여는 '나눔'의 행사 덕분이다.

하 원장은 매년 시설아동이나 학대받는 아동들을 초청해 봄에는 놀이동산을 찾는 '봄소풍'을, 가을에는 운동회 행사를 치러왔고 날씨 때문에 바깥 활동이 어려운 여름·겨울에는 영화관람과 식사 등 실내에서 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95년 첫 행사를 시작해 올해로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첫해 수십여 명의 어린이들로 시작한 이 행사는 매년 4차례에 걸쳐 3000여 명이 손꼽아 참가를 기다리는 대규모 계절행사로 불어났다.

특히 가을운동회는 취약계층 어린이, 사회복지단체, 봉사자 등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지역 최대 나눔행사로 자리 잡았다. 17년 동안 여러 행사를 거쳐 간 어린이수 또한 3만 명이 훌쩍 넘었다.

한 원장이 주도하는 나눔 행사는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1년에 4차례의 공식적인 행사 이외에도 교육봉사, 의료봉사 등을 수시로 진행해 어린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다.

특히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 어린이들이 학업을 원활히 이어갈 수 있도록 학교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아 매월 70여명의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지원하고 별도로 정기 장학금 후원도 진행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하 원장은 장학금 지원 등 사회적 기부로 매년 5억 원 가량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에 환원한 각종 기부금 및 지원금만도 50억 원을 넘어선다.


10년 전 하 원장의 나눔 행사에 처음 참여해 '아픈 사람을 돕고 싶다'는 꿈을 밝힌 한 소녀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학에 진학, 간호사가 돼 하 원장의 병원에서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도 '하충식표 나눔'의 긍정적 힘을 나타낸다.

하 원장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많은 분들이 있지만 특히 어린이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들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어린이들의 경우 일회성, 이벤트성 기부나 나눔은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 도 있다.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꾸준한 관심과 사람이 중요다"고 자신의 나눔 철학을 소개했다.

나눔에 대한 하 원장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최장기간 및 최다인원 봉사활동으로 한국기록원의 인정을 받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것.

하 원장은 1995년 1월 병원 개원 직후 다양한 나눔활동을 시작하려 했지만 개원 초기 경영환경 등이 여의치 않자 새로운 형태의 나눔활동을 구상했다. 바로 매일 아침 7시30분부터 40분 간 병원 인근 청소활동 등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

처음에는 하 원장과 일부 남자 직원들만 참여했지만 횟수를 거듭하면서 인원이 늘어 1997년 9월에는 '나라사랑회'라는 정식 봉사단체도 결성했다.

하 원장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보니 '건강한 신체'였다"며 "지난 17여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충식 창원한마음병원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해 7월15일 청와대에서 '국민추천포상' 시상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포장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하 원장의 나눔철학은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제1회 국민추천포상'에서 '울지마 톤즈'로 널리 알려진 고(故) 이태석 신부 등과 함께 국민포장을 받았고, 올해 2월에는 보건복지부에서 리세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나눔인으로 뽑혀 표창을 받았다.

하 원장은 "국민포장의 경우 국민들이 직접 봉사와 기부 선행을 해 온 인물을 뽑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깊었다"고 전했다.

하 원장이 나눔의 행복을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나눔의 DNA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고 고백했다.

양반고을로 유명한 경남 함양 출신인 하 원장. 어린 시절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춘궁기에 밥을 얻으러 온 이웃을 빈 그릇으로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덕에 하 원장이 밥을 굶은 적도 있다.

하 원장은 "어릴 때만 해도 모두가 가난해서 춘궁기에는 거지가 아니더라도 밥을 얻으러 다녔다"며 "어머니가 밥을 나눠주시며 한 말씀이 '야야(얘야),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였다. 그게 지금도 인생의 좌우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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