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외화 빌리러 日·스위스 몰리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유현정 기자 | 2011.10.12 05:30
- 가스공사 스위스프랑 채권 발행
- 대우인터 쇼군본드, 포스코 사무라이 본드 발행
- "일본, 스위스 유동성 풍부하고 통화스왑 금리 안정적"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이 외화채권 발행을 위해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전통적인 시장 대신 일본, 스위스로 향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가운데 통화가 안전자산에 속하는 일본과 스위스에는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몰리면서 금리 등 회사채 발행조건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대지진 이후 회사채 금리가 오른 도쿄전력 등이 회사채 발행을 줄이면서 외국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스위스 금융시장에서 5년 만기의 2억500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3227억원), 8년 만기의 1억 스위스프랑(1291억원) 규모의 스위스프랑 표시채권을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수출입은행과 우리은행도 스위스에서 스위스프랑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이달 중 일본 금융시장에서 300억엔(4566억원) 이상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발행할 계획이다. 사무라이본드란 일본 채권시장에서 외국 정부나 기업이 발행하는 엔화 표시채권을 말한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달 이미 300억엔(4566억원)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달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일본에서 발행되는 달러화 등 비(非) 엔화 표시채권인 쇼군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3년 만기에 2억달러(2335억원) 규모였다.

최근 이처럼 일본 또는 스위스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나 금융사가 줄을 잇는 것은 일본, 스위스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엔화나 스위스의 스위스프랑화는 모두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있어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안 국면에 이 나라들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특히 일본 투자자들의 경우 자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 외국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 향후 엔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엔화 외 통화로 표시된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이 국내 최초로 쇼군본드 발행에 성공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윤희성 수출입은행 외화조달팀장은 "최근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들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보고 투자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일본 금융시장에 대규모 회사채를 공급했던 도쿄전력이 올 초 대지진 이후 금리가 오르자 회사채 발행을 줄이면서 회사채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외화를 1년 이상 장기로 조달할 경우 대부분 환헤지를 위해 통화스왑(CRS)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엔화나 스위스프랑화는 달러화와 스왑할 때 지불하는 CRS 금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향후 차환발행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CRS 금리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점도 엔화, 스위스프랑화 표시채권이 선호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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